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말고 주식 사 주세요_소이언 지음, 우지현 그림, 우리 학교
올 한해 어린이를 위한 경제도서가 제법 출간된 것 같습니다. 이 책도 올해 출간된 책이네요. 앞서 <존리의 금융 모험생 클럽>을 읽고 난 후 이 책을 연지가 펼쳐 들었는데 얼마 읽지 못하고 책을 덮더라고요. 왜 그런가 싶어 제가 읽어보니 스토리 형식으로 엮어진 책이 아니어서 그러지 않았나 짐작해 봅니다. 연지는 스토리 책을 유독 좋아하거든요.
이 책은 학교 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경제와 주식에 관한 내용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것처럼 읽혔습니다.
4학년 2학기 사회 교과서를 보니 경제의 원리에 대해 개괄적으로 소개해 줍니다. 어쩌면 이 책은 사회 교과서 심화 과정이라고 생각되기도 하네요. 엄마의 시선에서는 <존리의 금융 모험생 클럽>보단 내용이 좋았습니다.
제가 어릴 때 돈에 호기심을 보이면 '너는 그런 거 몰라도 되니까 엄마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된다.' 뭐 이런류의 얘기를 듣고 자랐습니다. 어떻게 하면 돈이 돌고 도는지에 대해서 그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었죠.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하면 돈은 저절로 벌게 되는 줄 알았어요. 직장에 다니면서 월급을 받아 꼬박꼬박 저축을 하면 부자가 될 줄 알았습니다. 오직 저축에 올인했지만 아직 부자가 되지 못했어요. 그렇게 20년이 지났는데 앞으로 얼마나 더 일을 해야 노년에 일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요?
고루한 방식으론 평생 일만 해야 할지도 몰라요. 마흔이 넘어도 미래가 불투명합니다. 일찌감치 노후대비가 된 사람들은 다르겠지만 대부분은 준비가 덜 되었다고 생각되네요. 설마 '나는 나중에 우리 애가 있으니까 괜찮아.'라며 아이에게 무거운 짐을 짊어주는 부모는 없겠죠? 지금 나도 힘든데 내 아이가 성인이 되면 노령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서 자기네들 먹고살기에도 빠듯할 거예요. 더 이상 한푼두푼 아껴서 월급만 모아서 살아갈 수 있는 시대가 아니란 거죠. 시대가 변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이런 질문을 합니다.
우리는 살면서 계속 돈을 벌 수는 없어요. 어리거나 나이가 많으면 일을 하기 힘드니까요. 직업을 잃거나, 질병·사고로 크게 아파도 돈을 못 벌어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어린이든 성인이든 노인이든 계속 돈을 써야만 살 수 있어요. 만약 돈을 버는 시간보다 돈을 쓰기만 하는 시간이 더 길면 어떡하죠? 돈이 없는 시절에도 모아 둔 돈을 쓸 수 있도록, 우리에겐 돈에 대한 계획과 대책이 꼭 필요합니다.(p.28)
마흔 넘어서 노후대비를 하려니 조급함이 듭니다. 이 글을 읽다 보니 아이들에게 조금 일찍 재테크 방법을 알려주면 내 아이는 나보다 조금 일찍 여유롭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함께 읽고 배우고 있습니다.
