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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결 디자이너 Jul 27. 2023

화요일의 시냇가

내 가치가 곧 꿈이다!

오늘은 내 고민을 이야기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어제 화요일 만나야 할 시간을 내가 까맣게 잊고 접속을 못했으면서 오늘 시간이 되시냐고 했다. 보통 때 같으면 다음 주에 봬요 했을 텐데.  다큐노트를 안 쓰고 있었던 탓일까. 나의 가치에 대해 혼란스러움이 있었던 최근의 나의 마음을 말하고 싶었다.  자기다움 수업을 듣고 있는 분의 마음은 어떤지, 나만 불편한 마음인건지, 의견을 나누고 싶었다. 나 혼자 생각하기에는 답이 안 나오는 문제들이 있었기에 이번주 대화의 시간이 필요했다. 엉킨 실타래처럼 움켜쥐고 있는 이 묵직한 것을 풀어내야 다시 시작을 하던 뜯어고치던 할 수 있다. 


내 얘기를 어디에 풀어놓을지, 내 고민의 맥락을 이해하고 이야기를 나눌 동지가 있다는 기분은 참 좋고 , 이 시간이 기다려지기도 한다. 

 

오늘은 7시부터 컴퓨터 앞에 앉아있었다. 8시가 되자 5분 정도 늦는다고 하셨다. 

화요일인 어제 까맣게 이 시간을 잊었고. 그전 주에도 어린이 차트를 작성한다고 너무 몰입한 나머지 완전히 까맣게 잊었던 화요일, 

이렇게 매주 화요일에 만나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어떤 의미인지 오늘에서야 글을 쓰게 된다. 


매주 이 소중한 시간을 글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한다. 



"요즘 어떠셨어요?"라는 내가 먼저 꺼내는 말로 대화의 말문이 트인다. 


유튜브 잘잘법에 나오는 목사님의  '하나님께 조율되는 것'이라는 말이 참 어제오늘 위로가 되었다고 말하는 걸로 내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왠지 8월이 다가오고 방학도 시작하고,  어린이집도 8월 한 달 쉰다. 프리랜서에게 쉰다는 것은 휴식이 아니다. 돈은 어떻게 벌어야 하지, 아이들 방학인데 여행도 가고 싶고,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고, 선행은 안 시키더라도 부족한 수학, 영어 공부도 시켜주고 싶고, 대금 레슨도 받게 해주고 싶고, 들어갈 돈만 생각이 들었다. 대학원도 가고 싶고 회화와 미술치료에 대해 더 깊게 공부하고 배우고 싶고..... 나의 계속되는 배움과 성장의 욕구들.  그런데 돈이 없네... 입금은 안되는데 출금만 되는 상황이 이제 닥쳐오고 있다. 미술활동이 내 창조, 쓰임, 성장과 배움의 가치가 다 맞아떨어졌다며 이야기했었는데 그게 맞는 건지 혼란이 된다. 호응이 없는 것에 일희일비하고 아이들보다 부모님들과 선생님들에게 특별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대우받고 싶었던 것이 아닌지.  이런 과정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살아가는 게 삶인가 보다 라며.... 자조적 연민이 가득한 말로 나의 일상을 이야기했다. 


협력 : 조율된다는 말을 저번에도 하신 것 같은데 꽤 인상적이셨군요.

나 : 네 저번에도 봤던 인상 깊은 영상인데 또 호로록 까먹고 다시 봤네요. 그런데 조율이라는 말이 또 인상 깊게 남고요.

협력 : 인정받고 싶은 것도 선미님이고, 자기다움을 찾고 있는 모습도 선미님이시지 않을까요. 

순서를 계속 바꾸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선미님의 모습이고, 시간이 지나면 음이 계속 바뀔 텐데 연주 전 기본활동으로 조율은 항상 해야 하는 것 같아요.

나 : 제 가치 중에 쓰임이라는 것이 조율이라는 것과 비슷한 맥락인 것 같아요. 저의 쓰임은 봉사, 이런 게 아니고 내가 쓰이는 것 이런 느낌이거든요. 저의 언어로 정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아요. 

협력 :  조율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선미님답지 않네. 협상처럼  쓰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조율되다. 누군가가 조율해 주는 것이고 쓰임도 쓰여지는 것이네요. 


