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을 융통성으로 포장하는 기술
어떤 인간의 신박한 포장력
g어학원 원장을 만나게 된 계기는 그가 오랜 기간 영어를 가르치면서 해결하지 못한 아이들의 언어 능력 때문이었다. 그는 숙변처럼 해결되지 않는 영어 향상 문제를 낮은 문해력 때문으로 보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어가 먼저라고 생각했다. 물론이다. 국어를 잘하지 못하면 영어는 물론이거니와 다른 언어도 마찬가지이다. 이뿐인가? 사회, 과학뿐 아니라 수학에도 국어는 포함되어 있다. 그의 빅픽쳐는 국력에도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의 그릇은 딱 거기까지였다. 자신이 품은 큰 뜻과 달리 자기 효능감이 낮았고, 자신이 행하는 불신의 행동을 융통성으로 포장하며, 자기만의 가치 기준을 타인에게 덮어 씌우는 신박한 기술을 선보였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방식의 가치 기준이 있다. 네모난 가치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세상은 네모로 보이고, 세모난 가치 기준으로 인간을 바라보면 마주치는 모든 인간을 세모 안에서 평가하게 된다. 물론 그 어떤 것도 정답이 될 수는 없다. 다만 우리가 도덕과 정의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없다면 인간으로서 존재 가치가 흔들리는 것이다.
그를 처음 만난 날 내가 본 몇 개의 갸우뚱했던 장면은 그를 설명하는 퍼즐 조각이었다. 이후 그를 불신하게 되는 사건들이 하나 둘 일어나면서 인상적인 장면의 퍼즐 조각들이 하나씩 맞춰지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은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그 부모에 그 자식, 그 사장에 그 직원, 그 누군가를 알고 싶다면 주변인들만 봐도 알 수 있다. 네모난 가치 기준을 가진 사람은 네모난 프레임 안에서 사람들을 보기 때문에 그 주변엔 그 프레임에 딱 들어맞는 네모난 사람들만 있기 마련이다. 그를 대변하는 것들은 이미 그 주변에 포진해 있었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에 스스럼이 없는 인간.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거나 약속 시간을 53분 넘겨 나타나는 인간. 그러면서 사과하지 않는 인간. 이런 자신의 행동을 융통성으로 포장하는 인간.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느라 왜곡된 자신만의 기억력을 가진 인간. 온갖 편협한 편견의 프레임으로 타인을 통제하는 인간. 대단한데? 장담컨대 이런 인간의 주변인들이나, 이런 인간 밑에서 공부하는 학생이나, 모두 같은 모양의 가치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볼 것이다. 이 신박한 포장력은 변질되고 또 변질되어 그 주변을, 더 넓게는 그가 포함된 사회를 교란시킬 것이다. 이해되지 않는 범죄 인간의 행태 중 일부는 이와 다를 바 없기도 하다. 그 밑에서 배우고 자라나는 아이들은 무슨 죄인가. 잘못된 가치관을 지닌 한 인간이 한 사람의 인생, 한 무리의 집단, 더 나아가 한 사회를 망치고 있는 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