부모님이 투자를 고민하는 건 따로 이유가 있어서예요. 안타깝게도 이제는 투자를 하지 않으면 여유롭게 살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랍니다. 열심히 저축하는 것만으론 넉넉하게 살 수 없다네, 도대체 우리가 사는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p.29)
좋은 주식은 무엇인지 어떻게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지에 관한 방법도 설명해 주네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작고 튼튼한 회사의 주식을 싸게 산 다음, 회사가 클 때까지 기다려 비싼 값에 파는 거예요. 회사가 잘 되기를 응원하는 마음이 저절로 들겠죠? 회사를 고르기 어려우면 경제를 앞장서 이끌어 가는 크고 유명한 기업의 주식을 사는 것도 좋아요. 이런 주식이 원래 비싸고, 갑자기 확 오르지는 않지만 조금씩 꾸준히 오르니까 오래오래 가지고 있다가 팔면 돼요.(p.56)
토마 피케티라는 경제학자가 300년 동안 세상이 어떻게 굴러왔는지 살펴봤어요. 그랬더니 돈이 불어나는 속도가 경제가 성장하는 속도보다 항상 빨랐다고 해요. 사람들이 일하고 물건을 만들고 세상을 움직이며 버는 돈보다, 돈이 돈을 버는 속도가 훨씬 더 빨랐던 거예요.
그렇게 되면 돈을 많이 가진 소수의 사람은 돈이 돈을 불러와 빠른 속도로 더욱더 부자가 돼요. 세상이 돈이 많아질수록 돈은 돈이 많은 사람들에게 흘러가요. 열심히 일한 돈을 모아, 그 돈을 조금씩 굴리는 평범한 사람은 아무리 노력해도 늘 제자리예요. 그런 세상은 별로 좋은 세상이 아니겠죠? (p.88)
일주일에 3천 원씩 연지에게 용돈을 줍니다. 매일 적다고 투덜거리는데요. 일전에 하루는 은행에 가서 통장을 만들어달라고 해서 함께 갔습니다. 연지가 사용할 보통예금 통장과 명절이나 가끔 어른들께 받는 용돈을 저금할 청약 통장 2개를 만들고 왔는데요. 그날부터 보통예금 통장은 연지가 관리하고 있습니다. 용돈이 적다고 투덜대면서도 어느새 4만 원이나 모았더라고요.
10월 둘째 주가 지나서는 이자가 2원이나 붙었다며 생경한 표정을 지어 보이기도 했습니다. 연지가 요즘 자주 되묻는 말은 '엄마, 1년에 10억을 이자로 받으려면 얼마가 있어야 돼?' '엄마, 내가 100억이 있으면 한 달에 이자가 얼마야?' 이런 류의 얘기인데요. 지금은 저금리라도 금리가 있기에 설명할 수 있지만 앞으로 계속 금리가 보장될지 알 수가 없네요.
제가 사회 초년생(2000년 초반) 일 때만 해도 시중 은행 금리가 5~8%를 웃돌아 적금만으로도 수익률이 괜찮았지만 지금은 어림없으니까요. 이대로 가다간 은행에 돈을 맡기고 수수료를 내야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어요. 은행에 저금하는 방법 외에 다른 방법도 고민해 봐야 해요. 연지에게 이런 얘기를 해주었더니 주식 통장도 만들어 달라고 합니다.
자본주의 시대에서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습니다. 가끔 탕진 잼도 필요하지만 용돈을 받아서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 아이와 함께 고민해보면 어떨까요?
글쓴이 소이언
서울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했고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책을 읽고 쓰고 만들고 있습니다. 기울어진 세상에서 어린 시민들과 함께 행복하게, 나란히 또 다정히 사는 방법을 찾기 위해 여러 선생님과 머리를 맞대고 바지런히 생각을 나누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 <공정:내가 케이크를 나눈다면> <혐오:재밌어서 한 말, 뭐가 어때서?> <바이러스 : 먼지보다 작은 게 세상을 바꾼다고?> <과학을 달리는 십 대 : 환경과 생태> <안녕? 나의 핑크 블루>등이 있습니다.
그린이 우지현
북한산 아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숲과 도서관을 좋아하고, 날마다 그림을 그리며 살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 <걸었어> <울보 바위> <내가 태어난 숲> <느릿느릿 도서관>이 있고, 그린 책으로 <수학 도깨비> <아빠와 함께 걷는 문학 길> <매일매일 힘을 주는 말> <마고할미네 가마솥> <감동의 환경 운동가들> <송곳니의 법칙> <우리 반 채무 관계>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