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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람지 Nov 19. 2021

유입만큼 중요한 이탈 지점에서의 고객 경험 챙기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는 그만!

언젠가 올지 모르는 영감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기획자가 되기 위한 아카이빙 프로젝트 <기획자의 영감 창고> 6편! (너무 오랜만이라 이 멘트가 민망하네요ㅎㅎㅎ 바쁜 일을 정리하고 돌아왔습니다 :D 스타뜨~)

 



유입이 아무리 늘어나도 떠나가는 사람이 많다면 성장할 수 없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참사를 피하기 위해서 우리는 퍼널 뒷단의 고객 경험을 알뜰살뜰 챙겨야 한다.


CX 관점에서 많은 회사들이 실제로 '가입 해지율'과 '리텐션율'을 주요 지표로 꼽는다. (이번 오픈서베이 CX 트렌드 리포트 2021에 따르면 약 40% 정도)


리텐션이라 함은 흔히들 CRM 적인 액션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고객과의 관계를 계속 이어나가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지만, 사실 이미 떠난 고객들을 CRM으로 다시 데려오는 일은 무지무지 어렵다. 헤어진 연인이 또 헤어지는 이유와 같달까. 내가 힘들고 싫었던 점이 바뀌지 않으면 노력해도 마음을 돌리기 쉽지 않다.


그래서 오늘은 애초에 '고객이 떠나지 않도록 경험을 개선한 사례'를 모아 보았다.



INDEX

1. 원래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게 더 아프다 - 마켓컬리

2. 소 잃고 외양간 고치면 이미 늦었다 - 스타벅스

3. 생각할 시간을 갖자는 말은 대부분 이별로 끝난다 - 드롭박스

4. 좋아하는 것을 해줄 때 보다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을 때 오래가는 법이다 - 유튜브

5. 약속을 100% 지키지 못하더라도 노력을 보여주자 - 배달의민족





1. 원래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게 더 아프다.


서비스에 기대했던 고객일수록, 서비스를 많이 좋아했던 고객일수록 떠나기 전에 VOC를 남긴다. 우리가 자주 쓰는 앱 리뷰에서도 '믿고 시켰는데 실망이다', '이런 이유로 앞으로 쓰지 않을 거다.'라는 얘기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마켓 컬리의 김슬아 대표님은 이런 이탈 포인트들을 캐치하기 위해 VOC를 주말까지 읽는다고 한다.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진짜 열심히 진정성 있게 만들어서 우리 서비스 꽤 괜찮은데, 고객 분들은 보통 한두 가지 부분 때문에 화가 난다. 고것만 딱 고쳐주면 너무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VOC를 주말도 안 빼놓고 열심히 본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VOC를 기반으로 어떻게 운영 프로세스를 개선했는지 이야기해준다.


'오렌지주스 매번 유통기한 2일은 남은 것 받아서 이번에도 그럴 거라 생각하고 마셨는데, 1일 남은 거였네요 ㅡㅡ'


위와 같은 리뷰를 본 뒤 고객에게 특정 기한 이상 남은 물건만 보내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유통기한보다 더 앞선 '판매 기한'이라는 개념을 수립했다고 한다. 물론 어려운 일이라 내부적으로 반대도 심했다고. 그럼에도 컬리를 믿고 구매해주시는 고객들을 위해서 그는 결국 프로세스를 개선해냈다. 컬리의 성장은 분명 이러한 노력들이 하나씩 쌓여 만들어진 것이라 생각한다.

 



2. 소 잃고 외양간 고치면 이미 늦었다.


스타벅스 앱 캡처


카페에 대한 만족도는 세세한 요소들로 결정된다. 음악이 조금 크다거나, 조명이 살짝 어둡다거나, 혹은 음료가 너무 달다거나, 화장실이 좀 더럽다 중 한 가지만 거슬려도 좋은 경험으로 남지 않는다. 다음에 그곳을 다시 찾는다고 할 때 분명 그 안 좋은 기억부터 떠오른다. '음.. 근데 거기 음악이 너무 컸어 ㅠㅠ 다른데 가자' 하고 말이다.


이런 소소한 것들을 본사 고객센터에 이야기하기도 민망할뿐더러, 고객들은 대부분 카페에서 1-2시간 있다 나간다. 그렇기 때문에 즉시 개선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본사에서 매장까지 고객의 소리가 전달되고 실제 개선되기까지의 시간 동안 고객은 이미 카페를 떠났을 가능성이 높다.


스타벅스에서는 고객센터 외에도 고객이 직접 매장에 바로 요청할 수 있는 '스토어 케어'를 별도로 운영한다.

