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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종별곡 May 07. 2020

관종들의 별별 곡 리뷰 (2020. 4.) 上

비비(BIBI), 솔라, 스텔라장, 에이프릴


비비 (BIBI) - '사장님 도박은 재미로 하셔야 합니다'



  무민 : 곡 제목만 보고 플레이가 망설여졌다면, 지금 당장 재생 버튼을 눌러 보기를 추천한다. ‘더 팬’ 시절부터 비비의 음악성을 알아온 이들에게는 또 다른 종류의 만족감을, 비비의 음악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 될 것이다. Kiiara, Lolo Zouai, Bulow 등 새로운 트렌디 팝/랩/R&B의 복합적인 영역을 개척한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떠올리게 하는 몽환적이면서도 강렬한 무드, 그리고 가창자의 역량에 대한 거대한 신뢰가 느껴지는 촘촘한 편곡, 그것을 가뿐히 소화해내는 비비의 완급 조절 능력까지. 정식 데뷔를 한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아티스트에게서 흔히 볼 수 없는 노련함과 곡 소화력이 가히 일품이다. 이를 뒷받침해 주는 과감한 스토리텔링과 시각적 요소까지 합쳐지니, 잘 짜여진 하나의 종합적인 ‘엔터테인먼트’를 체험한 듯한 인상을 준다.


  앞서 언급한 해외 아티스트들(Kiiara, Lolo Zouai, Bulow)의 음악은 자유롭고 생동감 넘치는 표현력과 다소 실험적이지만 직관적인 매력을 통해 최근 1-2년간 Z세대를 비롯한 1-20대 리스너들에게 큰 각광을 받아왔다. 이와 동시에 가요계에서는 비비가 그들과 비슷한 포지션에 자리 잡아 (음악의 색채는 다를지라도) 유사한 형태의 가치를 제공해 줄 것으로 보인다.




솔라 - ‘뱉어 (Spit it out)’



  최크롬 : 발라드와 리메이크 곡 중심으로 개인 커리어를 구축했던 솔라가 이번에 댄스 가수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뱉어’는 가볍고 톡톡 튀는 그녀의 기존 캐릭터를 부각시키기보다 파격적인 측면을 전면에 내세운다. 빠른 BPM의 트랜스 리듬, 라틴 풍의 사운드는 섹시함과 크러쉬를 이끌어내는 주된 역할을 한다. 세뇌하듯 반복되는 가사(‘뜨거운 입술로 뱉어’)와 어느새 치고 들어오는 훅의 멜로디는 우리 머릿속에서 곡의 존재를 절대 잊히지 않게 하려는 것만 같다. 결과적으로 ‘뱉어’는 솔라의 이미지를 재정의하길 원한다. 요란한 색감의 뮤직비디오와 삭발 씬이 이와 궤를 같이한다. 그러나 치밀한 접근과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뱉어’는 크러쉬 콘셉트가 넘쳐나는 시장에서 특별한 경쟁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요컨대 ‘뱉어’는 솔라가 아니라 화사에게 돌아갔어도 문제없을 만큼 마마무의 전형적인 바운더리 내에서 만들어진 곡이다. 솔라와 같은 스탠다드형 보컬에게는 독특한 이미지뿐만 아니라 더 맛깔나는 음악적 장치를 필요로 할지도 모른다.




스텔라장 (Stella Jang) - <STELLA I>



  최크롬 : 스텔라장을 명료하게 규정짓는 건 음악 자체보다는 세상을 바라보는 그녀의 생각이다. 첫 싱글 ‘어제 차이고’부터 EP인 <Colors>, <유해물질>, 그리고 정규 1집 <STELLS I>까지 메시지를 담는 그녀의 방법론은 한결같다. “질풍노도의 20대 후반”을 이야기했다는 그녀의 설명만큼, <STELLA I>는 다른 앨범에 비해 자전적인 면이 두드러진다. 그렇기에 유쾌발랄함이 묻어 있는 <Colors>, 비유로 가득한 <유해물질>과는 또 다른 정적이고 쓸쓸한 면이 전 트랙에 걸쳐 부각된다.


