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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oh Jan 03. 2022

여보! 내가 호강 시켜줄께!

주식시장은 어떻게 반복되는가_켄 피셔, 에프엔미디어, 2021


2020년 3월 26일.

COVID-19 바이러스로 인해 폭락하던 주식시장이 최저점에 도달한 날입니다. 내내 파란색으로 도배가 되던 관심종목이 다음날부터 모조리 빨간색으로 바뀌는 걸 보며 지금. 지금 사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작용했습니다.

2020년 저희는 거주하던 주택을 매도하고 임대로 전환하여 주거지를 변경하였기에 약간의 시드머니가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날부터 남편에게 주식을 매수해 보면 어떻겠냐고 적극적으로 어필하여 은행 정기예금에 묶어두던 것을 해지합니다.

저는 성격이 급한 편이예요. 쉽게 타오르고 화라락 꺼지는 성격인 반면, 남편은 느긋하고 느긋한 편이라 급히 타오르는 저를 가라 앉히는데 최적의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때 저는 뭐라도 사야 할 것 같은 이끌림에 빨리빨리 빨리 이걸 사자. 저걸 사자면서 남편을 들들 볶았더니 남편이 그때부터 신중하게 고민을 합니다. 그때 제가 염두에 둔 종목은 키움증권과 SK이노베이션 2종목이었고, 남편이 선정한 종목은 SK텔레콤, 한국전력(한전ㅜㅜ), 삼성카드. 저는 남편에게 산다 산다 이거 산다고 말하고는 키움증권과 SK이노베이션을 100주씩 매수했는데요.

아니니다를까 말을 꺼냄과 동시에 남편이 노발대발하며 귀에 피가 날 정도로 잔소리를 해서 바로 매도를 하고(ㅠ) 남편이 매수하라고 하는 한국전력과 삼성카드를 매수하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뭘 사도 되던 시기였기 때문에 일 년 치 임대료를 감당할만큼의 수익률을 거두게 되었죠. 그런데 저는 분한 마음이 드는거예요. 제가 선정한 종목이 2배 3배가 오르는 동안 남편이 선정한 종목은 20~30%의 수익률만 안겨주었기 때문이죠. 남편에게 이 부분을 강력하게 어필해보았지만 반응은 시큰둥했습니다. 몹시 기분이 상했지만 가정의 평화를 생각해서 그쯤에서 마무리 했습니다.

21년에 접어들어 남편에게 다시 어필을 합니다. 앞으론 어떻게 할 것이냐, 아직 주식을 그만둘 타이밍은 아닌 것 같으니 은행에 예치하지 말고 종목 매수를 권하면서 혹시 점찍어 둔 종목이 있느냐 물어보았습니다. 워낙에 신중한 남편이 이번에 선정한 종목은 한국전력(ㅜㅜ), 삼성카드(ㅠㅠ) LG유플러스.

"연지 아빠는 왜 맨날 한전이랑 삼성카드만 사는 거예요? 다른 것도 많잖아."


"나는 이 집안의 가장으로서 연지 엄마처럼 시류에 휩쓸려 아무렇게나 결정할 수가 없어! 주식을 하더라도 나는 절대 잃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 그렇기 때문에 주식을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안전한 종목. 내가 생각하는 것 중에서 한전, 삼성카드 이런 종목이 다른 종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해 보여서 선택하는 거야. 내가 연지 엄마 말만 듣고 금방 타올랐다가 그게 잘못되면? 그때는 어떡하려고 그래?"


"........................"

남편 말이 백번 맞습니다. 한국전력과 삼성카드는 주가 변동폭이 극히 적은 종목에 속하니까요. 남편의 시나리오대로라면 이들 두 종목은 주가 등락은 적지만 배당 수익률은 좋은 편이니 주가가 하락하면 배당만 해도 예금 금리보다 높은 편이니 욕심내지 말고 두 종목을 다시 매수하라고 했고 저는 남편이 선정한 종목을 매수했습니다. 제가 거기서 가타부타 일장연설을 늘어놓아봐야 듣지도 않고 자꾸 잔소리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은행에 넣어 놓으라고 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죠.

포기를 모르는 저란 사람. 항변의 일환으로 남편이 처음으로 언급했던 LG유플러스도 함께 매수하자고 했습니다. 말을 꺼낸다고 바로 매수하는 성격이 아니다보니 그 사이 LG유플러스에 대해서 공부를 해놓은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당시 LG유플러스는 장기간 횡보 상태로 주가 움직임DL 사실상 거의 없다고봐야할 시점이었습니다. 망설이던 남편이 처음으로 LG유플러스 매수를 허락 했습니다. 이는 남편 성격에 굉장히 큰 모험을 한 셈입니다.

매수를 하고나서 남편은 다른 때에 비해 주식 관련 방송을 시청하는 일이 잦아졌고, 때에 따라서는 밤에 잠을 못 자고 뒤척이는 날들이 늘어났습니다. 남들은 집도 날리고 전세금을 날리기도 한다던데 이 사람에겐 절대로 그런 일이 발생하면 안 되는 일이기에 얼굴이 수심이 가득해 보였습니다.


"아무래도 당신은 주식하면 안 될 것 같아. 그렇게 잠도 못 자고 불안해해서 어떡하나요? 적당한 상황 봐서 매도해야지 그렇게 스트레스 받아서 어떡해."


"그러게, 나도 이 정도로 신경이 쓰일 줄은 몰랐네. 생각 좀 해봅시다."


"그래요. 연지 아빠가 처음에 얘기하던 것처럼 주가 하락하면 배당받으면 되니까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고, 그도 저도 아니면 골치 섞느니 그냥 매도해버리고."


"그려."

