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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나무 Mar 29. 2022

상상력 근육을 키워볼까?

-코로나가 종식되면 가장 하고 싶은 일-

우리 다음 달에 보자.
        코로나 좀 잠잠해지면….     


기가 막힐 노릇이다.

 

2020년 2월 마지막 주, 대학교 친구 희와 이런저런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던 만남을 하기로 한 전날이었다. 연일 뉴스에서 코로나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던 그때, 우리는 약속을 다음 달로 미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나보다도 걱정 지수가 높은 친구가 그러자 했다. 그런데, 엎드리면 코 닿을(남편은 내 코가 작아 늘 아니라 놀리지만) 거리에 사는 그 친구를 2년이 넘도록 못 보고 있다.     

출처_pixabay

잠잠해지기는커녕, 한 달이면 없어져야(?) 했을 그 망할 코로나는 당시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2년이 지나도록 현재 진행형이다. 하루 확진자 수가 2020년 2월 23일 기준 123명일 때 벌벌 떨며 약속을 미뤘는데, 이번에는 이름도 이상야릇한 오미크론, 스텔스오미크론이 강타하더니 하루에 30만, 40만을 넘긴다. 우리는 각의 시간 안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며 기약 없는 약속 날짜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그 친구를 코로나가 종식되면이 아니라 내 생일이 있는 다음 달엔 꼭 볼 거다. 아, 전화나 카톡 말고, 진짜 친구가 너무 보고 싶다.    

 

일단 친구 얼굴 좀 보고 내 진짜 욕심을 채우자는 심보구나 하겠다 싶다. 하지만 해외여행이 너무도 고프다. 코로나가 끝난다는 문장보다는 ‘코로나로 안전에 위협을 느끼지 않을 때’라는 표현이 여행 날짜를 좀 더 당길 수 있을까 싶어, 그때 떠나고 싶다. 회의주의자가 아니더라도 회의주의가 되어버린 상황. 그 녀석이 과연 사라질까 싶어 ‘코로나가 끝난 후…….’란 말을 아낀다.


“내가 군대 있었을 때 말이야...” 남자들이랑 군대 얘기 시작도 하지 말라 하는 것처럼, “내가 코로나 때문에 진짜….”로 시작하지 않을 사람이 또 누가 있겠냐 마는. 특히 아이 키우는 엄마들은 말할 것도 없이. 그런데 나, 진짜 코로나 때문에 억울한 사람이다.     

내가 20~30대를 보냈던 회사는 항공사였다. 퇴직자에게 주는 혜택으로 나는, 근무 연수의 절반 기간만큼의(단, 최대 기간 제한) 재직 중 누렸던 직원 항공권 왕복 8매(년)를 덕분에 받게 되었다. 나의 경우 총 15년간 근무를 했으니 자그마치 7.5년.


그런데 퇴직하고 바로 대학원을 입학하는 바람에, 그 항공사 노선이면 어디든 이용을 할 수 있는 항공권을 제주도, 그것도 아이의 동계훈련 따라가는 것으로 겨우 사용했다. 방학 때조차 첫째 아이의 대회 쫓아다니랴, 학교 스터디 모임 참여하랴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다. 그때만 해도 졸업하면 아이들과 1년에 한 번쯤은 해외여행을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 같다.


현실은? 졸업과 동시에 코로나로 아이들과 갇혔다. 그리고 또 2년이 지났다. 대학원 2년과 코로나 2년으로 4년 치 항공권이 날아갔다. 물론, 운동하는 첫째의 일정들, 남편의 회사 프로젝트 상황 등 때문에 항공권을 사용할 기회가 없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억울하기만 하다. 아이 둘 엄마의 힘겨운 대학원 시절 막바지에 힘을 내는 동력은 여행이었다.  퇴직자에게 주는 회사의 최대 배려라, 특수 상황이지 않냐고 기한을 연장해달라 할 수도 없다. 코로나의 발병지 중국에 항의할 수도 없는 노릇.



그런 상황이라면...

일단 떠나자. 상상 속으로. 3년 반치의 항공권을 어떻게 요긴하게 쓸 것인지.  

