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이적
아인슈타인. 찰스 다윈. 이름만 들어도 그들의 ‘뇌’에서 느껴지는 경이로움에 작아지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이대로 작아지긴 싫어 그들과 나를 한데 묶어줄 무언가를 애써 생각해냈다. 아무리 머리를 돌려가며 이들과 나의 공통점을 찾아보려한들 인류의 역사를 뒤집어 놓은 두 천재들과 나는 그저 먹고 싸고 잔다는 공통점을 가질 뿐이었다. 그런데 웬걸. 유레카! 왼손잡이, 이 사실 하나로 ‘그들’은 ‘우리’가 되었다. “나 왼손잡이야!” 이적이 그렇게 외쳐대던 왼손잡이는 세상을 바꿔놓은 천재들이고, 그 사실 하나 만으로 나는 조금은 커진 내 자신을 느꼈다.
운이 나쁘게도 왼손잡이였다
내가 아이슈타인, 찰스다윈과 이름을 나란히 하는 똑똑한 우뇌를 가진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조금 더 일찍 알았었더라면 좋았으련만. 그랬다면 유년시절 식사시간만 되면 오른손을 사용하라고 핀잔을 주시던 할아버지에게 그들의 이름을 대며 더 많은 반찬들을 먹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인구의 10%만이 왼손잡이라지만 왼손잡이가 불운하다고 여겨온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속 왼손잡이는 5%도 채 되지 않는다. 왼손잡이의 뇌는 어린 시절부터 오른손잡이를 위해 설계된 것 같은 세상에서 살아남아야하는 압박 속에 있었다. 그리고 나를 포함한 지금의 왼손잡이들은 그 압박을 견뎌낸 사람들이다!
왼손잡이라 다행이다
왼손잡이라는 이유로 탄압받던 시절을 견뎌낸 후 내 세상엔 왼손잡이르네상스시대가 도래했다. 나는 ‘왼손잡이’로서 왠지 모를 우월감을 느끼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나의 뇌와 위대한 업적을 남긴 왼손잡이들의 뇌는 99.9% 아무 연관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0.01%로 우리의 뇌는 더 빠르고 더 유연하다. 내 뇌는 조금 더 특별할 것이라는 믿음, 그 믿음은 억눌린 시간들에 대한 보상이라고 해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