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톤'과 '투'의 무게에 대해서
가끔은 무슨 말을 했는지보다 '어떤 톤이었는지'가 중요할 때가 있다
우리 모두 '말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다.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에 따라 내가 어떤 사람으로 비춰질지에 대해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 생각하고 믿었었다. 하지만 최근 몇몇 일을 보고 겪으며 내 말의 '톤' 또한 내가 한 말과 비슷한 정도의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고 믿게 되었다.
최근 회사에서 어떤 사람을 좀 관찰할 기회가 있었는데 (사실 관찰할 마음도 없었지만, 자꾸 거론되다보니.. 보게 되어버린..), 말을 청산유수처럼 잘한다고 해서, 겉으로 느껴지는 말이 예쁘다고 해서, 그 안의 의미가 다 예쁘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는 걸 '말의 톤'과 '말의 투'을 통해 알게 되었다.
항상 말을 딱 맞는 타이밍과 상황에 맞는, 심지어 말도 멋지고 물 흐르듯 하는 사람들을 동경했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니 우직하게 열심히 하는 것보다, 내가 비록 일은 1을 했어도, 100으로 부풀려서 말한 사람을 회사에서는 더 인정해주고 알아주는 상황들을 매우 자주 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말을 흐드러지게 잘 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했었다. 아직도 부러워하는 부분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말을 잘 하는 사람'이 본인의 강점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을 그 말, 특히 그 말의 '톤'으로 타인을 깎아내리거나 타인은 가치 없다는 사람이라는 말을 매우 쉽고 매우 자주 하는 것을 발견하게 된 이후로는 그 부러움의 강도가 많이 내려간 상태다.
(물론, 말 잘하는 성향을 가진 모든 사람이 그럴것이라는 건 절대 아니다. 절대 일반화를 시킬 마음은 없다. 다만, 내 주변에서 그런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비슷한 행동의 패턴을 보이다 보니, 내 주변에서는 조심해야겠다..라는 개인적 다짐 그 이상도 이하도 없다)
대화를 내용이나 대화에 사용된 단어들 보면 이 보다 더 고무적이고 희망적이고 따뜻할 수 없다. 다만, 그런 아름다운 단어를 쓸 때 그 사람의 톤을 보면 '비꼬거나', '넌 역시 나보다 못하구나', '아니 이렇게 좋은 기회를 왜 너가 가져가, 당연히 내꺼지' 하는 뉘앙스가 너무도 강력하게 드러났다. 처음엔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줄 알고, 내가 꼬였나 혹은 내가 자존감이 없다 없다 이제 이런 것까지 힘들어하고 질투하 하고 자책하고, 내 머리 속 회로가 고장났다고 나를 의심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최근 몇몇 동료들이 그 사람의 말투, 말의 톤이 상처였었고, 고민했다고 했다. 그 중 하나는 그 사람과 진솔한 이야기를 시도해봤는데, 결론적으로 그 톤이 정말 그 사람이 상대방을 바라보는 시각이자 태도였다고 확신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아무리 내가 사용하는 단어가 아름답고 화려하고 유려하고 멋지다 한들, 그 단어를 사용하는 내 말의 톤이나 투가 단어의 의미와 비례하지 않다면 그 단어들의 아름다움 그리고 긍정적인 에너지 자체가 사라져버린다는 사실 때문이였다.
이제는 하다하다 못해 말의 '톤'과 '투'까지 신경써야 하나 생각이 들며 머리가 아파지지만,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고 우리의 삶은 관계의 무한한 실타레 그 자체이기 때문에, 이 문제에서 백프로 자유로울 수 있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나 역시, 그 누구에게도 상처 주고 싶지 않고, 상처 받고 싶지 않다. 그러려면, 그렇게 하려면, 우선 내 자신의 말 뽄새와 말을 할 때의 태도에 대해서 한 번, 두 번 더 들여다보고 반성하고 고쳐나가야겠다 생각이 든 어느 가을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