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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결 디자이너 Apr 01. 2023

좋은 어른들이 있는 곳

아이들의 꽃밭

이우학교를 다니지 한 달이 지났다. 

고 1이 된 첫째 똘망이는 아주 만족스러워하고, 중1이 된 둘째 달림이는 아직은 불만족. 일반중학교를 다니고 싶다고 한다. 


똘망이는 학기 초부터 선거관리위원회를 지망했다. 회장이 되고 싶진 않지만 선거관리위원회를 하고 싶어서 손을 들었다고 한다. 홍보물을 만들고 회장선거에 나온 친구들의 공약을 보며 자기의 의견을 말하기도 한다. 


어제는 선거가 끝나고 뒤풀이를 했다고 한다. 고1들의 뒤풀이란??? 

저녁 9시가 다 돼서야 산성역에 도착하여 호돌씨가 딸을 데리리 내려갔다. 

떡볶이와 이것저것 먹었다고 한다. 귀여웠다. 


선거가 끝나자 이번에는 농준위에 들었다고 한다. 5월에 2박 3일로 가는 농촌 배움 활동 준비 위원회이다. 

그러더니 또 농준위원장이 되었다고 한다. 이 거침없는 똘망이의 행보에 나는 놀랍기만 하다 


 "농준 위원장을 어떻게 할 생각을 했어? 앞에 나서서 리더 하는 게 힘들지 않겠어?"

"누군가는 해야 하고 할 사람이 없는 것 같아서 손들었지."

"오~용기~` 용기만빵. ~"


용기를 담을 그릇은 나를 지으신 분이 채워주신다는 것을 아는 것일까?


"선관위 같이 했던 친구 셋이 또 농준위를 같이 했더라고. 위원장은 두 명이야, 선관위 같이 했던 친구라 괜찮아."




이와 반면 너무 다른 생활을 하는 둘째 달님이.

둘째 달림이는 중1이다. 자유로운 남한산초의 교육과정을 온전히 보내고 이우중을 갔기에 초등학교 수업이랑 비슷한데 이우중이 뭐가 좋냐고 한다. 그냥 창성 갈걸....  이런다.......


과학시간에 그룹 프로젝트를 하는데 친구들이 자기 의견을 무시한다고 한다. 

분명 자료를 찾으라고 해서 

"왜 너 노트에  정리하냐? 이 프로젝트는 다 같이 하는 건데.?"

"나는 그냥 노트에 정리하는 거야."

이렇게 대꾸를 하긴 했지만 기분이 나빴다고 한다. 프로젝트는 다 같이 하는 거라고 하면서 자꾸 시킨다는 것이다. 자기가 의견을 내면 무시하는 것 같고, 하지만 화를 내면 팀 분위기가 엉망이 될까 봐 참았다고 한다.

과학 포스터를 만들어야 하는데 자기는 자국이 남는 게 싫어서 연필보다는 색연필로 바로 스케치를 하는 게 좋은데 한 친구가 색연필로 바로 종이에 글씨를 쓰더니 너무 크게 써버리는 바람에 도표를 그릴 공간이  부족했다고 한다.  노트 뒷장에 도표를 이렇게 그리면 어떨까 변형해서 친구들에게 보여줬더니 좋다면서 그 도표를 따라 그렸다고 한다. 정리한 것도 자기가 노트에 적은 것을 따라 적었다고 한다. 


"처음엔 내 말은 다 무시해서 그래서 화가 났는데 결국 내 것을 써서 참았어."


달림이는 이런 모둠활동이 피곤하고 싫다고 한다. 마음에 잘 맞는 친구들이랑 하면 결과물도 더 좋아서 좋을 때도 있지만 이렇게 마음이 안 맞거나 자기의 의견을 무시당할 때는 정말 하기 싫다고, 그래서 혼자 하는 공부를 하고 싶다고 한다.    


한 달을 지낸 달림이는 친구들로부터 '감정기복이 없는 애'라는 평을 듣는다고 한다. 친구들에게 자기의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스스로는 설명한다. 엄마 생각엔 공감능력이 뛰어난 달림이는 배려의 여왕이다. 하늘마을(초6) 때 두루두루  친구들과 친하고 갈등이 없는 아이였다. 2학년 전학 왔을 때는 까칠하고 무섭던 아이가 이렇게 4년을 보내며 변할 수 있다니!! 나는 그저 놀랐기만 했었다. 


이렇게 집에 올 때마다 투정 부려도 다른 말을 해줄 수가 없구나. 

그랬던 달님이 가 오늘은 상담선생님을 만나고 왔다고 한다. 

"엉?"

상담선생님은 말하기가 편해 보이는 인상이라 자기 고민 얘길 했다고 한다. 

1시간 반을 이야기했는데 무슨 이야기를 했내고 물어보니


" 엄마, 상담이라는 게 영어 얘기만 하는 게 아니야, 얘기하다 보면 이것저것 얘기하게 되어있어. "


선생님이 내준 과제가 있어서 다음 주 목요일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고 한다. 무슨 과제인지도 알려주지 않는다. 이럴 때마다 엄마에게 다 털어놓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서운하기도 하다. 아마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판단을 하는 말투 때문에 그런가.... 엄마는 모른다고 생각하나, 위로의 말보다는 실질적인 도움을 받고 싶어서인가.. 별의별 생각을 떠올린다. 


그래도 자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좋은 어른에게 도움을 청하는 달님이 가 용기 있고 대견하다.

하늘마을 샘이었던 허샘이 갑자기 생각나 장문의 카톡을 보냈다. 

허샘이 만들어 준 단단한 토양으로 달님이 가 잘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고.  감사하다고. 


"제가 만났던 리안이는 주변도 살피고 자기만의 속도로 나만의 방법으로 찾아가는 친구였어요, 아마 중학교 생활도 그럴 같습니다. 지치지 않을까? 어쩜 그리 한결같지? 이 아이 머릿속에 어떤 것들로 가득 차 있을까? 리안 이를 보고 부럽다고 느낄 때도 종종 있었습니다.  상담실 문을 열고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으려고 도전하기까지의 그 마음이 참 대견합니다. 어머니랑 그리 대화를 나눈 모습도 너무 기특하고요. 소식 종종 들려주세요. 아름다움 미모와 건강도 잘 유지하셔요!!" - 허샘


좋은 어른이  아이들의 주변에 많다는 건 참 듬직한 일이다. 그래서 나는 좋은 어른이 있는 곳으로 아이들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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