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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환 Dec 23. 2021

영부인

무식한 윤석열의 발언에 부쳐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22일 공개된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무식한 소리를 잔뜩 늘어 놓았다.


우선 영부인이라는 말을 쓰지 말자고 하는데 이미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부터 영부인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여사라는 말도 좋지 않은 말이라고 쓰지 말자는 의견도 있는데 어쨌든 문재인 대통령 시절 대통령 배우자의 공식 호칭은 영부인이 아니라 여사였다.


대통령 배우자는 국제 외교에서 공식적인 외교 인사로 취급 받는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국가원수의 배우자와 함께 하는 외교 프로그램이 일반화돼 있다. 즉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얘기다. 이 글로벌 스탠더드가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은 충분히 펼칠 수 있다. 그렇지만 대통령이 이 그로벌 스탠더드를 따르지 않고 다른 선택을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다. 윤 후보는 김정숙 여사가 혼자 인도를 간 것을 비판했지만 굳이 대통령이 가지 않고 대리인이 외교 무대에서 적절한 역할을 한다면 환영할 일이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나라들이 있다. 중국 같은 일당독재국가, 중동의  왕조 국가 같은 나라들은 국제 사회에서 통용되는 외교 공식보다는 정상 측근 간의 연락을 통한 외교관계를 중시한다. 정상 배우자도 훌륭한 외교사절이 될 수 있다. 이런 나라들에게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키라고 훈계할 순 없다. 대통령이 된 이상 현실을 인정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외교를 해야 한다.


윤 후보는 부인이 대통령 배우자로서 국제사회에 통용되고 있는 역할을 포기할 것인지 분명하게 답해야 할 것이다. 언론 인터뷰에 나온 것으로만 본다면 윤 후보는 해외 순방 등 외교 활동에 배우자를 대동하지 않고, 청와대 관저 생활도 같이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얘기는 하지 않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배우자가 없었고, 정치인의 배우자가 정치 활동을 하지 않는 것은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김건희 씨는 그럴 생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김 씨는 오마이뉴스 기자와의 통화에서 "청와대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초대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청와대에 들어갈 생각이 분명히 있는 것이다.


김건희 씨가 대통령 배우자로 살지 않겠다면 그 뜻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배우자가 없어도 대통령이 외교를 하는데 결정적인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 그런데 김건희 씨는 대통령 배우자로서 누릴 것은 누리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윤 후보도 애매하다. 유력 대통령 후보의 부인이 선거운동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외교관으로 취급되는 국제사회의 관행도 거부하겠다고 하면 좀 다른 문제가 된다. 윤 후보와 김 씨가 만약 이러한 선택을 한다면 국제 사회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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