나 : 꿈이 뭐세요? 제가 이렇게 묻는 이유는 퇴직 후 저는 사실 꿈이 없거든요. 비전을 내가 세우는 게 맞나? 하나님을 통해 비전을 세우는 것이라는데 그 응답은 어떻게 들리는 것인가? 이런 생각도 들고요. 권민대표님이 지난 번 워크숍 때 하신 말이 기억나는데요. 내가 나를 속일 수 있다는 것이요. 비전이 나를 홀리게 하고 망했다고 하셨잖아요. 그걸 대표님은 10년 뒤에 깨달았다고 하셨는데 그 시간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어떻게 그걸 구분할 수 있을까요? 내 목표인지, 하나님의 비전인지. 대표님한테 물어봐야 하나......

협력 : 제 꿈이 뭐냐고 저는 하나님께 3년 전에 물었어요. 그 답은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하신다.  당황스러운 응답이었어요. 칼을 뽑았으면 한 획은 긋고 가야 한다는 말처럼 명예와 부를 누리고 싶었죠. 그런데 사실 안 해도 되는구나라고 생각하니 자유로워졌어요. 뭘 해도 된다. 이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나 : 협력님은 제 고민을 3년 앞서 하셨네요. 성장에 단계가 있다면 저보다 분명 앞서 계신 것 같아요.

협력 : 예수님이 큰 일은 이미 다하고 가셨고 우리는 작은 일을 하면 되는 건데라고 생각하니 중압감이 사라지더라고요. 원래 예전부터 꿈이라는 것이 비전을 이야기하는 좋은 느낌이라기보다는 명예, 인정, 봉사, 그런 환경에 내가 놓이기를 하나님께 바라는 축복리스트였던 거죠.  결국 " 제가 들은 응답은 " 너는 나를 믿느냐? "였어요. 음악이 시작되었는데 언제까지 저는 조율만 해요. 조율이 잘되고 있긴 한 건가요, 하나님께서 언젠가 연주하시겠지? 이런 생각이 들죠.  조율 이후엔 연주가 있죠. 저는 이렇게 살게 된 것 같아요. 오늘 하루의 가치에 온전히 살게 되었어요. 권민대표님이 말한 오늘만 살고 죽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선미님의 가치로 말을 한다면 오늘 내가 '쓰임'의 하루를 살았나? 오늘 하루의 활동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어떻게 조율하고 계신 걸까? 이렇게요.  

나 : 음..(나는 정말 협력님의 통찰력에 감탄하고 있었다.) 

협력 : 아까 제 꿈이 뭐냐고 물으신 거에 답을 해드리자면 저는 교회가 꿈이에요.

나 : 교회를 만드는 거요? 전도사님, 목사님 이런 거요?

협력 : 성경에서 말하는 교회의, 의미요. 이런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공동체를 꿈꿔요.

나 : 협력님 이야기를 듣는데 <예술이 예수를 만나다>라는 문화사역하시는 문화기획자분이 떠오르는데요. 기독교적 세계관으로 예술하는 사람들을 위한 배움을 가르치시는 것 같아요. 세상으로 나와서 이런 이야기를 하시는 분이 많으면 저 같은 사람도 이렇게 도움을 받는데, 협님의 이야기가 많이 들려졌으면 좋겠어요. 기독교적 세계관으로 바라보는 자기다움의 이야기? 이런 거요. 20대 막 사회에 첫발을 디딘 새로운 시작을 하는 사람들이나 청소년들이 들었으면 정말 좋을 것 같고. 유튜브에서 교회오빠 이렇게 말하고 있는 모습도 그려지고요.ㅎㅎㅎ

협력 :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본 선미님을 이야기드려볼게요. 그동안의 대화에서 '잠재력'이란 표현을 많이 하셨고 선미님에게 중요한 단어라고 생각했거든요. 

나 : 맞아요. 잠재력이란 단어는 제게 중요해요. 한 예시로 지난주 몰입하는 바람에 화요일 대화의 시간을 완전히 까먹은 날이요. 어린이 아트테라피차트를 작성하고 있었는데 7살 어린이집에서부터 저에게 배우고 있는 아이들의 성장과정을 적고 그 잠재력을 보는 것이 너무 즐겁더라고요. 밤을 새도 하나도 힘들지 않고 몰입이 되는 경험이었어요. 내가 발견한 아이들의 잠재력을 어머니들에게 전달해서 아이에 대해 더 잘 알게 도와주는 것도 좋고 우리 아이에게 이런 마음이 있었냐면서 그 차트를 보고 우시는 분도 있고요.

