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IT GOONS, Dua Lipa, Lauv, Lil Yachty
최크롬 : 딩고 프리스타일의 스포트라이트는 이제 리짓군즈를 향한다. 최근 정규앨범을 발표한 코드 쿤스트가 프로듀싱을 맡았으니, 사실상 ‘Burn’은 홍보에 있어서도 시의적절하게 만들어진 것이다. 이렇게 리짓군즈가 대외적으로 선사한 그림은 바로 세련된 형태의 트랩이다. 그들은 싱잉 랩을 넣어 트렌디함을 가져가면서도, 튀지 않는 플로우 구성으로 크루 특유의 구성진 색깔을 놓치지 않았다. 놀 수 있는 전체적인 판을 깔아주는 건 코드 쿤스트의 묵직한 비트이다. 우리는 그 위에 랩퍼 4명의 기승전결이 균형 있게 맞아떨어진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재달이 훅을 통해 귀를 잡아끌면, 뱃사공은 곡의 중심을 잡는다. 이어서 블랭이 흥을 돋우면, 제이호는 반전을 준다. 요컨대 ‘Burn’은 밸런스적으로 군더더기가 없다. 물론 테크닉적인 면에서 킬링 포인트가 되는 부분을 찾기 어려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자극적인 맛이 없다고 꼭 심심한 건 아니지 않는가. 'Burn'의 불길은 충분히 따뜻하다.
무민 : 두아 리파에게는 다 계획이 있었다. 싱글 'Don't Start Now'와 'Physical'에서 맛보기로 보여주었던 '뉴트로'의 정서와 디스코 사운드는 풀 앨범 <Future Nostalgia>의 뼈대를 구성하는 원천이자, 그의 음악적인 주도성과 메시지를 담아내기 위해 치밀하게 세팅된 장치였다.
앨범과 동명의 1번 트랙 'Future Nostalgia'에서 두아 리파는 '이 판을 바꿔 놓겠다'('I wanna change the game')는 다짐을 읊조리며 정통 댄스 팝의 부활을 알린다. 곧바로 쉴 틈 없이 내달리는 9트랙은 모두 디스코/댄스 팝의 줄기로 엮여있지만 앨범은 청자로 하여금 한순간의 지루함도 허락하지 않는 영리한 질주를 멈추지 않는다. 본인의 강점인 중저음의 시크한 보컬과 그것을 극대화하는 풍부한 베이스감을 자랑하는 사운드, 풍미를 더하기 위한 양념처럼 곳곳에 배치된 의외의 요소들까지 ('Love Again'의 긴장감 넘치는 현악기 사운드, 'Levitating'의 생동감 넘치는 랩핑 등), 무엇 하나 페이스를 놓치지 않고 완벽히 합치되어 본연의 역할 그 이상을 해내고 있다. 이렇게 10트랙 내내 뜨겁게 달궈진 댄스 플로어를 마감하는 마지막 트랙 'Boys Will Be Boys'에서는 비트감을 잠시 내려놓고 점차 고조되는 장엄한 공간감의 현악기들 사이로 두아는 여성들을 위한 본인의 고유한 메시지를 새기는 단계까지 나아갔다.
<Future Nostalgia>는 두아 리파를 그래미 수상에까지 이르게 한 전작의 그늘에서 완벽히 벗어나 있다. 이 앨범을 통해 두아 리파는 자신만의 또 다른 영역을 새로이 개척하는 데 성공했으며, 1번 트랙에서 다짐한 바와 같이 두아는 이 앨범을 통해 완벽한 'Game Changer'로 거듭나게 되었다. 그 누구와의, 혹은 그 어떤 작품과의 비교도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두아 리파 만의 새로운 게임 속에서 마주하게 될 흥미로운 라운드들이 기다려지는 시점이다.
절대 혼자가 아니지만, 항상 우울함을 느껴/ 친구들을 끔찍이 사랑하지만, 전화나 문자는 하지 않아./ 상처받지 않기 위해 받은 만큼만 돌려주려고 해.
호우 :우리에게 기본적이자, 가장 외로운 공간이 있다면 바로 인터넷이 아닐까. 동시대를 살고 있는 라우브는 본인의 경험과 감정들을 꾸밈없는 표현들로 이를 보여준다. 특히, 이 노래에서는 우리가 겪는 우울, 고독에 관해 직설적으로 표현한다. 그럼에도 과함 없이 대중적으로 소화하며 무리가 없다. 이를 뒷받침하는 건 다름 아닌 그의 음악성. 다채로운 재료들과 신선한 표현들 사이에서도 제법 정갈하게 이를 보여준다.
이번 앨범은 특히, 피쳐링도 한 수라고 할 수 있겠지만, 넒은 공감대를 보여주며, 이것을 아우를 수 있는 단단한 기본기를 보여주는 앨범이 아닐까 한다. 심플한 기타 팝부터, 신스팝, 밴드 사운드까지 혼합했으며, 실존주의, 긍정, 우울 고독까지 모든 것을 담은 이제야 첫 정규직인 앨범. 꼭 한 번 들어보시라.
최크롬 : 오프라 윈프리를 이용한 제목과 호화로운 피쳐링진, 그리고 건전(?)하게 흘러나오는 가스펠 스타일의 비트가 눈길을 끈다. 곡은 흡사 뮤직비디오가 패러디한 ‘오프라 윈프리 쇼’와 비슷하게 흘러간다. 먼저 마약 같은 보이스의 릴 야티가 토크 쇼의 느긋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그리고 랩스타 드레이크의 등장. 그는 여유로운 플로우로 성공담을 풀어놓는다. 이어서 다베이비가 타이트한 랩으로 곡을 휘젓고 간다(Let’s go!). 재미있는 건 참여진이 곡을 위해 크게 합을 맞추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큰 그림에서 매력적인 트랙이 완성되었다는 점이다. 이 셋을 황금 조합이라고 불러야 할까. 프로듀서 얼 온 더 빗(Earl on the beat)도 처음엔 이 비트에 전혀 기대가 없었다고 하니, 흥미로운 일이다. 어쩌면 싱잉 랩이 판치는 힙합씬에서 다베이비가 나름 활력소 같은 역할을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