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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래현 Jul 14. 2024

나이 서른에 그렇지 못한 외모

만만한 사람이 아닙니다

사진: Unsplash의Kurt Cotoaga


"너는 참 좋겠다, 살찐 것 빼고는 하나도 변한 게 없네."


아직도 편의점에서 담배를 살 때면 종종 민증 검사를 한다. 만으로 따져도 서른이 넘은 나이인데 말이다. 얼핏 봐도 고등학생은 아니지 않나 싶지만서도, 가끔씩 듣는 저 말 때문에 혼동이 올 때가 있다. 나는 여전히 '애'티를 벗지 못한 걸까 하고.


서른이 되면 많은 것이 변할 줄 알았다. 번듯한 직장을 갖고, 결혼을 하고, 얼굴도 알맞게 변하고. 진정한 어른으로서의 도약을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저 중에서 내가 이룬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다른 것들은 사회적 분위기가 그러니 그렇다 쳐도, 얼굴은 왜 늙지 않는지 당최 이해가 가질 않았다.

점점 나이에 맞게 변모하는 친구들, 그 와중에 여전히 아이 같은 나. 이 이질감 때문에 함께 술을 마시러 갈 때면 자못 가게 주인장의 오해를 사기도 했다. 


"여기는 아직 학생 같은데? 친구 맞아?"


이런 일이 많아지다 보니 나는 늘 신분증을 챙겨야 했다(요즘은 모바일 신분증으로 확인이 가능해 굳이 지갑을 챙겨야 하는 수고는 덜었다). 나이가 이만큼 먹었음에도 귀찮은 통과 의례를 거쳐야 한다니, 때로는 알맞게 무르익어 가는 친구들의 외모가 부럽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첫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바로 외모와 분위기다. 어쩔 수 없이 어려 보이는 나의 외모 때문에 상대에게 무례를 겪기도 했다. 예를 들면 초면에 반말을 하든가, 선 넘는 장난을 친다든가, 은근히 하대하는 말투로 대한다든가. 여기에 좀체 화를 내지 않는 온순한 성격이다 보니 외모에 성격이 더해져 상대는 갈수록 '도'를 지나치게 된다.

때론 내가 '깡'이라도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성격이라도 지X 맞으면 알아서 조심하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그런데 사람 성격이란 게 손바닥 뒤집듯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늘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화를 낼까? 아니야, 그냥 참는 게 좋겠지?" 하며 늘 같은 고민을 하고, 또 같은 상황을 마주한다.


이따금 엄마와 수다를 떨 때면 그런 얘기를 하곤 했다. 


"엄마, 내가 서른 중반이 되어서도 지금 얼굴이면 '동안 선발대회'에 나갈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우스갯소리로 한 이야기지만, 어쩌면 곧 현실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한국 나이로 서른둘. 이제 서른 중반까지 3년밖에 남지 않았다. 앞으로의 3년을 어떻게 가꿔나가야 난 애티를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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