협력 : 지금은 선미님이 잠재력을 발견해 주는 훈련의 시기일 수도 있겠지만 이 활동의 본질은 뭘까? 왜 해보고 싶은 것일까? 시간이 흘러서는 이런 잠재력을 발견하는 눈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나만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눈으로 봤을 때 나눌 수 있는 것을 가르치고 있는 모습이 그려지네요. 그런 눈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지는 거죠. 눈이 많아지면 혼자 일을 안 하셔도 되고.

나 : 아........ 통찰력이 대단하세요.  

협력 : 선미님은 잠재력의 비전을 이미 보시지 않았을까. 성령님이 하시는 말을 들었고, 비전은 사람이 볼 수 없잖아요. 성령님과 교감하는 훈련이 이미 되신 것 같아요. 아니면 이미 잠재력을 발견하는 은사나 능력이 있으신 것 같아요. 발견이라는 것이 남들은 보지 못하는, 가려져있는, 결국 사람 안에 있는 것들인데 , 선미님이 발견한 것을 표현해 주고, 그것이 예수님을 닮아가는 것일 수도 있고요. 잠재력을 막 거짓으로 이야기해 줄 수는 없잖아요. 진짜가 되려면 하나님에게로부터 나오는 건데, 하나님과 연결되는 느낌, 그렇게 되려면 맑은 눈으로 바라보셔야 할 것이고, 이미 주신 걸 발견하는 것이니까요.

나 : 이야기를 듣다 보니 아이덴티티 수업할 때 권민대표님이 저에게 하신 질문이 있어요. 100개의 나를 표현하는 그림 중에 절대 버리지 않을 한 가지를 고른다면 무엇을 고르시겠나구요. 그때 저는 바로 고를 수 있었는데요. 눈이었어요. 제가 그린 것은 아니고 구글 이미지에서 캡처했던 눈의 이미지 사진인데 눈과 눈썹을 몇 명의 사람들이 갈고닦고 있는 이미지예요. 그때 당시에는 아름다운 것을 바라보는 지혜로운 이 눈은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대답했거든요. 맑은 눈과 이 눈의 이미지가 연결되어 생각이 되네요. 

협력 : 그러셨군요.

나 : 한 가지 더 질문을 드릴게요. 내가 하고 싶은 욕심과 하나님의 응답을 어떻게 구분하세요? 저의 상황을 예를 들면 남한산성에서 일을 하는 것이 거기서 생활했던 시간의 축적과 인맥들로 더 편할 것 같고 잘 될 것 같은데 아이들 학교가 가깝다는 이유로 이 집으로 이사를 왔어요. 이 집이 뷰가 진짜 좋거든요. 우리 형편에 절대 올 수 없는 집이었는데, 블로그를 보다가 미술교습소가 눈에 다시 눈에 들어오는 거예요.  꾸준한 돈이 들어오게 하면서 내가 공부를 하려면 미술교습소를 하라고 했는데. 해볼까? 이 생각에 어제 밤잠을 설쳤어요. 이 집에서 해도 될까? 이 마음을 주신 것은 하나님의 계획일까 돈을 우선순위에 둔 나의 욕심일까. 이런 고민을 하고 있어요.

협력 : 저 같은 경우는 하고 싶어 잘 될 것 같아, 이런 느낌이 들었다면 그건 나의 욕심이더라고요. ㅎㅎ 사업을 벌이고 싶고 돈을 벌고 싶고, 솔직히 하나님 길을 열어주세요라고 기도를 하지만 제 욕심인 거죠. 반면에 '어쩔 수 없이 해야 해, 이 일이 좀 꺼려져.' 그런 일은 내 힘으로 못하잖아요. 그럼 그것이 응답의 방향이 아닐까. 중요한 건 한 번의 선택이 인생을 좌우하지 않아요~~~ 확실할수록 조심해라. 이 말을 드리고 싶네요."

나 : 회고록 쓰고 계세요? 저와 나누었던 이야기를 저만 듣는 게 아까워요. 제 딸한테도 들려주고 싶고, 책으로 남겨도 좋겠어요. 

