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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종별곡 Jun 11. 2020

관종들의 별별 곡 리뷰 (2020. 5.) 上

가을방학, 공민지, 레디(Reddy)


가을방학 - [루프탑]



  호우 : 정바비와 계피, 오직 단 둘만이 그려진 앨범 아트가 참 반가웠다. “저희 나왔어요.”라며 불쑥 내민 이번 앨범은 언제 들어도 변함없는 가을방학의 노래들이었다. 


  가을방학의 소구력은 보편성에 있다는 어떤 리뷰처럼, 이들은 반갑게도 그 자리를 고수하고 있었다. 일상에서 보이는 반짝임을 노래하는 '루프탑', 갈라서는 두 사람을 보는 아린 감정들이 노랫말에 담겨 있었다. 그럼에도 '루프탑(ROOPTOP)'과 같은 영어와 간결한 구성에 동화 같은 비유를 빼입은 노랫말들로 여전히 다른 특징을 보여주었다.


  보편적인 일과를 들려줌에도 특별한 잔상을 남기는 것이 가을방학이다. 꾸밈없는 담백한 보컬과 목소리이기에 들리는 느낌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에 빼곡한 정바비의 발랄한 노랫말의 조합이 맞물려 나오는 유의미한 결과가 아닐까. 변하는 트렌드에서도 오직 둘만이 낼 수 있는 가을방학 그대로의 따스한 작법, 동화를 닮은 말랑말랑한 어쿠스틱 사운드가 남아있기에 오늘도 그들을 찾는다. 




공민지 - 'LOVELY'



  호우 : R&B와 힙합의 장르에서 뚜렷한 인상을 남겨온 공민지는 솔로 이후에도 꾸준히 발자취를 만들어왔다. 공민지의 ‘LOVELY’는 제목처럼 부드러운 느낌으로 그간의 행보에서 조금 벗어나 새롭지만, 익숙한 선율의 곡이다.


  'LOVELY'의 큰 강점은 안정감 있는 보컬이다. 화자의 담담한 목소리는 제 할 일을 다하며 조용히 우리에게 스며든다. “너는 충분히 사랑스럽다”는 노랫말도 고의적인 감정의 뒤틀림 없이 올곧게 흐르며 메시지를 온전히 전달한다. 그리고 기타 기반의 선율로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로 확장을 꾀하는 것은 2세대 케이팝 팬이라면 익숙할 아련함까지 더하며 리스너의 감성을 극대화한다.


  특히, 'LOVELY'라는 반복적인 후렴을 통한 완급조절과 후반부의 배경을 채우는 화음 등 담담히 뒷받침하는 표현력으로 완성도를 끌어올린다. 대중성과 그녀의 작법의 교차점을 보여준 ‘LOVELY’이기에 기존의 지지층과 더불어 새로운 리스너들에게도 좋은 접근법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레디 (Reddy) - [500000]



  최크롬 ‘FLEX’로 점철된 힙합 문화 아래에서 래퍼가 자기의 치부를 드러내려면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레디는 [500000]에서 인간 김홍우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아니, 꺼낸다기보다는 ‘털어놓는다'. 모두가 타이틀로 발표된 12개의 트랙들에는 삶의 때가 묻은 채로 허우적거리는 레디의 모습이 담겨있다. 이는 앨범의 아트워크, 그가 일했던 편집샵 ‘휴먼트리’의 풍경으로 나타난다. 그는 우울한 표정을 숨기지 않는다. 음악을 하고 래퍼의 삶을 살아도, 무대가 아닌 그곳이 현실이었으니까.


  앨범의 주제가 가장 단적으로 드러나는 트랙은 ‘Hmmm’이다. “마취제 같은 꿈”, “난 창고 정리하러 가잖아” 등의 솔직한 가사들이 유쾌한 피아노 사운드와 대조된다. ‘I Was a Boom Bap Kid’에서는 이태원을 오가며 패션과 음악을 즐기던 어린 시절을 회고하고, ‘수면 위’, ‘치트키’에서는 탈퇴했던 코홀트와 쇼미더머니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리고 ‘No Worries’, ‘Fade Out’에서는 불안함과 잊힘을 키워드로 꺼내며 화려하지만은 않은 래퍼의 삶을 암시한다. 이처럼 앨범은 허무함과 희망 사이를 줄타기하며 마무리된다.


  [500000]의 내러티브 바깥에는 요시와 팔로알토의 프로듀싱이 존재한다. 따라서 대중적인 어필보다는 요시 특유의, 위화감이 묘하게 드러나는 스타일이 더 강하게 드러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튀는 트랙이 없고 비교적 다양한 사운드를 지향한다는 것이 앨범의 특징이다. 트렌디함을 위시한 곡은 보이지 않는다. 테크닉이 두드러지는 부분도 없다. 이러한 점에서 [500000]는 레디가 온전히 본인의 이야기와 감정에 투자한 앨범이다. 트렌디함의 대명사로 알려진 레디의 이런 진득한 서사를 담은 음악은 의외이며, 한편으로는 반갑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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