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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oh Dec 27. 2020

자본주의 시대의 성공 방정식

작은 가게에서 진심을 배우다_김윤정



저는 책을 보지 않습니다. 저자를 봅니다. 책은 딱 저자만큼입니다. 책에 진정성이 담겨 있는지 보는 저만의 기준이 있습니다. 첫째, 자신의 경험을 말하고 있는가. 둘째, 독자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가, 셋째,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가.(p.5)


어디에 다니느냐로 승부하던 시대는 끝나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한 시대입니다. 더 나은 곳에 들어가기 위해, 그곳에서 더 높은 곳에 올라가기 위해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그 일에 명운을 걸고 승부하는 시대입니다. 저자는 그 길을 걸어왔습니다. 그리고 성공했습니다. 직장에 들어가 높은 자리에 오르고 높은 연봉을 받는 것보다 훨씬 값진 성공입니다. 저는 이 부부와 만나면서 우리 아들이 그렇게 성장해가길 바라게 됐습니다. 그만큼 사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여러분도 책을 통해 이들의 사는 모습을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들의 매력에 풀 빠져보세요. 헤어 나오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p6~p.7)_ 강원국 작가의 추천사



저는 고기리 막국수를 방문했던 적은 없어서 이 막국수집이 유명한 집이라는 걸 이번 책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처음에는 강원국 작가의 추천사가 있습니다.


이 책을 선택했던 이유는,

어떻게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고기리 막국수만의 노하우를 찾고 싶었습니다. 제가 지금 잘 못하고 있으니 선배에게 가르침을 받으려고 책을 읽기 시작했던 거죠. 그런데 읽다 보니 의문이 듭니다.


자본주의 시대에서 성공을 가르는 기준은 돈입니다. 누가 얼마를 벌었는지로 성공을 저울질 합니다. 그녀와 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돈'이죠. 그녀는 이 불황에도 장사가 잘 되고 있지만 저는 지금 이 상태 더 이상 진행하는 것은 의미가 없겠다 생각하던 참이었거든요. 제가 지금 하는 일이 가성비(노동력 대비 수익)가 떨어진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돈을 많이 벌어서 결국 책까지 엮어냈습니다. 물론 여타의 자기계발 서적이나 재테크 관련 서적도 마찬가지고요. 그들과 저의 차이점은 '일을 해서 돈을 벌었고, 나는 벌지 못했다.' 그래서 돈을 번 사람들의 얘기를 통해서 어떻게 하면 나도 돈을 잘 벌 수 있는지 방법을 배우고 싶은 마음에 책을 읽습니다.


책 제목과 초미에 보면 '고객 중심'으로 경영을 했다는 대목이 시선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읽다 보니 생각이 좀 달라지더라고요. 사업을 시작할 땐 누구나 생계를 위해서 시작합니다. 그러다 나를 찾는 고객이 늘게 되면서 경험을 쌓게 되겠죠.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죠. 이 경험을 통해 자기만의 노하우가 누적되게 됩니다. 그 누구도 처음부터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일하진 않는데 부각되는 것은 그것이니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막국수집은 올해로 10년 차 되었다고 해요. 처음에는 그들도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실수도 많이 했고요. 실수를 통해서 깨닫게 된 것들을 개선해가면서 말미에는 '고객 중심주의'까지 가게 되는 것이죠. 고객에게 진심이 가닿는 영업을 하기까지는 10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합니다. 단기간에 이룰 수 있는 성과는 아니고요. 대부분의 책들은 결과 지향주의로 제작이 되고, 우리는 성공한 얘기만 듣게 됩니다.


패턴이 비슷하니 따분한 구석이 있습니다.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 건 아니었고요. 일을 하면서 하나씩 개선해나가는 것이죠. 10년이란 세월 후에 돈을 많이 벌게 되었고 성공을 했습니다. 어떤 업을 시작할 땐 10년까지는 부딪히고 또 부딪혀야 성공할 수 있나 봅니다. 하... 10년이라니... 너무 아득하고 멀게만 느껴집니다.





만약 제가 좋아하지도 않는 음식을 손님에게 권해야 한다면 얼마나 괴로울까요. 제가 먹었을 때 도통 맛이 없는 음식을 맛있다고 팔아야 한다면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좋아하는 음식이니 손님에게도 권할 수 있고, 제가 먹어도 맛있는 만큼 자신 있게 팔 수 있습니다.


