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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래빗 Mar 13. 2020

<슬기로운 의사 생활>: 첫방 그후, 주목할 포인트 셋

- 다 된 밥에 짭짤한 간만 더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지난 3월 12일, 화제작 <슬기로운 의사 생활>이 첫방 시청률 6%를 웃돌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해당 드라마는 방송 관계자는 물론, 시청자들 사이에서 여러모로 큰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다. 그 이유를 열거하자면,


1. 믿고 보는 ‘응답하라’ 시리즈 신원호 감독 & 이우정 작가 콤비의 작품이라서

2. 조정석, 유연석 등 연기력이 입증된 배우들을 대거 기용해서

3. 넷플릭스에 동시방영되는 작품이라서 

그리고 기타 등등.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이 무색하리만큼 호평 일색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90분 가까이되는 미니시리즈 치고 꽤나 긴 러닝타임 동안 채널을 고정시키는 힘이 있는 드라마였지만, 맛있는 재료에 소금 간이 덜 된 듯한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첫 회만 보고 단정짓기는 이르지만 어딘가 밋밋한 느낌이 드는 이유를 곰곰이 살펴보았다. 



1. ‘의사 생활’이라는데, 메디컬 보단 휴먼? 

‘응답하라’ 시리즈와 전작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꼽아본다면 ‘휴머니즘’일 것이다. 물론 ‘응답하라’ 시리즈엔 ‘첫사랑 찾기’라는 테마가 전 회차를 관통하며 극의 흐름을 잡아주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정(情)’을 담아내는 이야기다. 


이처럼 대개 드라마에는 특징적인 ‘장르’가 있다. 최근에는 ‘판타지 로맨스’ ‘판타지 추리극’ ‘미스터리 호러’ 등 복합 장르물과 판타지가 가미된 드라마가 유독 많아져 장르의 경계가 불분명해지기는 했지만, 드라마의 성격이나 가고자 하는 방향은 분명히 살아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생각해보았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어떤 장르에 속하는 드라마인가. 첫째, 대형 병원을 배경으로 하여 외과 의사들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메디컬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둘째, 99학번 의예과 동기들의 우정과 삶을 다룬다는 점에서 휴먼 드라마이기도 하다. 셋째, 이들이 밴드를 구성해 함께 음악이라는 취미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음악극 형식을 띠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넷째, 1회에 짤막하게 등장한 준완(정경호)과 송화(전미도)의 애인으로 미루어 볼 때 약간의 로맨스도 가미되어 있는 듯 하다.


제작진이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의사생활>은 메디컬 드라마 라기보단 전작의 노선을 어느 정도 유지하는 휴먼 드라마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휴먼 메디컬 드라마’에 그치지 않고 음악과 로맨스, 그리고 ‘응답하라’ 식 코미디를 몽땅 버무리기에는 러닝 타임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의학 드라마의 현실감과 전문성을 기대한 시청자들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 있는 전개였을 것이고, ‘응답하라’ 식 유머와 따뜻한 감성을 그리워했던 이들은 20년지기 친구들의 우스꽝스런 과거 회상 장면이 좀 더 풍성해졌으면 하는 바람이었을 수 있겠다. 첫 에피소드는 등장인물의 서사와 등장 배경 등 앞으로 스토리를 풀어나갈 밑그림을 보여주는 회차이기 때문에 다소 장황할 수 있는 게 당연하지만, 좀더 명확한 구도가 보여진다면 드라마를 보는 재미가 더욱 살아나지 않을까. 


2. 다섯 명의 ‘의사’ 캐릭터, 그 중 누구를 봐야 하나?

‘한국판 프렌즈’를 표방한 <의사생활> 속 당신의 원픽은 누구인가. 

재벌가 자제이지만 병원장 자리를 걷어차고 ‘키다리아저씨’로 살고 있는 따뜻한 품성의 정원(유연석)인가, 노련하면서도 단단한 음성이 매력적인 홍일점 송화(전미도)인가, 아님 등장부터 시선 강탈한 헬멧 보이 익준(조정석)인가. 한 회차 분량만으로도 다섯 명의 주연 배우들은 확실하게 캐릭터를 구축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런데 이 20년지기 친구들, 케미스트리는 충분히 빛났지만 독보적인 캐릭터가 있던가 되짚어 보게 된다. 


일례로, <응답하라 1988>엔 동생들 기 죽이는 걸크러시 성보라와 미운 둘째라서 세상 서러운 성덕선이 있었고. <슬기로운 감빵생활>에는 헛소리하는 헤롱이, 그리고 그의 천적 문래동 카이스트가 있었다. 이처럼 주인공들이 ‘착한’ 캐릭터라 하더라도, 서로 못 잡아 먹어 안달이거나 아옹다옹하는 맛이 있는 ‘앙숙’ 관계여야 극에 활력이 생긴다는 것은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응답하라’ 제작진의 작품들이 늘 그러했듯, 주인공 캐릭터에는 ‘악인’이 없다. 등장인물 모두가 어딘가 모자라지만 그 자체로 사랑스럽고 응원하고 싶은 캐릭터들이라 드라마 시청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없다는 게 큰 장점이다. 하지만 <의사 생활> 속 캐릭터들은 ‘서울대 의예과 99학번’이라는 공통분모로 모인 ‘똑똑하고 잘난 의사 양반’이라는 데에서 시청자들의 공감 지수를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 드라마 속 캐릭터들이 때론 못나고 옹졸해 보여도, 그들의 부족한 점들 때문에 ‘그래, 나도 그렇지’라는 생각이 들어 애정하게 되는 건데, 우리는 그 잘나고 완벽한 의사 선생들 중 누구를 응원하게 될까? 

<의사생활> 속 원픽을 꼽기까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3. 음악의 힘, 5인 밴드의 활약을 기대하며.

지난 1회에서는 음치에 박치인 송화(전미도)가 보컬 자리를 선점하면서 직장인 밴드의 시작을 알렸다. <닥터지바고> <어쩌면 해피엔딩>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뮤지컬 계에서 실력파로 유명한 배우 전미도의 음치 연기는 방송 직후 네티즌들 사이에서 큰 화제이기도 했다. 연기적으로도 흠잡을 데 없지만, 뮤지컬 무대에서 종횡무진하며 활동한 배우들이 캐스팅되어 있기에 이들이 다가올 회차에서 보여줄 음악적인 모습 또한 자연스레 기대가 되는 바다. 


‘응답하라’ 제작진들이 드라마에서 음악을 활용하는 능력은 이미 전작들에서 충분히 검증된 바 있다. <응답하라 1988>하면 대학가요제 수상의 영예를 안은 곡 ‘연극이 끝난 후’가 떠오르듯, <의사생활> 하면 떠오르게 될 음악이 무엇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흥행보증수표로 알려진 배우와 제작진의 만남은 언제나 반갑다. 
주 1회 방영이라 드라마의 호흡을 잘 따라갈 수 있을까 걱정도 되지만, 각 캐릭터들이 좀더 쫀쫀하게 살아나는 스토리만 바탕이 된다면 더할 나위없이 재미있는 작품이 되지 않겠나 짐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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