협력 : 제가 아직은... 아마도 그렇게 될 날이 올 수도 있겠네요. 선미님이 잠재력을 보시는 분이라는 걸 저도 중요하게 생각하다 보니 저에 대해 그려지셨다고 말씀해 주신 것이 허투루 들리진 않네요.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나 : 저도 오늘 이야기를 하다 보니 기도의 방향이 잡힌 것 같아 감사드려요.

이렇게 대화는 마무리하고 다음 주 우리의 할 일. 키워드 노트를 만들어 만나기로 했다.

이제 끝까지 하고자 하는 4명의 멤버와 200개의 나만의 키워드 언어를 정리하는 노트를 쓴다.  이번주까지 나의 키워드를 7개 찾았다. 책을 보며, 이야기를 들으며, 일상에서 깨닫는 것들을 이 키워드가 쓰인 빈 곳에 채워 나만의 언어로 변신할 것이다.  


 


공방을 해야하나.아뜰리에를 해야하나, 장사를 해야하나, 프리랜서의 퐁당퐁당이냐  여전히 오리무중을 걷고 있는 와중이다. 미술교습소가 어제 오늘 눈에 들어온 이유는 이 프랜차이즈를 이끄는 이동영대표님도 크리스천으로 이 사업을 하고 계시고. 겉으로 드러내진 않으시지만 미술로 사랑을 전하는 사역을 하시는 거였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동역자가 되는 건데 하나님이 마음을 주신걸까. 좋은 뷰의 집을 주신 것은 이 곳에서 뭘 하라고 계획된 것은 아닐까. ' 가서 제자 삼으라'는 말을 어디서 실천할 것인가. 

이것이 하나님의 계획이라면 발걸음을 인도하실 것이다. 


정말 내 상황에서 잘 안될 것 같은 일이라면 . 그게 정말 해봄직 하지 않나? 나의 계획에 내가 속지 않도록. 하고 싶은 데 내 힘으로 안될 것 같은 일, 오히려 그것을 선택하는 일에서 나의 가치가 최대 발현될 수도 있다.  

꿈을 꾼다면 말도 안되게 꿔야 한다. 나를 초월하는 꿈을 꿔야한다. 그게 하나님의 영광이 되도록. 


비전, 목표가 자기가 자기를 속일 수 있다는 말, 비전때문에 망했다는 권민대표님의 말은 충격이었고, 꿈이 없어진 나에게는 해답이었다. 10년을 기도하며 하나님의 일의 사역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잘 안되자 분노가 나오더라는 말, 그건 내 비전이었더라는 것이다. 목표가 있다는 건 어쩌면 크리스천들에겐 위험하다. 그렇다면 목표가 없어야 하나? 이렇게 해석하는 건 더 위험하다. 하나님과 윈윈하려고 했던 마음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라는 말이시다.  내가 꿈이 없어졌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으로 살았던 정선미의 인생의 꿈은 이제 버리고, 새로운 가치로 창조된 나의 모습이 하나님의 부르심이기를 소망하는 것이다. 



  


권민대표님과 1월부터  아이덴그램  워크숍을 시작했다. 30명의 신청자 중에 14명이 팀작업으로 시작을 했고, 현재 4명이 남았다. 1~2월은 회고록을 피드백하고 필독서를 읽고,  3월에 다큐멘터리 영상을 편집하고, 오프라인 모임을 했다. 4월에 다큐노트를 쓰기 시작했다. 나의 세 가지 가치로 내 삶의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감독이 되는 노트이다. 나의 세 가지 가치인 창조, 쓰임, 성장을 우선 순위로 두고 살아간다고 다짐해놓고서는  우선순위가 돈으로 바뀌는 순간 확실히 흔들리는 나를 발견했다.  


이 대화의 시간을 만들고자 했던 것은 4월, 지방에 계셔서 오프라인 모임에 못 오셨던 협력님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 그동안 몇몇 분과 이런 코칭대화를 나누며 도움이 되었다는 협력님의 회고록에서 이 이야기를 읽었을 때 의아했다. 대화의 주제나 목적 없이 자유로운 대화가 가능할까? 어색하지 않을까? 


오~~~ 가능하다!!!!

이런 시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하나님이 주신 특별한 경험을 일반화시키지 말자. 



새로운 이름, '김결'은 '김결의 언어'를 써야 한다. 

김결의 언어를 정의하는 사전만들기를 한다.

그리고 나는 그날 죽는다. 

내 죽음의 기한을 알게 된 나는 유언장을 쓰고 주변 인생정리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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