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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Nov 27. 2024

파운더에게 요리를 추천하는 이유

(ft. Netflix 흑백요리사)

· 투자자와 미팅시, 기획과 계획의 차이를 알아야 하는 이유.

· 팀의 확장이 전적으로 Founder mode에 달린 이유.

· 한시도 안도할 수 없는 이유.


한참 넷플릭스나 티비를 안보다가 내가 좋아하는 서바이벌 형태의 프로그램이 새로 나왔다고 해서 ‘흑백요리사’를 와이프와 정주행하게 되었다. (원래 이 시기엔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을 정주행하곤 한다.)


흙수저와 금수저 개념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내심 심기가 복잡했을 대중의 심리를 역이용해 넷플릭스는 트렌디한 대립구도를 설정했고, 더 나아가, 실력과 명성이 출중한 스타급 요리사를 대거 출연시켰다는 점에서 ‘얼마나 잘하나 보자’라는 심리와 호기심이 발동되었던 것 같다. 


사실 이미 서양권의 Iron Chef, Gordon Ramsey 시리즈물 그리고 한국의 한식대첩 등에서 여러 번 시도되고 화두되었던 장르였음에도 나는 한번도 이들을 정주행하지 않았더랬다. 넷플릭스가 나를 정주행으로 이끌고, 심지어 감동까지 느끼게 했던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자. 대신, 트리플스타의 요리처럼 완벽하게 기획되고 철저히 의도된 요리사 경연 콘텐츠를 통해 요리라는 세계를 흠뻑 맛보고, '요리사'라는 직업에 대해 새롭게 깨달은 바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1️⃣ 요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계획과 기획으로 구성된다.

기획이란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무언가를 떠올리고 이를 실체화 하는 작업이자 의도이다.

홍어에서부터 편의점 제품들, 먹방러들에서 미쉘링 셰프까지, 요리사는 재료, 시간, 환경이라는 변수들을 고려하고 때때로 레버러지하여 가장 최적의 결과물을 예측하고 조합해내는 목적 중심의 전문 기획자 집단이라 할 수 있다. 반면, 계획은 기획의 하위개념으로, 디테일과 실행 방안에 초점을 맞춘다. 치밀한 계획은 결과물의 완성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실행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이를 스타트업에 적용해 보면, 우리 목표가 요리가 아니라 제품, 서비스, 혹은 비즈니스 모델을 성공적으로 실행하는 것이라는 점만 다를 뿐 기본 원리는 같다.


파운더는 반드시 기획을 통해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설정하며, 시장과 고객이라는 재료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큰 그림을 미리 그려야 한다. 여기에 덧붙여, 계획은 기획 과정에서 설정된 방향을 실행 가능한 단계와 액션 아이템으로 세분화하는 작업이다. 이로써 실제 우리 팀이 무엇을, 언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정의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투자자마다 기획과 계획 중 무엇을 더 중요시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나의 경우, 계획에 조금 더 비중을 두는 편이다. 계획은 실행력을 높이고 결과로 이어지는 실질적인 토대이기 때문이다.


2️⃣ 팀을 위해 자신을 내려놓아야 한다.

요리사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팀의 확장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는 요리사로서의 자아와 본능을 넘어서는 깊은 성찰과 의식적인 수행을 필요로 한다.

지난 수 십년간, 각자의 레스토랑과 프렌차이즈를 운영해 온 전문 기획자인 이들에게 본인의 색깔을 죽이고 팀원으로써, 부품으로써 철저히 서포트해야 했던 순간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몇몇 요리사는 자신의 주특기를 모두 가차없이 내려놓고 채소 손질 또는 김굽기와 같은 단순한 반복노동에 모든 열정을 쏟아야했었다. 이는 최상위 위치에 올라가더라고 다시 팀을 위해 언제든 바닥으로 내려오겠다는 결단과 겸손, 용기와 자신감이 필요했으리라.


개인적으로, 팀전에서 최현석 셰프에 버금가는 리더십을 보여준 인물은 묵묵히 최고의 김을 구워어낸 이모카세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보여주기식 리더가 아니라 실무로 팀의 기틀을 다지며 그들의 성공을 돕는 리더였다.


파운더도 단순히 관리에 그쳐서는 안된다.


Brian Chesky가 언급한 Founder Mode는 창업자가 어느 위치에 있든 실전에서 뛰며 직접 판을 뒤집는 역할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사례다. 결국, 창업자에게는 겸손하게 팀을 위해 헌신하면서도 자신의 능력으로 게임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리더십이 요구된다.


3️⃣ 요리사는 자신을 녹여내지 않으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끊임없이 기획하고, 시장을 분석하며, 회고해야 해서 그리고 철저하게 팀플레이에 복종해야 해서 본인의 색깔이 흐릿해져도 되나 안도하는 순간, 백종원은, 안성재 셰프는, 그리고 고객은 내가 내놓은 음식 앞에서 묻는다.

“네가 정말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고급 요리와 일반 요리의 차이는 단순히 맛있음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음식 속에 요리사만의 고유한 맛과 철학이 담겨 있느냐에 달려 있다.


“Change is the only Constant.” 이 말처럼, 파운더는 요리사와 마찬가지이다.

구조화된 팀, 제한된 리소스, 매출과 만족도라는 명확한 목표 안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창업자는 우리 서비스와 제품을 통해, 요리사는 자신의 음식을 통해 그들의 본질과 가치를 쥐어짜내야 한다.


이렇듯 요리사는 끊임없이 진화와 적응을 요구받으며, 동시에 '나'다움을 유지해야 하는 멋진 직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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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MannCEA에서 직접 런칭한 MannaKitchen 시절 사진 - 2015년, 이태원. 


· Peter Shin's Insight Marathon 유튜브 채널 - https://youtu.be/7XgX8rB0QXo?si=3GfRCraZ0t5PxjqB


· 투자자에게 B2B SaaS라고 우릴 소개하면 안되는 이유. - https://lnkd.in/gnZqx7w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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