출처_clien.net

먼저, 가까운 일본에 가고 싶다. 사실 대학원 다닐 때가 한일 관계 상황이 악화되어 자주 이용했던 유니클로도 딱 끊었던 시기였다. 그런 분위기만 아니었더라면 주말 이용해 짧게라도 갈 수 있었지 않을까 싶다. 그림책을 공부하면서 만나 친하게 된 지인은 고등학교 일본어 선생님이다. 언제든지 일본 가이드가 되어준다 했다. 언어가 되는 친구와 일본 여행이라니! 과거 남편이 일본어 좀 한다고 믿고 갔다가 ‘돌고 돌고 돌았던’ 동경 거리가 생각난다. 물론 그 당시 감정은 ‘화’였던 거 같은데 지금은 피식 웃게 하는 추억이다. 기억을 미화시키는 추억이 갖는 특권이지 싶다. 나는 지인과 일본에 가서 함께 벚꽃 비를 맞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일본의 그림책 책방 투어를 함께 하고 싶다고. 일본의 그림책 역사는 거의 300년이다. 얼마나 많은 그림책 박물관, 서점들이 있을까. 몇 년간 죽어있던 여행 세포들이 살아나는 느낌이다.      


출처_pixabay

그리고 독일 뮌헨에 가족여행을 가고 싶다. 첫째가 3학년 때였나, 축구 선수를 꿈꾸고 있었고 맨체스터 시티의 열렬한 팬이었다. 항공사 다니는 엄마의 꽤나 멋진 기획으로, 함께 영국의 맨체스터 시티의 맨시티 스타디움에 갔었다. TV가 아닌 EPL 실제 경기를 눈앞에서 보는 경험을. 아이의 영웅 아구에로를 눈앞에서 본 나도 눈이 휘둥그레었는데 아이의 기억 속에 영국 여행은 그야말로 말해 뭐 해였다. 아이에게 이번엔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 경기를 보여주고 싶다. 남편과 내가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선물이다. 그리고 뮌헨에 사는 보고픈 내 친구까지 만나고 온다면 이 독일 여행은 첫째 아이와 나에게 평생 잊지 못한 추억을 만들게 될 것이 분명하다.      

출처_하와이 관광청

그리고 ‘니가가라 하와이’. 내가 좀 가련다. 7살인 둘째는 자신의 기억 속엔 비행기를 탄 것은 제주도가 다인데 여행 어디 가고 싶냐 물어보면 꼭 하와이라고 답한다. 어디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들었길래 싶지만, 엄마인 나도 늘 가고 싶다고 말한다. 우리가 소위 하와이라고 말하는 호놀룰루가 있는 곳은 오아후섬이다. 8개의 주요 섬과 무수히 작은 섬들이 있는 하와이는 늘 사람들의 여행 동경지이기도 하다. 천혜 자연이 있고 각종 레저 스포츠를 경험할 수 있고, 쇼핑의 재미가 있는 곳이라 더 그럴 것이다. 다 필요 없고 하와이 바닷가에 수건 하나 깔고 누워 온몸으로 비타민 D를 받아내고 싶다. 상상하니 온몸이 벌써 따뜻해지는 효과. 간다면 이번에 나는 하와이 마우이섬으로 마음이 향한다. 그곳에서 죽기 전에 꼭 봐야 한다는 할레아칼라 산 정상에서 일출을 눈에 담고 싶다. 사춘기 중학생 아들 데리고 좀 무리려나, 북한에서도 안 건드리는 사춘기 아들인데 과욕이려나. 엄마 죽기 전 소원이라고 하고 드러눕지 뭐.    

  

요즘 주기적으로 마음이 가라앉고 기운이 나지 않는데, 코로나 블루라고들 하는 그게 종종 찾아오는 것 같다. 그런데 오랜만에 여행 상상을 하니, 여행 가기 전 각종 블로그를 밤새 뒤지고 정보를 찾아 이곳저곳 갈 계획들을 세우던 나의 열정이 살아나는 기분이다. 말띠에 역마살 끼 있는 나. 마이 참았다.

     

언제 끝날지, 언제 ‘이제 안전해. 괜찮아.’ 하며 비행기 탈 계획들을 세우게 될지 모르겠다. 분명 나는 2020년 2월, 한 달 후면 이름도 생소했던 불청객 ‘코로나’가 사라질 줄 알았으니. 그 어느 것도 예측하고 단정할 수가 없다. 하지만 이 팬데믹 상황이 영원하진 않을 것이다.

우리 그때까지 상상력 근육 좀 키우고 있으면 어떨까?      


#당신은코로나가끝나면무엇을가장하고싶으세요?

#이번에도오로라여행추가를못했네#죽기전에꼭하고싶은오로라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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