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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감한맘 Jun 20. 2023

윤식당으로 가다


"2017년 3월 24일"윤식당이라는 프로그램 시작되었다. 워낙 인기 있는 나영석 PD가 기획한 거라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전부터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첫 장면을 보는 순간 어딘가 익숙했다. 2016년에 아이들과 첫 해외 여행지로 선택한 인도네시아 롬복의 길리섬이었다. 우리는 정확히 일 년 전 "2016년 3월 24일"에 그곳에 있었다.


아이들과 가는 첫 여행지는 '몰디브'로 가고 싶었다. 신혼여행으로 간 몰디브에서 스노클링으로 본 바다 세계를 잊을 수 없기에 아이들에게도 그 장면을 선사하고 싶었다. 


하지만 몰디브는 예전에도 비쌌고 지금도 비싸고 나중에도 비쌀 것이다. 특히, 평범한 4인 가족이 가기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이 나오기에 현실과 타협해야 했다. 


대안으로 하와이를 고민했지만 하와이도 만만치 않은 비용에 스노클링 할 수 있는 장소가 한정되어 있기에 거기도 제외되었다. 그렇게 나는 몰디브의 수중 환경에 빠져 최대한 그러한 곳을 찾으려 검색에 검색을 더하다 인도네시아 길리섬을 최종 선택지로 골랐다. 


먼바다로 배를 타고 나가지 않아도 해변가에서 스노클링으로만으로 물고기를 만날 수 있으며 운이 좋으면 거북이까지 만난다니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가장 마음에 드는 건 가격이 착했다. 


우리 가족은 금요일 밤 9시 20분에 야식을 시켜놓고 매주 '윤식당'을 시청했다. 여행 다녀왔던 곳을 방송로 만났을 때의 느낌은 전혀 다르다. 그곳에서 느꼈던 꿉꿉한 바람, 바다의 향기, 쏟아지는 태양까지 오감으로 다시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혼자만의 여행이 아니었기에 가족 모두가 그 여행 프로그램 속에 들어가 함께했던 여행의 시간들을 나누는 매주 금요일 밤이 기다려지기까지 했다. 


특히, 그때는 시골 주택에 살았고, TV가 없던 우리는 3층 다락방에서 옹기종기 모여 조명을 모두 끄고, 큰 프로젝트 빔으로 방송을 보던 그 시간들이 어쩌면 또 하나의 여행이지 않았을까 한다. 


아이를 낳고 기르며 우리는 매년 가던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아직 어리기도 하고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 여유가 없었다.


그렇게 두 녀석이 6살, 4살이 되던 해 우리는 각자에게 여름휴가를 선물하기로 했다. 우선 남편은 혼자 히말라야 트레킹을 떠났고 그다음 해 나는 미국과 캐나다 여행을 떠났다.


여행을 떠난 동안 다른 배우자가 아이들을 혼자서 케어하기로... 그렇게 각자 떠난 여행은 홀가분하기도 했지만 무언가를 한국에 놔두고 온 기분이 들어 여행하는 내내 마음의 짐을 들고 다니는 기분이었다.

그 순간 나는 이제 영원히 엄마가 되었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이후 모든 여행은 가족 여행이 되었다. 아이들이 초등학생에서 사춘기가 되는 그 순간까지가 아이들과 할 수 있는 여행의 마지막 골든 타임이다. 어차피 사춘기가 되고 성인이 되면 아이들은 더 이상 부모와의 여행을 원하지 않음을 알기에 우리는 그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기로 했다. 


여행은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경험시켜 주기 위함이 아닌 부부 추억을 위한 이기적인 선택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모든 선택과 결정권은 우리 부부에게 있기에) 하지만 아이들은 부모의 여행하는 뒷모습을 보며 자신들의 선택과 결정에 따라 더 행복한 여행을 할 수 있는 어른이 되리라 믿어본다.


"여행도 연습이 필요하다."


아이들 다 길러놓고 여행을 떠나야지 했던 많은 중년들이 쉽사리 용기를 내지 못한 채 패키지여행에 묻혀 이름도 장소도 모르는 곳들에서 사진만 찍다가 피곤에 절어 공항으로 돌아오며 "집이 제일 좋아~"라고 이야기한다.


여행도 연습하지 않으면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여행이 되기 쉽다. 내가 진정 원하는 여행이 무엇인지

내가 가장 행복한 여행 스타일은 무엇인지 자신의 여행을 알아갈 기회가 필요하다.


나는 50대 중반이 되면 남편과 혹은 혼자서 떠날 여행지의 리스트를 가슴에 하나씩 챙겨 놓는다. 그때 되면 우리 부부는 어떤 여행이 가장 행복한지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아이들 출가 이후 빈 둥지 증후군이라고 해서 많은 여성들이 우울증을 앓는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둥지는 아무도 남지 않아서 그냥 빈둥지가 되길 빌어본다.


남편과 나의 진정한 여행은 그때부터 시작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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