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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이로운 고작가 Nov 01. 2022

음악 1도 모르지만
작곡가가 되었습니다.

#자작곡 발매기 

난 어릴 때부터 음악 듣는 걸 참 좋아했다. 1996년 HOT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을 때 뮤직뱅크, SBS 인기가요 같은 음악방송을 한주도 빼놓지 않고 챙겨봤고 MP3가 없던 시절에도 벅스뮤직이나 맥스MP3 같은 사이트에 접속해 밤늦도록 음악을 들었다. 


중학교 때는 영어 팝송부에 들어가 마이클 잭슨, 에밀리아, 시카고 등 다양한 팝가수들의 노래를 배웠는데 그때부터 팝송을 듣기 시작해 고등학교 때 영어 단어 대신 팝송 가사를 줄줄 외웠던 기억이 난다. (내가 공부를 못했던 이유.....) 당시 들었던 켈리 클락슨의 'because of you'라는 곡은 지금도 가사가 기억이 날 정도로 많이 듣고, 또 자주 불렀다.


2000년대 유행했던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 '맥스 mp3'


어른이 되고, 방송작가라는 직업을 갖게 된 이후에는 먹고사는 게 바빠 음악을 잠시 멀리했지만 30대가 되면서 시간적, 경제적, 심적 여유가 생기면서 다시 음악을 듣게 되었는데 새로운 노래를 접할 때마다 가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는 습관이 있었다. 내 맘에 쏙 드는 가사를 발견하면 작사가가 누군지 찾아봤고, 그런 일이 반복되면서 언젠가부터는 '나도 이런 멋진 가사를 쓰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며 막연하게 작사가라는 꿈을 꾸게 되었다. 하지만 프리랜서로 매일 불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바빴던 만큼 새로운 뭔가를 시도한다는 게 쉽지 많은 않았다. 가끔 노트나 휴대폰 메모장에 내가 쓰고 싶은 가사를 적어놓기도 하고, 그 가사와 어울리는 멜로디가 떠오르면 허밍으로 녹음해두는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동네 근처에 있는 작은 독립서점에서 '나만의 곡 만들기'라는 작곡 수업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4주 동안 노래 한곡을 만드는 과정이었는데 '과연 그게 가능할까?'라는 기대 반 의심 반으로 등록했으나 진짜 4주가 지나니 그럴듯한 노래 하나가 완성되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는 선생님으로 참여해주신 작곡가 선생님의 도움도 있었다. 선생님께서는 내가 녹음한 노래를 악보로 그려주시면서 피아노 반주까지 만들어주셨다. 


마지막 수업 때는 모든 수강생들이 자신이 만든 노래를 직접 불러보는 시간도 가졌는데 선생님을 포함해 다른 수강생들도 내 노래가 정말 좋다고, 음원으로 내보라고 권해주셨다. '설마 그게 가능하겠어?'라는 생각으로 몇 달 동안 잊고 지내다가 마침 주변에 인디밴드를 하면서 편곡도 같이 하는 친구가 있어서 음원으로 낼 수 있게 편곡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작사, 작곡은 내가 했고 편곡은 따로 맡겼고, 이제 남은 건 노래뿐. 나도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가수로 나설 정도로 가창력이 좋은 것도 아니고, 자신도 없어서 음원을 내본 적이 있는 보컬 친구에게 내 곡을 불러달라고 했다. 그렇게 편곡을 마치고, 녹음까지 하게 되었고 아토엔터테인먼트라는 유통사에 음원 유통을 신청해 지난 9월, 나의 첫 자작곡 <바람꽃>을 세상에 선보이게 되었다. 


  

https://youtu.be/PCOgMk5OdDc

정빛 - 바람꽃



정빛 - 바람꽃


아득히 멀어져 간다

한없이 희미해져 간다

늘 기다려왔고 애써 그려왔었던

내 모습 지금 어디에


한땐 자신 있었지

잘될 거라 굳게 믿었어

헌데 세상은 쉽지만은 않더라 

열심히 하면 된다는

이루어질 수 있다는 뻔한 말 

이젠 지겨워 


고된 순간이 반복되는 하루하루

얼마나 더 버텨야만 웃을 날 올까

숨 가파도 지쳐도 내가 포기 않도록 

그대여 위로를 줘요


아쉬운 어제는 안녕

이제는 내일만 생각하자

나 꿈꿔왔었던 오래 바라 왔었던

날들과 마주할 거야


어두운 새벽이 지나가면 기다린 

아침 해가 떠오르고 눈부신 세상이 오네 

바람에 수천 번 휘날린 

작은 씨앗은 한 송이 꽃이 되어요


날카로운 칼날이 내 안에 파고들어  

상처로 깊게 남아있어

오늘이 지나가고 시간이 흐를수록

상처는 희미해질 거야


어두운 새벽이 지나가면 기다린 

아침 해가 떠오르고 눈부신 세상이 오네 

바람에 수천 번 휘날린 

작은 씨앗은 한 송이 꽃이 되어요

나는요 꽃이 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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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음악을 들은 주변 사람들은 나한테 이런 재능이 있는 줄 몰랐다며 신기해했다. '이런 재능'이 무슨 의미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 사람들이 말하는 것이 음악적 재능이라면 난 그런 재능이 없다. 그 흔한 피아노도 못 치고, 악보도 볼 줄 모른다. 그저 '한번 해볼까?' 했는데 그게 진짜 됐을 뿐이다. 나도 그전에는 작곡은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만 할 수 있는 거라고, 나와는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요즘은 일반인들도 마음만 먹으면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충분히 음악을 만들 수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비용이 들기는 하지만, 작곡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나처럼 시도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은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을 망설인다. 그 도전이 실패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실패로 인해 시간적, 경제적 손해가 뒤따른다면 더더욱 도전을 망설일 것이다. 하지만 뭔가를 얻고자 한다면 시간이든, 돈이든, 인간관계이든 간에 내가 가진 것도 하나쯤 포기해야만 한다. 아무런 희생 없이, 노력 없이 잘 되기만을 바라는 건 도둑놈 심보나 다름없다. 새로운 '나'를 만나고 싶다면, 기존의 내 모습을 조금은 지워보자. 아무도 몰랐던 진정한 당신의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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