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 기획자의 서비스 개선 연습 #1. 지그재그
지그재그는 4000개 이상의 쇼핑몰 제품을 한 번에 탐색, 구매할 수 있는 앱 서비스이다.
열정적으로 옷 쇼핑을 하던 대학생 시절 때부터 지금까지. 지그재그는 6년째 나의 옷 쇼핑을 책임지고 있다. 이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해서 그런지 지그재그만큼 내 옷 취향을 잘 아는 친구가 없다. 브랜디, 에이블리 등 새로운 서비스들이 나올 때마다 (이벤트에 혹해) 설치해보기도 했지만 예쁜 옷이 별로 없다는 이유로 내 폰에서 삭제되었다. 고객의 취향을 잘 알고 추천해줄 수 있다는 것은 실제와는 상관없이 '예쁜 옷이 많다'라고 생각하게 하고, 아주 끈적한 Rock-in 요소가 된다.
지난주에는 무더운 날씨에 여름옷 쇼핑을 시작했다. '했다'가 아닌 '시작했다'라고 말한 이유는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쇼핑 시작 N일차, 찜바구니는 가득해졌는데 아직도 구매를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하다가 이 글을 쓰게 되었다. 구매까지의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은 그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는 거니까!
문제를 발견하기 위해 먼저, 지그재그 앱을 평소처럼 이용하면서 그 과정에서 내가 고민하는 것들을 적어보았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문제점을 정의했다.
(1) 나에게 어떤 핏인지 유추하기 어렵다.
모델핏과 내가 입었을 때의 그 괴리감이란.. 인터넷으로 옷 쇼핑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난제지 싶다.
키가 작은 편에 통통한 체형인 나는 매번 남들보다 2배는 어려운 문제를 푸는 기분이 든다. 이런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주로 상세페이지의 사이즈 표, 그리고 리뷰에 전신 착용샷 사진을 참고한다.
전신 착용샷 리뷰 사진은 보정된 사진이 아닌 가감 없는 사진이라는 점에서 신뢰가 간다. 게다가 나와 비슷한 체형을 가진 사람이 올린 사진이 있다면 핏을 확인하기에 가장 적합하다. 지그재그가 리뷰와 함께 해당 유저의 체형 정보(키, 몸무게, 상의, 하의, 발 사이즈)를 보여주고 있어서 가능한 점이다. 다만 전신 착용샷 포토리뷰 수가 별로 없다는 것이 문제다. 보통의 유저들에게 리뷰를 작성하기란 아주 귀찮은 일이라 주로 제품을 바닥에 놓고 찍은 사진이 많다. 또는 배경이나 내가 보이지 않도록 찍은 클로즈업샷이 그다음으로 많다. 이런 사진들은 재질을 확인하기엔 좋지만, 핏을 유추해보기엔 적합하지 않은 사진들이다.
사이즈 표는 기장이나 허리 사이즈를 가늠해보는데 상당히 도움이 되지만 전체적인 옷의 핏을 유추하기엔 어렵다. 옷마다 여러 가지 사이즈 조합으로 핏이 제각각이기도 하고, 그 사이즈를 나에게 대입해봤을 때의 모습을 가늠해보기란 쉽지 않다.
(2) 어떻게 코디할 수 있을지 고민된다.
옷에 소비할 수 있는 금액이 넉넉하지 않기에, 다양한 코디에 어울릴 수 있는 활용도 높은 옷을 선호하는 편이다. 과거에 예쁘다면서 샀다가 같이 입을만한 옷이 없어서 못 입고 있는 옷들이 준 교훈이기도 하다..ㅠㅠ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나는 계속 돌아다니다 지치길(=이탈하길) 반복한다. 제품 상세페이지에 같이 코디된 상품들도 한 번씩 둘러보고, 지그재그에서 비슷한 제품을 찾아서 다른 쇼핑몰의 코디를 구경하기도 하고, 리뷰에 있는 다른 사람들의 코디를 살펴보기도 한다. 그리고 괜찮은 코디를 볼 때마다 캡처해서 아래처럼 따로 폴더에 저장해둔다.
함께 입을만한 옷들을 찾으면서 새로운 옷들을 계속 탐색하게 되기 때문에 서비스 관점에서는 오히려 이 부분을 개선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함께 입을 만한 옷들을 찾지 못한다면 이탈 지점이 될 수 있다는 점, 제품에 대한 구매 결정을 돕고 구매 실패율을 줄이겠다는 Z리뷰의 방향성을 고려한다면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위에서 결제가 고민되는 두 가지 이유를 문제점으로 정의했다.
(1) 나에게 어떤 핏인지 유추하기 어렵다.
(2) 어떻게 코디할 수 있을지 고민된다.
그리고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나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전신 착용샷 리뷰'가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후 다른 2명의 유저 인터뷰, 자료 조사를 추가적으로 진행하여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가설을 세워보았다.
