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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J Kim Jun 06. 2019

자본주의의 끝 홍콩

홍콩 생활

최근 '기생충'이라는 영화가 칸 영화제에서 황금 종려상을 수상해서 화제다.

나는 아직 보지는 못했는데(내일 보려고 예매 완료!), 빈부 격차에 대한 내용을 블랙코미디로 풀어낸 영화라고 한다. 


아직 '기생충'을  보지는 못했지만, 홍콩만큼 이런 빈부 격차가 극심한 곳이 또 있을까? 

주말에 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이렇게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 출신의 여성들이 단체로 모여서 앉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처마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길거리 모습

맨 처음 관광으로 홍콩에 와서 이 광경을 봤을 때는, 사람들이 데모하려고 모여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나중에 생활하면서 알고 보니, 홍콩에 'Helper'로(우리나라로 치면 입주도우미) 취업한 여성분들이, 주말에는 집주인 가족들끼리 시간을 보내라고 이렇게 밖에 나와서 모여 있는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동포들과 모여 앉아서 이야기도 나누고, 카드 게임도 하고, 고향에 영상통화도 하는 등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이 되면 다시 직장이자 숙소인 고용인의 집으로 돌아가는 식이다. 


홍콩은 정부 차원에서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 정부와 협약을 맺고, 공식적으로 이렇게 헬퍼들을 홍콩으로 보낸다. 1960년대에 우리나라에서 광부와 간호사 분들을 독일로 파견 보냈던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나는 헬퍼를 고용해보지는 않아서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월급은 대략 한 달에 5,000 HKD(약 75만 원)에 무조건 주인집에서 함께 생활을 해야 한다고 한다. 당연히 헬퍼 일 외에 다른 취업은 하면 안 되고,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것도 불법이다. (그런데 주변 이야기 들어보면 다들 몰래몰래 파트타임으로 헬퍼들을 고용하기도 하기는 하더라). 이렇게 고용인의 집에 얹혀살면서, 자기 집을 가질 수 없으니 주말마다 길거리 위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다. 


미관적으로 보기 좋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라, '의식주'라고 하는 인간 생활의 기본 요소 세 가지 중에 '주(住)'가 빠져 있는 삶이기 때문이다. 내가 그들의 삶을 이렇다 저렇다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가슴 아픈 현실이기는 하다.




홍콩은 경제적으로 선진국이다.

1인당 국민 소득도 48,000달러 정도로 우리나라의 1.5배 수준이고, 어느 한 조사에 따르면 3,000만 달러(300억 원) 이상의 자산을 가진 사람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도시 1위가 홍콩이었다. (2위 뉴욕, 3위 도쿄)  

그 정도로 잘 사는 사람도 많고, 그래서인지 집 값은 상상을 초월한다. 일례로 같이 학교를 다녔던 홍콩 출신의 여자 아이가 있었는데 우연히 그 아이 집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사이버포트 쪽에 있는 집인데, 알고 보니 그 집 가격이 우리 돈으로 약 150억 원이라고 한다. 100 Million 홍콩달러라고 하는데, 나는 처음에 0을 하나 실수로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그런데 분명히 'Hundred' Million이란다.   


또 재미있는 걸 한 번 본 적이 있는데, CITY Super라는 나름 고급 슈퍼에 갔다가 한 알에 168 HKD, 우리 돈으로 약 25,000원 하는 딸기도 봤다. (그것도 일제를....)

세상에 비싼 것들이야 많다고 하지만, 이런 걸 사는 사람이 있으니까 판매를 하겠지 싶다.  

어쨌든 이렇게 돈 많은 사람이 많은데, 반대로 가난한 사람도 많다.

일명 '닭장집'이라고 하는 사진을 본 적이 있다. 홍콩에서 이런 집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사실 내가 취업 전에 살았던 집도 여기서 크게 다르진 않다. 그리고 많은 서민들이 이런 곳에서 생활을 한다. 

