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3일, 서초 예술의 전당에서 랑랑의 피아노 리사이틀이 열렸다.
랑랑은 중국 출신의 전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출중한 연주 실력은 기본이고,
청중의 귀와 눈까지 사로잡은 쇼맨쉽으로 유명하다.
나도 랑랑의 연주를 동영상으로 처음 접했을 때
다소 오바스러운 표정과 과한 몸짓에 '이건 뭐지...;;;;' 라는 생각을 했었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랑랑을 보고 있으면
마치 물고기 한 마리가 바닷속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장면이 떠오른다.
처음에는 약간 신기해서 일부러 찾아보기도 했으나
어느 순간부터가 그게 과하지 않고,
'저 사람이 정말 피아노 연주를 좋아하는구나, 연주에 심취해있구나'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난 랑랑의 팬이 되었다.
연주회나 뮤지컬을 보러 가면 늘 제일 좋은 자리만 고집하는 나
R석 기준, 18만 원에 달하는 가격의 압박 때문에
이번 공연을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했지만
지난번에 조성진 연주회를 가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떠올라 바로 예매 버튼을 눌렀다.
후회는 없다. 돈이 없을 뿐...
랑랑은 이번 공연에서 바흐의 <골든 베르스크 변주곡>과 슈만의 <아라베스크>를 연주했다.
슈만의 곡을 먼저 연주했는데 곡의 템포가 빠른 편이고,
나 역시 그런 곡을 좋아하기 때문에 즐기면서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다음 연주한 골든베르크 변주곡은 사실 조금 지루했다.
랑랑이 온다는 소식에 몇 번 들어본 게 전부인지라
곡의 매력을 제대로 알 수가 없었다.ㅠㅠ
아마 내가 나중에 골든베르크 변주곡을 좋아하게 되면
랑랑의 연주에 지루함을 느꼈다는 사실을 굉장히 후회하겠지?
잔잔한 멜로디로 시작해 서른 개의 변주로 이어지는
골든베르크 변주곡은 바흐가 제자의 이름을 따 만든 곡으로
진짜인지 아닌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은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바흐에게는 제자가 한 명 있었다.
그 제자는 한 백작에게 고용되어 매일 밤바다 피아노 연주를 해야만 했다.
백작에게 수면 장애가 있었기 때문이다.
바흐는 제자를 안쓰럽게 여긴 나머지 백작이 조금이라도 빨리 잠들 수 있도록 곡을 썼다.
그렇다. <골든베르크 변주곡>은 수면용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내가 지루했나...
모든 연주가 끝나고 퇴장한 랑랑.
아내이자 피아니스트인 지나 앨리스와 다시 등장했다.
그녀의 등장에 청중들이 랑랑이 나올 때보다 더 큰 환호를 보냈다.
예전에 인터넷에서 사진으로 보고 굉장히 미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니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 같았다.
'피아니스트'라는 교집합으로 가까워져 결국 부부가 되었다는 두 사람.
나란히 피아노에 앉아 멋진 앙코르곡을 들려주었다.
브람스의 <헝가리안 댄스 5번>
출처: 데일리한국
그 후 한국계 독일인인 지나 앨리스가
어릴 적부터 어머니에게 들었다는 한국 동요 '엄마와 누나야'를 연주하고
랑랑 역시 아름다운 중국의 곡을 연주했다.
제목을 몰라 아름답다고만 표현할 수밖에 없는데 정말 정말 아름다웠다.
그러고 나서 퇴장한 두 사람,
이젠 진짜 끝났구나, 생각하던 찰나 또! 다시 등장했다.
마지막으로 브람스의 ‘왈츠 2번’을 연주하며
피아니스트 부부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준 랑랑과 지나 앨리스
요 근래 내가 본 커플 중에서 가장 아름다웠다.
랑랑의 연주를 보러 갔지만 사실 랑랑이 연주한 곡은 내 스타일이 아니라 크게 즐기지는 못했고ㅠㅠ
오히려 지나 앨리스와 함께 한 10분 남짓의 앙코르 무대가
나에겐 더 큰 즐거움이었던 것 같다.
랑랑 오빠 또 와요.
와이프도 꼭 데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