맙소사! 하늘이 도운 것인지 지지부진하던 LG유플러스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밤잠 설치던 남편이 움직이는 주가를 보고는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구요. 결과적으로 엘지유플러스와 한전으로 올해도 임대료를 감당할 만큼의 수익률을 내고 매도를 했습니다. 사실 삼성카드도 중간에 매도하고 싶어 했지만 유독 아쉬운 마음이 들어 배당을 받고 조금 더 가져가보자고 남편을 설득했습니다. 12월 29일 배당락일. 삼성카드 7% 하락. 남편이 또 불안해하지 않을까 염려가 되어 우리 아직 예수금 이만큼 있다고 알려주었더니,

"오케이! 그럼 3만 원 밑까지 내려가면 추매합시다!"

"응, 얘기해 줘요."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것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행동재무학 등 행동주의 연구자들은 이러한 인지 오류를 ‘확증 편향’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자신의 편견을 뒷받침하는 증거만 찾을 뿐 그것과 충돌하는 증거는 외면한다. 행동주의 연구자들은 인간의 이러한 행태가 진화의 소산이며, 이 덕분에 흔히 직면하는 극심한 난관 속에서도 자신감을 잃지 않고 거듭 더 열심히 노력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러한 행태가 역효과를 불러온다.

투자자 중에는 낙관론자보다 비관론자가 많다. 물론 단호한 비관론자마저 행복감에 젖어 낙관론자로 바뀔 때가 있지만(이는 흔히 시장에 위험 신혼가 된다), 전반적으로 보면 비관론자가 낙관론자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그러나 주가는 하락할 때보다 상승할 때가 훨씬 많다(상승 빈도가 3분의 2 이상이다).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실적을 얻지 못한다. 그래서 “남들이 탐욕을 부릴 때는 두려워하고 남들이 두려워할 때는 탐욕을 부려야 한다"라는 워런 버핏의 말이 유명해졌다. (p.27)

사람들은 여전히 똑같은 문제로 애를 태운다. 부채, 신용위기, 주택 가격 하락, 은행 부실화, 빈털터리 소비자들. 1991년에도 애를 태웠던 문제들이다. 했던 고민을 또 한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면서 재잘대기만 하는 원숭이들이다.(p.49)

이번에 다른 일이 벌어지려면 인간의 본성에서 이윤동기가 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P.51)



남편은 지극히 합리적인 투자자이나 비관론자에 속하고, 저는 낙관론자입니다. 늘 이기는 투자는 없지만 길게 보면 은행 금리보단 낫다는 것이 입증되었기에 크게 욕심내지 않으면 주식 투자만 한 것이 없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거든요.

지금도 누구는 뭘 사야 한다. 뭘 해야 돈을 번다. 앞으로 하락한다. 이걸 해라. 저걸 해라 시끄럽게 떠들지만 모두 확증 편향에 사로잡혀 남의 얘기는 잘 듣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 말인즉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데로 한다는 것이죠. 투자를 하면서 절대적으로 지키는 약속. 워런버핏의 투자 원칙. 1번 잃지 않는다. 2번 1번을 잊지 않는다. 그리고 손절은 없다.

비관론자인 남편은 종종 '있어봐. 지금 장세가 안 좋아. 곧 폭락할 거야. 조짐이 보여. 폭락하면 대출까지 받아서 몰빵할 거야.'라고 얘기하지만, 과연 그런 생각을 당신만 할까요? 라고 되물었을 땐 '그런가?'라고 대답할 뿐 앞으로 시장이 어떠할지는 그 누구도 알 수가 없습니다. 다만, 추매로 대응할 수 이는 이유는 지구가 종말 하지 않는 이상 인간의 탐욕은 절대로 꺼지지 않을 것이다. 나라가 망하지 않는 이상 시장은 다시 되살아난다라는 사실 때문입니다. 이 책을 보며 다시 한번 일깨워봅니다. 사실 남편과 함께 하는 투자 외에도 아르바이트하며, 생활비 아끼며, 온라인 스토어 하며, 직장 다니며 벌었던 돈들은 저 홀로 투자를 하고 있기도 해요. 제가 번 돈은 왜 자꾸 쓰려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돈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면 차 바꾸자. 뭐 사자. 뭐 사자. 사고 싶은게 왜 그렇게 많은지. 조용히 입 다물고 있습니다. 제 마지막 목표는 자동차도 다른 무엇도 아닌 남편이 바라고 바라고 또 바라는 남편의 퇴직이기에 꾸준히 공부하고 투자해서 남편을 퇴직시켜주는 것이거든요. 마시멜로의 유혹처럼 지금 잠깐 행복하느니 나중에 더 큰 행복으로 돌려주려고 합니다. 그러니 부디 그때까지만 잘 버텨줘요!



켄 피셔(Ken Fisher)

<포브스>에 칼럼 '포트폴리오 전략Portfolio strategy'을 33년간 연재하며 저명인사가 되었다. 미국, 영국, 독일의 주요 금융 및 경영 정기 간행물에도 다수 기고했고, 현재 독일의 유명 금융지<포커스 머니>에 매주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2018년 운용 자산이 1,000억 달러에 이르는 세계적인 자산운용사 피셔인베스트먼트Fisher Investments의 설립자이자 회장 겸 CEO다. 2017년 현재 재산이 38억 달러로, '<포브스> 미국의 400대 거부 명단'과 <포브스>세계 거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010년에는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가 선정한 '지난 30년 동안 가장 영향력 있었던 인물 30인'에 들기도 했다. 학술 논문 '시장 예측의 인지적 편향'을 비롯해 <3개의 질문으로 주식시장을 이기다>, <투자의 재구성>, <슈퍼 스톡스>, <90개 차트로 주식시장을 이기다> 등 수많은 저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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