너무 춥다고 더울 때, 음악 소리가 클 때, 화장실에 휴지가 없을 때 고객들은 스토어 케어를 통해 매장에 바로 요청할 수 있고, 전달된 의견은 매장 내 파트너가 바로 개선하는 식이다.




3. 생각할 시간을 갖자는 말은 대부분 이별로 끝난다.

 

체류 시간이 길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특히 결제 전 단계에서 그렇다. 체류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은 고민이 깊어진다는 것이고, 고민은 즐거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고객의 이탈 지점이 될 수도 있다. 결제 전 페이지에서 체류시간이 일정 시간보다 길어질 경우 해당 유저들의 문제를 파악해봐야 한다. 드롭박스는 결제 페이지에서 실제 이를 바탕으로 개선을 이뤄낸 적이 있다.


1) 결제 페이지에서 체류 시간이 길고, 이탈로 이어진다는 것을 발견함

2) 체류시간이 일정 시간 길어진 고객 대상으로 상담 엘럿을 띄움

3) 어떤 부분이 고민이었는지 이유를 파악

4) 결제 페이지에 이를 반영


체류 시간으로 문제를 감지하고, 고객이 실제 고민을 하고 있는 순간에 이유를 파악하는 방법이 단순하지만 아주 탁월했다는 생각이 든다.




4. 좋아하는 것을 해줄 때 보다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을 때 오래가는 법이다.


"안 보고 싶은 쇼핑몰 가릴 수 있는 기능 좀 만들어주세요"


내가 자주 쓰는 쇼핑몰 앱들에는 이런 리뷰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극히 공감한다. 아무리 장점이 많은 사람이더라도, 내가 싫어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은 만나기 싫지 않은가. 적극적으로 그 사람에게 행동을 개선해달라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마 대부분 별말 없이 슬슬 피해 갈 것이다. 서비스에서 이렇게 말없이 고객들이 떠난다면 최악이다!  

 

다행이게도 온라인 서비스에서는 이를 쉽게 막을 수 있다.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을 만난 그 순간에 유저가 쉽게 행동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두면 된다. 유튜브에서는 콘텐츠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고리즘에 알려주거나, 해당 채널을 차단하거나, 콘텐츠를 신고하는 기능 등 이에 대한 여러 가지 기능을 볼 수 있다. 소극적인 대응부터 적극적인 대응까지 유저의 니즈를 세세하게 나누어 두었다.

유튜브 화면 캡처




5. 약속을 100% 지키지 못하더라도 노력을 보여주자.

 

많은 서비스들이 '빠른 배송'을 콘셉트로 브랜드를 만들고 있다. 브랜디의 하루 배송, 쿠팡의 로켓 배송, 마켓 컬리의 새벽배송, 배민의 배민 1도 그렇다. 워낙 미디어에서도 많이 보이고, 경험도 쌓이다 보니 사람들에게도 빠른 배송이 참 당연해졌다. 하지만 그걸 지키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물론 유저들은 그런 이유들을 일일이 고려해주지 않는다. 빠른 배송이기 때문에 거기서 산 것이라 그렇다.

배송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당연히 유저 경험은 나빠진다. 해당 서비스를 고용했던 이유를 못 지켰기 때문에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


운영상 100% 완수하기는 힘들지만, 지켜지지 않을 때 고객 경험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이런 상황은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생각보다 많은 서비스들이 이런 방법을 쓴다. 늦어서 죄송하다며 쿠폰을 쓱 들이 민다. 근데 이게 생각보다 기분이 슬슬 풀린다. 그래도 서비스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구나 하고 좁아졌던 마음도 조금 넓어진다. (물론 내일 결혼식이라 옷 시킨 건데 안 왔어! 같은 꼭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이게 잘 안 먹히긴 한다. 그래서 브랜디 리뷰가 난리 난 건가 싶기도..)


(좌) 쿠팡 로켓 배송 (우) 배민 1







인터넷 유저들은 정착하지 않는다.


좋아하던 드라마 검블류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인터넷 유저들은 정착하지 않아. 유니콘 검색창에 홍대 맛집 쳤는데, 파워블로그 광고만 줄줄 나오면 다음 검색어는 바로가 되겠지. 이 과정을 다섯 번만 하면 15만이 이동하는 거고." 때문에 이탈 지점의 고객 경험에 우리는 더더 집착해야 한다.



- 추천하는 글 :  주문건수가 아무리 늘어나도 '주문 취소'로 이탈하면 무슨 소용?(채널톡 오퍼레이터 워크북, 천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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