(1) 비슷한 체형인 사람의 전신 착용샷 사진을 볼 수 있다면, 유저는 핏에 대한 고민 없이 구매할 것이다.
✓ 고객은 나와 비슷한 체형의 리뷰 사진을 통해 핏을 추측한다.
- 인터뷰 및 앱스토어 VOC
| 리뷰를 볼 때, 나와 비슷한 체형 보기가 없어서 아쉽다.
| 쇼핑몰 모델 사진을 보고 실패한 적이 많아서, 리뷰 착용샷을 참고한다.
✓ 고객은 나에게 어떤 핏인지 알 수 없을 때, 구매를 주저한다.
- 관련 통계 자료 (오픈서베이, 패션 트렌드 리포트 2020)
| 디자인 다음으로 핏/사이즈(48%), 가격대(44%)를 고려하여 제품을 선택한다.
(2) 다양하게 코디된 전신 착용샷 리뷰를 볼 수 있다면, 해당 상품의 구매 전환율이 높아질 것이다.
✓ 코디 활용도가 높다면, 가격에 대한 저항을 낮출 수 있다.
- 고객 인터뷰
| 예산안에서 함께 입을 만한 옷을 한 번에 사는 편이라, 배송비를 포함한 전체 옷의 총액을 고려해서 고르는 편이에요.
✓ 고른 옷과 어울리는 상품을 추천해주는 경우, 구매 전환율이 높아진다.
- 지그재그에서 사용하는 AI 기술, 오드컨셉 인터뷰 자료
| 보통 0.6%인데, 픽셀 상품 추천 기능을 사용할 경우 방문객 1.9%가 실제 구매를 합니다.
두 가지 가설을 테스트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 가지 있다. 바로 유저들이 '전신 착용샷' 포토 리뷰를 많이 남겨야 한다는 것이다. 초기 테스트를 위한 단계에서는 모수가 크지 않기 때문에 추가 리워드를 주는 방식 등으로 돈을 써서 이를 해결할 수 있지만, 지속하기에는 금액이 부담된다. 또한 구매전환율과 연관된 만큼 포토 리뷰의 퀄리티가 중요하다. 올리기만 하면 포인트를 받을 수 있는 구조는 퀄리티 높은 리뷰를 늘리기 어렵다. 때문에 이를 위한 한 가지 아이디어를 추가했다.
(3) 제휴 마케팅처럼 리뷰를 통해 추가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면, 양질의 전신 착용샷 리뷰를 더 많이 올릴 것이다.
(1) Z리뷰 페이지 - 비슷한 체형순/키순 필터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상세페이지를 조회한 고객은 핏을 유추해보기 위해 비슷한 체형순/키순 필터를 사용할 수 있다. 핏이라는 애매한 개념을 '어디까지 오지?'라는 길이감에 대한 고민과 '너무 타이트하지/오버핏이지 않을까?'라는 체형에 대한 고민으로 나누어서 필터를 기획했다.
✓ 비슷한 체형순 : 사용자와 키 차이가 10cm 이하 유저의 리뷰 중 BMI(체중/신장)가 비슷한 순으로
정렬, 이후 BMI가 비슷한 순으로 정렬
✓ 비슷한 키순 : 사용자의 키와 가까운 순으로 정렬
(2) Z리뷰 페이지 - 함께 입은 상품 보기
리뷰를 작성한 유저가 함께 코디한 상품을 볼 수 있도록, 리뷰 아래에 사진을 추가했다. 상품 사진을 클릭하면 해당 상품의 상세페이지로 이동한다.
1번, 2번 기능에 대해 다음과 같은 주요 지표 ( Key Metric )를 트래킹한다면 가설을 검증해볼 수 있다.
✓ 핵심지표 : 전신 착용샷 리뷰가 있는 상품의 구매전환율
✓ 부가지표 : ‘비슷한 체형순‘, ‘비슷한 키순'필터 클릭률
✓ 부가지표 : 리뷰페이지 조회 이후, 상세페이지 이탈율
(3) 리뷰 작성 페이지 - 함께 입은 옷 태그하기
만약 위에 두 가지 가설이 성공적이어서 전신 착용샷 리뷰 수를 늘려야 한다면, 그렇지만 리워드 제공하기에 금전적으로 부담스럽다면 이런 방법을 써볼 수 있을 것 같다.
✓ 리뷰에 함께 입은 옷을 태그 하면, 리뷰 작성자는 다른 유저가 해당 상품을 클릭할 때마다 추가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
✓ 지그재그의 광고 상품에 통합하여, 쇼핑몰이 광고 형태로 추가 포인트를 부담한다. (지그재그 평균 CPC 200~300원이라 가정했을 때, 유저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금액일 것이다. 또한 쇼핑몰 입장에서는 함께 입을만한 옷을 찾고 있는, 구매 가능성이 높은 타깃이 유입되므로 이득이다.)
+ 리뷰의 신뢰성을 고려한다면 무신사처럼 이러한 리뷰를 따로 표시해주는 방법을 사용해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