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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망그리고소녀 Dec 12. 2019

천 년여 세월 동안 제주를 지켜온 제주 밭담

 

  제주의 돌은 보물이다. 제주의 천 년여 세월 동안 바람과 가축으로부터 제주 사람들을 보호하고 제주의 땅을 지켜왔다. 집 외벽에 쌓은 담 축담, 골목길에 쌓은 담 올래 담, 무덤을 둘러싼 담 산담, 바다와 육지 경계에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은 담 환해장성, 해녀들이 물질할 때 불을 피워 몸을 말리는 공간을 동그랗게 에워싼 담 불턱, 밀물에 들어온 고기를 잡기 위한 담 원담, 밭과 밭의 경계를 짓는 담 제주 밭담 등 ‘제주 사람들은 돌에서 태어나 돌로 돌아간다’라는 옛말처럼 돌은 제주인의 생과 죽음에 이르기까지 모든 순간순간을 함께 했다.


 농사를 짓고 있는 땅에서 지금도 쉽게 볼 수 있는 제주 밭담, 제주 밭담은 농민들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 고려 시대 고종(1234년) 때 김구 판관(1211-1278)에 의해 탄생되었다고 기록에 전한다. 제주 밭담은 밭과 밭의 경계를 표시하여 제주인의 삶의 터전을 지켜 주었고 강한 바람으로부터 흙과 씨앗이 날리는 것을 방지하고 방목된 마소의 침입으로부터 귀한 농작물을 보호했다. 제주 사람들의 땀과 노력으로 하나하나 쌓아올린 자연의 경계선 제주 밭담은 2013년 1월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되고 2014년 4월 유엔식량농업기구 세계농업유산으로 등재되어 농업유산으로서 소중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제주 밭담은 제주 사람들의 지혜가 집약된 삶의 상징이다. 일반적으로 장인의 손을 빌리지 않고 밭주인들이 직접 쌓아올려 투박하고 거친 게 매력인 제주 밭담은 얼기설기 쌓여 있어 강한 바람에 금방 쓰러질 것 같다. 하지만 곡선을 타며 현무암과 현무암이 꽉 맞물려 서로가 서로의 이음새가 되어 주고 돌 사이사이 바람이 통하는 길과 현무암 자체의 강한 마찰력 때문에 큰 바람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밭과 밭 사이의 경계를 이루며 제주 전역으로 길게 뻗은 제주 밭담은 총 길이가 약 22,000km로 중국의 만리장성보다 세 배 더 길다. 그 모습이 마치 밭과 밭 사이 마치 구불구불 뻗어나가는 검은 용 같다고 해서 예부터 ‘흑룡만리’라고 불렸다.


 제주는 화산섬으로 흙이 주로 화산회토로 이루어졌다. 화산회토는 가벼워 표토가 쉽게 유실될 위험성이 높다. 또한 화산 폭발 때 생긴 돌들이 흙 속을 채우고 있어 빌레가 많다. 농사짓기가 참 어려운 땅이다. 하지만 살아가기 위해  제주 사람들은 강한 바람을 이겨내야 했고 돌이 섞인 척박한 땅을 일구어야 했다.  그래서 농사를 짓기 위해 아버지와 아들은 밭에서 돌을 골라내고 본능적으로 밭담을 쌓았다. 강한 태풍에 담이 무너지기라도 하면 이를 먼저 본 동네 삼촌이 다시 담을 쌓았다. 함께 살아내야 했기 때문이다. 화산회토는 서쪽과 동쪽이 또 달랐다. 서쪽은 밭에 돌이 적고 비옥했지만 바람이 강해 밭담이 조금 낮고 단단했다. 동쪽은 밭에 돌이 많아 사람 키만큼 높은 밭담도 있다. 흔들리면서도 서로 꽉 맞물려 있는 제주 밭담을 보면 흡사 서로가 서로에게 강한 연민을 가지고 손을 잡아 주고 있는 제주 사람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지 않으면 섬에서의 삶은 외롭고 각박하다. 제주 사람들의 공동체 정신을 빼닮은 밭담, 제주 밭담은 제주인의 삶을 지켜준 소중한 유산이다.                           


  

2019.10.13.(일)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진빌레 밭담길에서 


2019.10.12.(토)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 감수굴 밭담길에서 


201910.10.(목) 서귀포시 성산읍 신풍리 어멍아방 밭담길에서 


2019.10.10.(목) 서귀포시 성산읍 난산리 난미 밭담길에서 


2019.10.09.(수)  제주시 애월읍 수산리 물메 밭담길에서 


2019.10.09.(수) 제주시 한림읍 동명리 수류촌 밭담길에서


2019.10.05.(토) 제주시 한림읍 귀덕1리 영등할망 밭담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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