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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종별곡 Sep 07. 2020

관종들의 별별 곡 리뷰 (2020. 8.) 上

로시, 세정, 스무살, 자우림, BLACKPINK


로시 (Rothy) – 'OCEAN VIEW (Feat. 찬열)'



  무민 : 어느 곳 하나 모난 곳 없이 깔끔하게 정제된 듯한 안정감이 곡 전반에 짙게 배어있다. 나이에 비해 짙은 소울과 그루브로 주목받았던 로시의 보컬은, 이 곡에서 그러한 특징들을 한 겹 덜어냄으로써 피처링으로 참여한 찬열과의 깔끔한 목소리합을 만들어내며, 트랙이 지향하는 계절감에도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아있는 '로시'다움은 이 곡을 여타 에너제틱하고 직관적인 섬머 송들과 구분시켜주는 긍정적인 장치로서 역할을 한다. 소위 말하는 '가볍게 듣기 좋은 곡(=이지리스닝)'으로 분류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볍게 '흘려보내는' 트랙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중심'을 잘 유지해낸 'OCEAN VIEW'는 먼 훗날 로시의 대표곡으로 손 꼽히지는 않더라도, 마음 한 켠에 그의 음악을 담아두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언제든지(특히 여름에) 부담 없이 꺼내볼 수 있는 일종의 스테디셀러가 될 수 있을 것만 같다.





세정 - 'Whale'



  호우 : 청량하게 파문을 그리는 도입부 앞에 세정의 보컬이 동시에 뛰어오른다. 제목이 머금고 있듯 시원함과 에너지에 초점을 두었고, 세정도 이를 따라 자신의 역량을 뿜어낸다. ‘Whale’도 그녀 스스로 작사, 작곡에 참여하며 곡의 몰입감을 살리고, 신시사이저와 기타의 경쾌한 리듬이 더해져 무난한 이야기를 가진 써머송의 입지도 보여주고 있다. 한 편, 맑고 힘찬 그녀의 곡은 ‘SKYLINE’에서 보았던 질감과 비슷하다. 부드러운 선율과 인상적인 신디사이저, 그리고 후반부 보컬 애드립 등 묘하게 전 작을 떠오르게 하는 것은 싱어송라이터의 노선을 강조하려 함이 아닐까. 답습은 아니나 안정적인, 지금 세정의 이미지를 그대로 녹여낸 듣기 좋은 싱글 곡이다.




스무살 – '새벽을 달려 (Feat. JUNIEL)'



  무민 스무살, 주니엘 이라는 조합을 처음 마주한다면, 자연스럽게 어쿠스틱한 기타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감성적인 포크 발라드를 연상할 확률이 높다. (물론 두 아티스트의 스펙트럼은 포크, 발라드, 알앤비부터 소프트락까지 매우 광활한 편이다.) 하지만 ‘새벽을 달려’는 다양한 변주를 통해 그러한 예상을 보기 좋게 뒤엎으며 3분 6초라는 짧은 러닝타임 동안 리스너들의 집중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준다. 잔잔한 A 파트에 비해 곧바로 이어지는 B 파트는 묵직한 비트감을 통해 트랙에 묘한 긴장감을 부여하는데, 이는 곡의 하이라이트와도 같은 후렴구의 강렬하면서도 몽환적인 드롭과 멜로디컬한 A 파트의 공존이 어색하지 않도록 둘을 순차적으로 이어주는 중간다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렇게 많은 요소들이 공존하고 있음에도 ‘투 머치’한 결과물을 피해 갈 수 있었던 이유는, 두 보컬의 노련한 ‘담백함’이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듀엣’이라는 이유로 과도하게 케미스트리를 강조하지 않고 각자의 감성을 충실히 표현해냄으로써, 기분 좋게 은은한 시골 여름밤의 향기를 연상시키는 깔끔한 콜라보레이션을 완성하였다.




자우림 - [HOLA!]



