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크, 에이핑크, Alicia Keys, Ava Max
호우 : 홍크는 음악 외에도 일러스트를 그리는 싱어송라이터다. 그의 감각적인 아트워크 외에도 장범준 1집과 영화 <나의 투쟁>에서 음악을 작업하는 등 전반적으로 예술을 펼치는 아티스트 중 한 명이다. 그런 그의 음악은 소프트록, R&B 등 듣기 편한 엠비언트 등 다양한 음악의 형태로 그의 경험을 다채롭게 비춰준다.
특히, 홍크의 음악은 묵직한 톤과 낮게 웅얼거리는 목소리로 대화를 시작하듯이 나긋하게 흐른다. 긁혀오는 일렉 기타는 로파이 재질의 편안함과 공명을 이루며 깊은 공간을 만들어낸다. 이번 신곡 ‘Hand-Crank Flashlight’는 뚜렷한 선율에서 벗어나 낮고 어두운 곳으로 떠나가지만 오히려, 느림의 미학처럼 차분한 템포와 맞물려 편안한 감상을 선사한다. 곧바로, 곡의 선명함을 찾아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것이 이 곡의 영리한 포인트다.
해 뜰 때까지 울지 말고
눈물을 모아두자
확실히 엄말 닮았네
슬픔을 못 숨기는 얼굴 보니까
해 질 녘에는 꽃을 태워
눈물에 빛을 가두자
‘Hand Crank Flashlight’ 中
홍크의 곡에 담긴 심상은 깊고 진하다. 이전 곡들과 비교했을 때, 한층 다운된 톤의 노랫말이 담겨있다. 가사는 불안과 슬픔으로 칠해졌지만, 반대로 그의 목소리와 따뜻한 기타톤이 그 이상의 포용력을 보이며, 되려 위로를 전하고 있다. 후렴구의 잔상만 가득한 노래들 속에서 홍크의 곡은 천천히, 그리고 확실하게 마음속에 형체를 표현한다.
호우 : 청순함에서 고전적인 방식으로 뒤틀어버린 ‘%%(응응)’의 흥행은 절대 우연이 아니다. 재계약을 거쳐, 10년 차에 가까운 이들의 행보에서 ‘덤더럼’은 4년 9개월 만에 차트 1위를 안겨주었다. 음악과 함께 이들이 지켜왔던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EDM과 수많은 콘셉트가 걸그룹을 지나갔음에도 기존의 노선을 고집했기에, 에이핑크는 우리에게 확신과 확고한 이미지를 구축했다. 반대로 이들은 음악적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며, 콘셉트의 완결성과 이해도라는 면에서 뛰어난 능력을 갖췄다. 이는 다시 재계약 이후,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음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뒤처지지 않는 페이스를 보여준다. 파스텔에서 네온 핑크로 변한 에이핑크는 앞선 곡들에서 보여주었던 블랙아이드필승과 전군을 내세우며 기조를 이어간다. 이들은 전 작의 멜로디컬한 노선과 레트로를 엮어가며, 불편함을 줄이고, 곡을 영롱하게 부각시키는 노선을 택했다.
한편, 음악의 현재와 과거가 조화롭게 병치되는 것을 살펴본다면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가 될 것이다. 곡을 관통하는 라틴 분위기와 동양적으로 진입하는 2절 구간은 신선하면서도 친숙하게 곡을 환기시킨다. 이후에 나오는 나은과 초롱의 음색은 곡의 색감을 분명하게 강조할뿐더러, 신비로움을 더한다. 한편, ‘거짓말 같다고 말하지 마 ’등 의도적으로 끊어읽는 가사와 고음으로 채우는 후렴구의 뒷배경은 정통 한국 댄스 음악을 떠올리게 하며, 중독적인 ‘덤더럼’의 반복은 신디 사운드와 함께 낯선 곡에서 익숙하게 균형감을 부여한다.
고전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뻔한 작법이 아니냐는 물음에 에이핑크는 과거와 같은 방법으로 현명하게 답을 제시한다. 꾸준한 노력이 결실을 맺는다는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그녀들은 이번에도 새로운 흐름을 고수해 나간다.
호우 : 앨리샤 키스가 세상에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그녀는 전작 ‘Underdog’으로 소외된 이들을 뮤직비디오에 비치 그들에 대한 응원을 전했다. ‘GOOD JOB’은 앞서 말했던 메시지가 단발적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며 그녀의 음악을 빌려 우리에게 다가온다.
앨리샤 키스는 음악의 역사 속에서 그녀의 목소리를 성공적으로 새겨놓았다. 2000년대 크나큰 영광을 받은 그녀는 일상에서는 변화를 겪으며 그녀만의 새로운 위치를 잡았다. 이 곡은 그녀의 삶 속에서 보았고, 지금도 존재하지만 간과했던 일상 속의 영웅들에 대해서 노래한다. 그녀의 곡이라면 빠지지 않는 피아노 반주 위에, 앨리샤 키스의 목소리를 보태어 간결하지만 유려한 흐름을 보여준다. R&B라면 빠지지 않는 그녀의 노랫말에 집중하며, 소울풀함을 느껴보는 것도 흥미로운 감상 포인트가 될 것이다.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희생하는 영웅들에게 감사함을 표하며, 힘든 시간의 끝도 얼른 다가오길 바란다.
최크롬 : 히트곡에 공식이 있을까? Ava Max의 커리어를 보면 심상치 않은 무언가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Sweet but Psycho’, ‘So Am I’부터 지금의 ‘Kings & Queens’는 사실상 똑같은 머니 코드의 반복으로 설명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Ava Max식 팝은 특별한 장르의 문법을 가져오기보다는 익숙함 내에서 승부를 보는 전략을 취한다. 그럼에도 꾸준히 지루하지 않은 탑 라인을 짜내는 프로듀서 Cirkut의 공이 무엇보다도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곡이 다 거기서 거기인 것은 아니다. ‘So Am I’에서는 멜로디에 힙합 리듬을 섞어 재미를 주었다면, ‘Kings & Queens’에서는 일렉기타 간주를 더해 곡 특유의 웅장함을 강조하는 식으로 차이점을 만들어낸다. 더불어 건강하고 고무적인 가사로 독보적인 캐릭터를 구축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러한 의미에서 Ava Max는 팝 시장에서 보기 드문, 우직한 이미지를 보유한 디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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