 

문제는 나라가 조그맣다 보니, 이런 격차가 너무나도 극명하게 한눈에 보인다는 것이다.

'모르는 게 약'이라고, 차라리 안 보이면 그냥 그러려니 넘어가겠는데, 시선을 조금 다른 쪽으로만 돌리면 전혀 다른, 자신과 완전히 반대의 삶이 보이니, 상대적 박탈감이 더 큰 것이다. 




내가 홍콩에 대해 조금 안 좋게 생각하는 것이, 지금은 없어진 인종이나 계급 피라미드가 너무나도 아무렇지 않게 고착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육체노동이나 음식 배달, 헬퍼 같은 일은 인도, 필리핀, 인도네시아, 중국 본토 사람들이.

일반 사무직이나 괜찮은 일들은 홍콩, 한, 중, 일, 기타 백인들.

그리고 아주 높은 임원급은 주로 백인 아니면 중국 엘리트들 + 간혹 IT 쪽에 인도인이 차지하고 있는 형식이다.


물론 내가 아주 단편적으로 봤기 때문에 위의 인식들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내가 몸담았던 회사도 글로벌 회사를 표방했지만, 

사원급은 홍콩, 중국, 인도인

중간급은 한중일 포함한 다양한 외국인들

임원급은 전부 독일, 프랑스, 미국, 호주인들이었다. 

아시아인중에서 가장 높은 사람은 팀장 정도였는데 그것도 Finance 쪽이라 가능했던 것 같다. 


위에서 홍콩의 1인당 GDP가 48,000달러 정도로 우리나라보다 많이 높다고 했는데, 사실 여기서 본인 집이 있지 않는 이상 렌트를 내야 된다고 한다면, 실질 소득이 별로 높은 편은 아니다. 

48,000달러면 우리 돈으로 5천만 원 정도 될 텐데, 내가 홍콩에 살면서 낸 집값만 해도 1년에 3천만 원은 됐기 때문이다. 내가 엄청나게 좋은 집에서 살았던 것도 아니고, 센트럴도 아닌 외곽에서 살아서 그 정도이니, 부모님 집에서 함께 사는 게 아니라면, 렌트 비용 제외하면 평균적으로 1년에 2천만 원 정도로 생활을 해야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러니 홍콩도 집값 때문에 젊은이들이 결혼 고민이 많다.


홍콩에서 가장 좋은 대학이라고 하는 홍콩 대학교를 졸업했을 때 초봉이 2017년 기준으로 30만 HKD 정도 된다고 한다. (월 25,000 HKD, 약 375만 원). 홍콩에서 제일 좋은 학교를 나와야 이 정도 수준이라는 것이니 일반 서민들은 훨씬 적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반면에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외국인들, 특히 백인들의 연봉은 상상을 초월한다.  

Finance 쪽은 잘은 모르지만 수십억 대의 연봉을 받는 사람들도 수두룩하다고 하고, 나랑 같이 일하던 프랑스인 팀장만 해도 회사에서 보조해주는 집값만 월 1,500만 원 정도였다. (임원도 아니고 팀장인데 그 정도이다!)


이러니 홍콩에서 태어나고 자란  홍콩 사람들의 경우, 자신들의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돈 많이 받는 좋은 자리는 전부 백인들 아니면 중국인들이 차지해버리니, 억울하지 않겠는가?


보이지 않는 계급이 존재하고, 인종간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이 나누어져 있고, 유리 천정이 존재하는...

자본주의가 너무 극명하게 드러나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곳.

이게 내가 생각하는 홍콩의 슬픈 현실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가 홍콩에서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단편적이고 짧게 경험하고 느낀 것이기에 이게 사실이 아닐 수도 있고,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래도 한국인은 어느 정도 인정을 받고 인종 차별보다는 오히려 우대를 좀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한류를 비롯해, 그동안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여준 모든 분들께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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