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신문 첨성대 칼럼 2024년 8월 29일 게재
열심히 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고? 결론부터 말하면 노력한다고 누구나 성공하는 일이 ‘반드시’ 일어나지는 않는다. 열심히 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단언에서 가장 심각한 오류를 만드는 것은 ‘누구나’라는 표현이다. ‘누구나’ 무엇이든 다 할 수 있고 ‘누구나’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표현은 지극한 과장된 표현이다. 이런 표현은 대개 광고에서 많이 등장하는데 이런 광고는 과장 광고이고 허위 광고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노력을 강조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현재의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생각해 볼 때,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 간에는 시대의 차이 그리고 그로 인한 환경의 차이가 존재한다. 부모 세대는 무조건적인 노력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성공을 이루어낼 수 있던 환경에서 살았다. 그러나 그 시대에도 각 개인이 처한 환경은 달랐던 탓에 노력을 했던 모두가 성공한 것은 결코 아니다. 자녀 세대가 성장해가고 있는 지금의 환경은 더욱 다원화되고 있어서 무조건적인 노력만으로는 무언가를 이루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누구나 노력하면 된다는 말에는 두 가지의 함정이 담겨 있다. 그 첫 번째는 개인의 흥미와 적성을 무시하고 적용되는 ‘누구나’이다. 한 개인의 흥미와 적성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다. 그의 선천성에 바탕을 두고 그 분야에서 노력하면 대개는 각자가 원하는 성과에 이르게 된다. 각자가 원하는 성과조차도 다를 수 있다. 노력을 통해 성공의 길로 들어서는 것을 만족스러운 성과로 생각할 수도 있고 혹은 스스로 삶의 행복을 얻는 것에 만족할 수도 있다.
누구나 다 할 수 있다는 말이 어느 정도라도 가능해지려면 전제가 필요하다. 적어도 ‘자기가 원하는 것’ 혹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라면 전제가 붙는다면 일리가 있는 표현이 된다. 좀 더 정확하게는 자신이 부여받은 달란트 혹은 소명에 맞는 일이라면 열심히 노력하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다. 무조건적인 노력만을 강요하는 말들은 개인의 흥미와 적성이 더욱 다원적으로 확장되어 가는 이 시대에는 금기시되어야 하는 말이다.
두 번째의 함정은 노력 그조차도 인간이 타고나는 재능 중의 하나라는 점이다. 연세대 심리학과 김영훈 교수는 그의 저서 ‘노력의 배신’에서 ‘노력도 타고난 재능이어서 노력하고 싶다고 누구나 노력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펼쳤다. 어떤 사람에게는 노력이 굉장히 어려울 수도 있고 어떤 이에게는 노력이 굉장히 쉬울 수도 있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깊은 공감이 가는 내용이다.
이런 점에 근거해 우리는 노력에 대한 태도를 새롭게 가져볼 필요가 있다. 노력한다는 것을 개인의 선택으로 생각하는 태도를 우선 바꾸어야 한다. 심리학자들은 연구를 통해서, 재능을 가진 사람이 노력했을 때 재능이 없는 사람이 노력한 것보다 더 효과가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말하자면 무언가를 열심히 한 사람이 그것을 잘하게 된 것처럼 보이지만, 원래 그것에 재능이 있는 사람이 더욱더 열심히 그것에 집중하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무언가를 할 때에 동기를 가지고 임하면 훨씬 성과가 좋아지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청소년들뿐 아니라 살아오면서 무언가에 맹목적인 노력을 해왔던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것이 있다. 자신이 가진 꿈과 자신이 그간 들여왔던 노력 사이에 존재하는 미묘한 상관관계를 확인해 보라는 것이다. 그 상관관계를 깊이 인식해야 노력의 값어치가 비로소 힘을 발휘한다. 말하자면 자신이 선천적으로 타고난 재능 즉, 흥미와 적성이 무엇인지를 먼저 알아야 하고 이를 토대로 자신의 성향에 맞는 방식의 노력이 어떤 것인지를 파악해서 자신의 몸에 맞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무조건적인 노력을 강요하는 사회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 사회는 무조건적인 노력보다는 ‘그는 무엇에 노력하는 것이 효과적인가’를 함께 고민해 주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들이 효과적으로 실현되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