  앨범은 스텔라장 특유의 아카펠라가 돋보이는 ‘Go Your Way’로부터 명랑하게 시작된다. 하지만 '기분만은 부자처럼'을 주제로 하는 ‘Bourgeois Emotion’가 지나가면, ‘Forever’, ‘우르르 쾅쾅쾅’의 어두운 무드가 이어진다. 이런 흐름에서 ‘빌런 (Villain)’은 앨범에서 유난히 툭 솟아오른 부분이다. ‘빌런’의 스윙 템포와 촌철살인 가사는 뒤에 이어지는 차분한 컨트리 사운드의 ‘Reality Blue’와 더욱 대비된다. “좋은 친구는 별과 같다”며 추억을 회고하는 인터루드는 앨범의 또다른 기점이다. ‘Choose You’, ‘Good Job’에서는 잠시 희망과 응원을 담아내며, ‘품’, ‘Forgive, Forget’, ‘밤을 모은다’에 이르면 기타와 피아노 선율 중심의 간결한 사운드를 토대로 앨범 전체에서 가장 깊고 진중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렇듯 앨범의 흐름은 ‘빌런’을 제외하고 대체로 하강하는 쪽으로 나아간다.


  <STELLA I>는 ‘빌런’을 제외하고 일관된 기조를 유지함으로써 전달하고자 하는 관조적 무드와 메시지를 담아내는 데 충실하다. 또한 ‘Reality Blue’처럼 두고두고 들을 수 있는, 앨범의 뼈대가 되어주는 곡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위 두 곡 앞뒤의 트랙들은 모두 큰 틀에서 유사한 분위기와 형태로 굳어져있기에, 기나긴 러닝타임을 좀처럼 견디기 어렵게 만든다. 과도한 담백함에 긴장이 흐트러지는 셈이다. 한편 역설적으로 킬링 트랙인 ‘빌런’은 앨범의 일관성을 깨뜨리지만, 그 독특한 존재감으로 앨범을 떠받친다. ‘빌런’이 문자 그대로 빌런이 아니라 히어로가 되는 순간이다.




에이프릴 (APRIL) - <Da Capo>



  무민 : 에이프릴의 신곡 ‘LALALILALA’를 통해 가장 먼저 느꼈던 점은, K-POP의 복합적인 성격을 고려하더라도 가장 핵심적인 돌파구는 ‘음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작년 말 레드벨벳이 ‘Psycho’라는 하나의 걸작을 통해 순식간에 탑 걸그룹의 폼을 되찾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에이프릴이 이번 활동을 통해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기까지, 그 간 충실히 쌓아온 팬베이스와 인지도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하지만 타이틀곡 ‘LALALILALA’의 뚜렷한 인상과 촘촘히 설계된 곡 구성, 중독성 있는 훅, 모든 것들이 한 방향을 가리키며 능숙하게 의도하는 지점으로 청자들을 이끈 것이 9할 이상의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수준의 콘셉트 변화를 시도했다는 점 역시 트랙의 매력도와 맞물려 수많은 감상 포인트들을 끊임없이 만들어 낸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렇듯 완벽하게 설계된 ‘균형’과 기획 의도가 수록곡에까지는 닿지 못했다는 점이다. 어느덧 6년 차에 접어든 만큼, 꾸준하게 준수한 퀄리티를 보여주었던 에이프릴의 음악에 신뢰도를 가지게 된 리스너들이 적지 않은 현 상황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활동 이후 다른 무언가가 아닌 ‘음악’, ‘앨범’의 가치를 제고함으로써 보다 폭넓고 확실한 인상을 한 번 더 심어주는 데 성공한다면,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차원의 터닝포인트가 생길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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