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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J Kim May 27. 2019

홍콩의 세일 & 쇼핑

홍콩 여행

내가 생각해도 난 쇼핑을 좀 잘한다.

'쇼핑을 잘하는 게 뭐지?'라고 의문을 가질 사람들도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잘하는 쇼핑이란, 괜찮은 브랜드의 좋은 디자인 제품을 최소 50% 이상 할인된 가격에 구매했을 때, 나는 쇼핑을 잘했다고 말한다.


그런 관점에서 홍콩은 정말 쇼핑하기에 좋은 도시다.

흔히 홍콩을 쇼핑의 천국이라고 말한다. IFC몰, 타임스퀘어, 퍼시픽 플레이스, 하버 시티 등 쇼핑몰은 여기저기 너무 많고, 구경하기에도 쾌적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이 정도 수준은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충분히 좋은 환경에서 모든 브랜드들을 구할 수 있고, 백화점에서 정가로 살 경우에 홍콩이라고 해서 가격적으로 메리트가 있는 것도 아니다. 관세까지 생각하면 오히려 홍콩이 더 비싼 경우도 많다. 아마 80~90년도에 우리나라가 이렇게 발전하기 전에는, 우리나라에는 없거나 구하기 힘든 브랜드들이 홍콩에는 많았기 때문에 아마도 쇼핑의 천국이라고 불리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한다.


내가 말하는 홍콩이 쇼핑하기에 좋다는 의미는, 바로 세일과 아웃렛이다.

일단 기본적인 리테일 가격도 홍콩이 우리나라보다는 조금 저렴하지만, 세일할 때는 정말 아낌없이 팍팍해준다.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들 같은 경우, 우리나라에서 세일이라고 해봐야 보통 30% 정도, 가끔씩 50% 정도 해주는 걸로 기억한다. 아웃렛에 가도 그렇게 싸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홍콩은 세일 한 번 시작하면 기본이 50%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70~80%까지 세일을 해준다. 그렇다고 시즌이 많이 지난 제품도 아니고, 올해 제품들을...


세일은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여름과 겨울에 크게 한 번씩 하는데, 특히 겨울에는 크리스마스 즈음부터 시작해서 구정 때까지 거의 계속 세일을 하는 것 같다 (홍콩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구정을 쇤다). 그래서 처음에는 30% 할인하던 물건들이 며칠 후에 가면 50% 하고 있고, 구정 즈음에는 80%까지도 세일을 한다. 물론 중간에 누군가가 미리 사버리면, 이제 그 물건과는 작별이다. 그러니 나는 세일 기간만 되면 틈틈이 백화점에 가서 내가 찜 해놓은 물건이 Final Sale까지 남아있기를 바라며 기다리고는 했다. 그리고 Final Sale 가격으로 득템 했을 때의 그 성취감이란!


나는 주로 Harvey Nichols를 자주 갔다. 센트럴점과 완차이의 퍼시픽 플레이스점(PP) 두 군데가 있는데, PP점을 많이 갔다.

Harvey Nichols Pacific Place점

 세일 섹션이 따로 구성되어 있어서, 세일 품목들만 보기도 편하고, 할인율도 다른 데 비해서 컸다. 그리고 이상하게 Pacific Place에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더 좋았다.

특히 신발들 할인율이 좋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말도 안 되게 비싼 이태리나 영국 브랜드 구두를, 거의 금강제화 수준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I.T CWB

I.T몰도 좋아한다. 홍콩에만 있는 편집샵인데, 별의별 브랜드들이 다 있다. 내가 입기에는 좀 과한, 일본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꼼 데 가르송(귀여운 하트 달린 그런 게 아니라 아방가르드한 디자인의 옷들이 많다)이나, 앤 드뮐미스터, Julius 같은 어두운 분위기의 옷들이 많다.

하지만 깔끔한 스타일의 AMI나 APC, ACNE도 많이 있고, 세일 폭도 커서 세일할 때마다 자주 갔다.


