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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줴이 Apr 08. 2021

사유와 배설 사이

거름 되는 글 똥 누기

매일 지속하던 글쓰기에서 손을 떼게 된 결정적 이유는 일기를 빙자한 글쓰기가 겸연쩍어서이다. 그리고 글쓰기의 강제성을 위한 공간에서 타인의 글이 소음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글은 배출이다. 사유를 통한 배출이다. 활자로의 배출에서 내 사유는 타인의 읽기를 배려하고 있었던가?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글은 배설인가?

여러 경로를 통해 들어온 인풋을 글이라는 아웃풋으로 내놓는 과정에서 내 사유는 새로운 봄의 나뭇만큼이나 훌쩍 자란다. 나도 잘 모르겠는 천방지축 생각의 움직임들은 글쓰기라는 아웃풋을 통해 정리되면서 어제보다 성숙한 인간으로 살아가는 발판이 되기도 한다. 단순 배설이 아닌 인풋을 위한 아웃풋, 혹은 그다음 사유를 위한 거름쯤 되는 것이다.


이러저러한 사유가 충돌해 현재는 내 마음에 균열이 간 상태이지만 알에서 깨어 나오면 비옥한 글 똥을 눌 수 있을 거라 예상한다. 우리는 왜 생각하는가, 왜 비판하는가, 왜 분노하는가, 왜 깨닫는가. 인간의 원초적 행위 단순 배설만으로는 삶이 지루하기 때문이다. 사유와 배설 사이에서 방향을 틀어 거름 되는 글 똥을 누기로 한다. 지금의 사유가 숙취처럼 찾아오기 전에 거름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사유를 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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