막연히 좋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특히 어떤 점을 좋아하는지를 세세하게 들여다보았던 것도 중요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남들도 좋아하게 만들 수 있을지 조금씩 터득해나갈 수 있었거든요. (p.43)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남들도 좋아하게 만든다. 읽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구간이었어요. 저한테 아무리 좋은 제품도 남들에게 좋은지 알 수 없어서 권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내가 판매하던 제품들은 내가 정말 아주아주 좋아해서 판매했었던 것인가? 진심이 부족하진 않았나? 하면서 실패의 원인을 분석해봤는데요. 이 부분에서 걸렸던 걸 보니 아무래도 부족했던 모양입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메뉴를 늘릴수록 점점 다른 집과 비슷한 집 중 하나가 되어갔다는 점입니다. 어떤 메뉴를 주문해도 무난하지만, 그렇다고 인상적인 메뉴가 하나도 없는 가게는 경쟁력이 없었습니다. 나중에 무엇 하나 남는 것 없이 조용히 문을 닫고 말았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고기리’라는 낯선 동네에 와 있더군요.(p.100)


대부분의 식당이 손님들이 찾는다는 이유로 맥락 없이 계속 메뉴를 늘립니다. 대개는 감당하기 힘들어지지요. 그런데도 식당 사장님이 메뉴를 늘리는 건 두 가지 마음 때문일 거예요. 첫 번째는 배려하는 마음입니다. “막국수는 애들 먹기 매우니까 어린이 돈가스 같은 메뉴가 있었으면 좋겠어요”라는 손님의 말만 듣는 것이지요. 손님의 말에 그렇겠구나 싶어 어렵게 메뉴를 준비해놓으면 그 손님은 오시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돈가스 전문점으로 가셨을 테니까요.


두 번째 마음은 불안감입니다. 장사가 처음인 사장님은 물론이거니와 오래 해오신 분들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한두 가지의 메뉴로 식당을 시작한다는 건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는 일이지요. 여러 가지 메뉴를 준비해놓으면 일단 본인의 마음이 편해집니다. 어떤 주문도 다 받아낼 수 있으면 적어도 다른 식당으로 가는 손님은 막을 수 있을 것 같고요. 하지만 벽면을 가득 채운 수집 가지의 메뉴 때문에, 외려 손님들이 불안해집니다. ‘사골 칼국수도 파는데 부대찌개라... 메밀막국수까지 파네? 음식 맛이 괜찮을까? 하고요.(p.103~p.105)



이 부분에서 또 걸렸습니다. 한 가지 제품을 판매하다 잘 되질 않으니 이것저것 가짓수를 늘려서 승부수를 띄우려고 했는데 그러다 보니 차별화가 없어졌습니다. 남들 다 팔고 있는 것으로 판매하고 있었던 거죠. 차별화도 없고 가격 경쟁력도 없고 매출이 부진한 원인이 또 있었네요. 구조적인 문제도 원인이지만 가장 큰 문제는 저 자신이었습니다. 12월에는 결정을 해야 했습니다. 계속할 것인지 말 것인지. 애는 쓰는 것 같은데 벌이가 시원찮은 것 같으니 남편의 잔소리도 심해져서 심리적으로 압박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느라 여러 날 마음고생도 했습니다. 일을 하지 않으면 이런 고생하지 않아도 되는데 사서 하는 고생이죠.


조급함을 버려야합니다.

일을 하는동안 제게 가장 필요했던 부분이예요.


원래의 계획은 이랬습니다. 내년 가을까지는 위탁판매로 자본금을 누적한 다음에, 누적된 자본금으로 제품 제작 단계로 넘어가려고요. 시나리오를 설명했더니 남편이 납득을 하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처음부터 제품을 제작하고 시작했으면 더 큰 실패를 했을지도 모르겠어요. 아무것도 모르니까요. 위탁 판매를 하면서 구조적인 부분을 알게 되고 계속 관심을 갖다보니 다양한 루트를 통해서 정보를 습득하고 있는 중인데요. 이 모든 것이 빨리빨리 성과로 연결되지 못하니 저도 답답함을 느끼고 옆에서 보는 사람도 답답해하고요.


저도 좋아하는 물품은 있어요. 밥을 하다 보니 그릇에 관심이 많은데요. 그릇류는 도매 업체 팔로우하는게 쉽지 않더라고요. 제가 특히 좋아하는 도자기 제품을 알아보고 있는데 도무지 알 길이 없어요. 어렵사리 몇몇 업체를 알아보게 돼서 방문을 해본 적이 있는데요. 사진과 현실의 괴리를 확인하니 진행이 어려울 것 같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구조적인 문제도 개선해보려고 합니다. 육 개월 뒤에 또 다른 실패담으로 글을 쓰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하핫.