참고로 I.T는 대문자 I.T와 소문자 i.t 두 가지 종류의 매장이 있는데, 대문자 I.T는 명품 위주의 제품들이 주고, 소문자 i.t는 10대 취향의 조금은 저렴한 브랜드들로 구성되어 있다.


아웃렛 쇼핑도 빼놓을 수 없는데, 역시 홍콩의 아웃렛은 좀 멀긴 하지만 Horizon Plaza가 최고다. 그나마 South Horizon 역까지 가는 지하철이 개통되어서 지금은 훨씬 편해졌다. 이전에는 지하철이 없어서 무조건 버스 타고만 갈 수 있었다.

Horizon Plaza

위치는 South Horizon역에서 내려서 한 10분 정도 걸어가야 되는데, 그 길을 걸어가는 것이 별로 유쾌하지는 않다. 그래서 나는 주로, 몰 바로 앞에 내려주는 버스를 타고 다녔다. 대신 버스를 타고 다니면, 지하철 역 바로 앞에 있는 프라다 아웃렛을 포기하거나, 다시 걸어가야 하는 단점이 있다.


어쨌든 건물은 이렇게 생겼다. 솔직히 완전히 창고 같은 형식의 28층짜리 건물이라 쇼핑하는 과정이 쾌적하지는 않다. 맨 위에서부터 시작해서 계단을 타고 내려오는데 계단이 깨끗하지도 않고, 담배 냄새도 쩐다. 그래서 부모님이나, 귀한 손님을 데리고 오기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가격적인 메리트는 확실히 있다.

나는 항상 27층에서부터 시작했다. 진행 순서를 보자면


27F - Moda Mia. 편집샵인데 여기에 비비안 웨스트우드 제품이 좀 있다.

25F - Lane Crawford. 여기도 건질게 많다

21F - Joyce

18F - 내가 제일 좋아하는 층 Saint Laurent & Ralph Lauren

5F - I.T 아웃렛 (최근에 리노베이션하고 층을 옮겼는데 까먹었다)

Horizon Plaza 층별 안내

이 정도 위주로 구경을 했다. 중간중간에 다른 매장들도 많이 있는데, 이제 자주 다니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곳 위주로만 후딱 보고 금방 나오게 됐다.

참고용으로 층별 안내도도 같이 첨부한다.


침사추이 하버 시티 앞에 Silvercord라는 건물이 있는데 여기에 I.T 아웃렛이 또 있어서 여기도 자주 갔었다.

공항 근처 Tung Chong역에 있는 City Gate 아웃렛도 있는데, 여기는 홍콩 여행 끝나고 집에 돌아가기 전에 한 번쯤 들러보면 괜찮을 듯싶다.


아! (구룡 쪽 완전 위로 올라가면) Kwai Chung이라는 동네에, Florentia Village라고 하는 새로 생긴 아웃렛이 있는데 아웃렛에서 보기 힘든 Balenciaga와 프라다, Lane Crawford, I.T 등이 있기는 하지만, 이것들 외에는 별로 볼 게 없고 시내에서 너~~ 무 멀어서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여기에 추가로, 홍콩의 또 다른 장점이 바로 관세가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특히나 온라인 쇼핑 때 정말 최고다. 요새 워낙 배송도 빠르고, ssense, Mr.porter, farfetch, endclothing 등 글로벌 편집샵들도 너무 잘 되어 있는데, 이런 데서 구매할 시, 홍콩 주소로 배송을 하면 관세가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20만 원만 넘어가면 원산지에 따라 10~20% 정도 관세가 붙는데, 홍콩에서는 이 금액이 세이브가 되니, 체감상 느끼는 가격은 정말 저렴하다.


내가 10년만 젊었어도 소비 욕구로 인해 주체가 안됐을 텐데, 다행히 지금은 나이가 들어  별로 사고 싶은 것도 없고 물욕이 많이 없어진 상태라 그렇게 쇼핑에 집착하지는 않았다.  

어쨌든 여전히 홍콩은 쇼핑하기에 충분히 많은 장점이 있는 도시이고, 그래도 나는 3년 동안 참 잘 참아왔다. (다행히 쓸 돈도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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