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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J Kim May 24. 2019

홍콩 기숙사 St. John's College

홍콩 생활

중국 베이징에서 한 달여 정도 같은 클래스 동기들과 함께 어학연수를 듣고 바로 홍콩으로 왔다.

지금 날짜를 보니 2016년 7월 26일에 처음으로 기숙사에 도착한 것 같다. 

다행히 기숙사에 당첨이 돼서 그나마 방 걱정 없이 바로 홍콩으로 출발할 수 있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생전 연고도 없고 아무런 정보도 없는 홍콩에서 처음부터 방을 구하려고 했었으면 시작부터 깜깜했을 것 같다. 그리고 홍콩의 미친 짒 값을 생각하면 기숙사를 통해 절약된 금액도 꽤 된다.


근데 이 기숙사 배정도 사실 공평하다는 생각은 안 든다. 

내가 속한 MBA 클래스가 55명 정도 됐는데, 이 중 대부분의 인원이 기숙사를 신청했다. 그런데 그중에서 15명 정도만이 기숙사를 배정받았다. 공급이 딸리다 보니 모든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은 십 분 이해하나, 그 과정이 조금 투명하지 못하다. 

내가 속한 클래스의 국별 비율을 보면, 중국인이 약 15명, 인도인이 약 12명, 한국 5명, 일본 4명이고 그 외 국가들은 대부분 한두 명 정도였다. 

그런데 최종 기숙사 당첨자 명단을 보면, 중국인 5명 (그것도 전부 여성), 일본인 3명 (100%, 나머지 한 명은 기숙사를 신청하지 않았다), 한국인 4명 (100%, 마찬가지로 한 명은 기숙사를 신청하지 않았다), 인도인 1명, 캐나다인 1명 정도였다. 이러니 한국과 일본에 호의적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안 할 수가 없다. 특히나 중국과 인도 남자들에게는 매우 불공평하다고 볼 수도 있다.

내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보통 한국과 일본 사람들이 방을 깨끗하게 쓰기 때문에 이 국적의 학생들을 좀 더 선호하지 않았나 싶다. 


어쨌든  운이 좋았던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이어서 혜택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월 7,000 HKD정도의 방세를 내고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7,000달러만 해도 한국돈으로 치면 100만 원 돈이라 충분히 좋은 집을 구할 수 있을까 싶지만, 홍콩에서는 어림도 없다. 이 금액으로 홍콩섬에서 화장실이 딸린 원룸을 구하기는 거의 불가능하고, 못해도 10,000달러는 줘야 웬만한 방을 구할 수 있다. 게다가 기숙사는 매일 청소도 해주고, 인터넷과 수도세도 무료다.  

St. John's college 입구

그렇게 나이 36에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613호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확한 주소는 Pokfuram-Road 82.

2005년, 독일에 교환 학생으로 있을 때 기숙사 생활을 해보기는 했지만 그때는 20대 초반의 에너지가 가득한 때였고, 지금은 내일모레 불혹을 바라보는 시기다. 그래도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돈을 아껴가며 Ikea에서 이것저것 사 와서 방을 꾸미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내가 꾸민 기숙사 모습

한 2~3평 되는 공간이었는데, 나름 편안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인터넷과 수도세는 기숙사비에 포함되어 있어서 추가로 돈 들 것은 거의 없고, 전기세만 각자 내면 된다. 이 조그만 방에서 전기 써봐야 얼마 안 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추가 전기 요금이 거의 없다. 그런데 나중에 친구들과 이야기해보면서 안 사실인데 나 혼자만 매 달 300~400달러씩 전기 요금을 추가로 내고 있었다.  모든 방이 거의 동일한 구조이고, 다른 것은 에어컨뿐인데, 나만 유달리 에어컨을 많이 쓰는 것도 아니고... (워낙 더운 홍콩인지라 대부분은 에어컨을 하루 종일 틀어놓고 산다). 보아하니 내 에어컨이 너무 낡은 모델이라 전기 효율이 안 좋아서 더 많은 전기를 쓰고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기숙사 비가 저렴하니 그걸로 위안을 삼았다.

문제의 에어컨


기숙사 위치는 홍콩섬 서쪽 끝에 있는 Kennedy Town 쪽인데 워낙 산 중턱에 있어서 Kennedy Town에서 오려면 미니 버스를 타고 올라와야 하고, 걸어오려면 HKU역에서 걸어오는 것이 더 편하다.


도착한 첫날부터 이 미니버스에 관한 에피소드가 있는데, 기숙사에 짐을 일단 풀어놓고 잠깐 식사하러 Kennedy Town까지 내려와서 장도 보고 점심도 먹었다. 와이프가 홍콩까지 와서 같이 거들어주었는데 뭔가 신혼집 준비하는 느낌이었다. 

어쨌든 그렇게 일을 보고, 기숙사 안내원이 말해준 미니 버스를 타고 기숙사 앞까지 왔는데, 도무지 버스 기사님이 세워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기숙사 바로 앞에 정거장이 없어서 그런가 하고, 다음에 내려줄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는데, 벨도 없고, 한참을 지나왔는데도 버스가 멈출 생각을 안 했다. 그래서 다음 정거장에 사람들 내릴 때 일단 그냥 내렸는데, 이미 너무 많이 지나쳐와서 다시 택시를 타고 돌아왔다.

알고 봤더니 홍콩 미니 버스는 벨을 눌러서 정차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손님이 손을 들고 내려 달라고 소리쳐야 내려주는 시스템이었다. 내리고 싶을 때는 '음고이, 야올록 (실례합니다. 저 내려요)'이라고 외치면 기사 아저씨가 내려주시는데, 나처럼 사람들 앞에서 소리 지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정말 불편한 시스템이다.

홍콩 미니버스

이렇게 첫날부터 우여곡절을 겪으며 홍콩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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