국숫집이 처음부터 이름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 문을 열었을 때는 기술을 전수받은 곳의 ‘장원 막국수’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어요. 부끄럽지만 이름에 대해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고 말하는 게 정확하겠지요. 당시 저에게 가게의 이름이란 그저 간판이었거든요. 그래서 기술과 함께 이름도 받았습니다. 이름의 중요성을 모르던 시절이었습니다.


실은 이름에 신경 쓰지 못했던 또 다른 이유가 있었어요. 저희 머릿속에는 온통 잘해보겠다는 생각으로만 가득 차 있었습니다. 이 식당에 운명이 걸려 있었으니까요. 또 실패한다면 우리 가족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었지요. 그래서 다시 망하기 않기 위해 온 힘을 다했습니다. 식당 운영에만 매진하다 보니 정작 이름에는 신경 쓰지 못했습니다. 이름이야말로 식당의 첫 단추임을 그때는 알지 못했지요.(p.282)



고기리 막국수란 이름은 3년 전부터 불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름을 가게 이사하면서 다시 지었다고 해요. 그전에는 장원 막국수란 이름을 사용했는데, 7년이 지난 후에 이름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하셨던 거죠. 아무래도 7년 차에 접어드니 이름까지 돌아볼 여유가 생겼나 봅니다.


제가 처음에 사업자등록증에 내었던 상호가 브런치 닉네임인 아마란스였는데요. 친구가 상호를 보자마자 이름이 너무 어렵다고 쉬운 걸로 바꾸라고 합니다. 친구의 얘기를 귀담아듣고 불리기 쉽고 기억하기 쉬운 이름으로 변경했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하거나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이 아니야. 내가 선택한 것을 좋아하도록 해야 한다. 내 앞에 주어진 것을 좋아하도록 노력해야지.”(p.296)



마지막 글에 울림이 있습니다. 좋아하는 일로 시작을 했든 아니든 결국 내가 선택한 일을 좋아하도록 조금 더 걸어가 보려고 합니다. 아이를 돌보고 일을 해서 돈도 벌고 싶은 마음입니다. 당장 밖으로 나가면 일자리가 있지만, 밖에서 하는 일 말고 지금 있는 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고요. 아직 완벽한 실패는 아니니 더 부딪혀가면서 완전히(그만두는 날) 실패하거나 성공할 때까지는 끌고 나가보렵니다.





김윤정

서울에서 나고 자라 '정의여고' '숙명여대'처럼 어여쁜 이름의 학교만 다니다가 갑자기 '막국수' 집에 몸담게 되었다. 음식보다는 음식을 먹는 사람에게 더 관심이 있고, 막국수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유독 끌려 결혼했다. 공동대표이자 요리사인 남편 유수창과 함께 고기리 막국수를 운영하고 있다. 9년 전 하루에 한 그릇 팔던 국숫집은 하루 1000명이 다녀가는 가게가 되었고, 2020년에는 매출 30억을 넘어섰다.


어떻게 외진 마을의 작은 가게가 하루 평균 1000만 원의 매출을 올리게 되었을까? 먼 길도, 오랜 기다림도 이곳을 찾는 발길을 막지 못한 이유는, 단지 대표 메뉴인 '들기름 막국수'가 맛있어서가 아니다. 70번 이상 방문한 단골손님이 생길 정도로 국수 한 그릇에 손님을 위하는 진심을 담아내기 때문이다. 이는 10여 년 전, 이자카야를 운영하다가 수억 원대의 빚을 졌던 뼈아픈 실패에서 체득한 '진심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이루어낸 큰 성과다.


'매출을 어떻게 올릴까?'보다는 '손님에게 어떻게 잘해드려서 또 만나 뵐까? 가 인생 최대 고민이 되었고, '오늘은 어떤 막국수를 먹을까?' 매일 갈등하며 손님맞이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최근에는 오뚜기와의 협업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들기름 막국수를 알릴 방법을 연구 중이다.


타 업체와 경쟁하기보다는 고기리 막국수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에 몰두하는 김윤정 대표의 생생한 메시지는 불황에 빠진 이 시대에 꼭 필요한 혁신 가치를 담아 그 울림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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