  호우 : 기존의 곡 작업을 잠시 미루고, 자우림이 반가운 인사를 건넨다. 길어지는 칩거생활만큼 우리, 그리고 사회 속의 관계들도 역시 느슨하거나 불안하게 만들었고, 동반되는 변화 속에서 우리의 과제는 버텨내는 것이 전부였다. ‘HOLA!’는 그런 세상 속 사람들에게 가볍고 사뿐하게 인사를 건넨다.


  ‘HOLA!’는 사랑스러운 상승세를 그리는 도입부를 지나 휴가를 떠난 듯 여유로운 리듬을 보여준다. 경쾌함을 얹은 기타와 일렉트릭 기타의 흔들림 속에 트럼펫은 흥겹게 반주를 토해낸다. “지금, 여기, 우리”라는 곡의 메시지는 김윤아 특유의 사랑스러운 보컬을 타면서도 본연을 잃지 않는다. 힘을 뺀 채 편안한 감상을 보여주는 이들의 편곡으로 무거웠던 사회에 여유를 불어넣는다.


  한편, 모닝콜을 연상케하는 ‘모닝왈츠’는 제목처럼 맑고 상쾌하게 위로를 노래한다. 어두운 밤을 지나 아침을 깨우는 다정한 가사는 ‘잘 될 거예요.’라는 말처럼 무조건적인 위로가 느껴진다. 자장가를 노래하듯 포근한 보컬의 톤과 왈츠 풍의 리듬이 맞물려 풍성하지만, 한걸음 물러난 현악기와 이선규, 김진만의 연주 파트가 깔끔한 감상을 돕는다.


   ‘우리들의 실패’는 위의 두 곡과 길을 조금 달리한다. 지나간 실패에서 피워낸 희망을 노래하는 선율의 정서는 쓸쓸하다. 그럼에도 잃지 않는 행복이 자리 잡혀 있어 다소 희망찬 감정은 전한다. 기존 자우림에 대한 향수가 느껴지는 것도 의도한 것일까. 유독 짧게 느껴지는 곡은 청자에게 격려를 얹어주는 듯하다.


  전혀 다른 세곡이 싱글로 나왔음에도 전혀 어색함이 없다. 진중하면서도 시대와 같이 호흡해온 이들의 음악이 사랑받는 이유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적은 싱글에서도 자우림이 보여줬던 음악적인 행보가 보이는 곡이 아닐까. 홀가분하게 날아가면서도 마음에 새겨지는 곡이다. 




BLACKPINK – ‘Ice Cream (with Selena Gomez)'



  최크롬 : 두 달 전 발매된 ‘How You Like That’과 비교해보면서 분석하면 좋을 것 같다. ‘How You Like That’이 기존 블랙핑크의 계보를 따르던 '한국적'인 곡이라면 ‘Ice Cream’는 처음으로 언어와 사운드 모두 현지화를 거친 곡이다. 게다가 셀레나 고메즈와의 콜라보라니, 미국 시장을 향한 넘치는 자신감이 보이지 않는가? 앞서 말했듯 ‘Ice Cream’은 밝은 트랩의 무드를 적극 차용하고, 랩의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현지 음악씬에 자연스럽게 결을 맞춘다. 또한 ‘How You Like That’과 비교해서 케이팝 특유의 뚜렷한 기승전결이나 직관적인 그림을 자랑하는 건 아니지만, 반복적인 소스 사용을 통한 힙합의 오리지널한 맛과 선정성을 표방하는 은유적인 가사가 ‘Ice Cream’의 정체성을 단단하게 형성하고 있다. 물론 아웃트로의 변주 구간에는 걸리쉬한 느낌을 살리면서 케이팝스러움을 덧붙이기도 한다. ‘Ice Cream’의 의의는 ‘Dynamite’와 같이 케이팝과 현지화된 스타일 사이의 조정이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Dynamite’처럼 걸그룹 곡이 HOT 100 상위권에 안착한다면, 과연 어떤 그룹이 어떤 곡으로 등장하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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