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리뷰, 내용 스포 없지만 영화 속 캐릭터에 대한 언급 있습니다
내 기억으로는 영화 말미에 ‘살리고 싶은 것도, 죽이고 싶은 것도 다 같은 마음’ 운운하는 대사가 나왔던 걸로 안다. 참 얄팍하다. 극과 극은 통한다는 거지? 그 정도 넓이를 가진 주제를 깨치게 만드는 데에는 엄청난 도움닫기가 필요하다. 문장 하나로 뚝딱 메울 수 있는 게 아니다.
서예지 배우와 김강우 배우의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는 여러모로 잘 활용되었다. 더 말하면 스포일러가 되니까… 그리고 이야기의 시작점으로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는 시도는 구성 면에서 좋은 접근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름의 특색을 주고자 한 시작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흘러갈수록 기대치가 점점 낮아졌다. 일단 이야기의 ‘논리’로 보면, 결과를 알고 보는 입장에서 그냥 말이 안 되는 상황이 너무 많다. 특히 어떤 인물의 등장 장면 같은 경우는 ‘이야기를 굴리는 것을 포기했나?’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야기를 생각하게 만드는데 실패했다면 적어도 지켜보고 싶게끔 만드는 매력은 있었으면 했다. 하지만 영화는 여기에도 실패한다. 김강우 배우는 영화의 구조 면에서도 각본 면에서도 총체적인 난국이고 심지어 주인공인 서예지 배우에 대해서도 캐릭터성을 느끼기 힘들다. 왜냐? 이야기 속에서 결과적으로는 서예지 배우가 뭘 하고 어떤 것을 이뤘는지 보이는 게 없기 때문이다. 이 ‘했다’는 것이 단순히 물리적인 이야기의 진전만 의미하는 게 아니라 스토리적으로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는 부분까지 포함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영화 중반까지 주인공을 둘러싼 비밀이 밝혀진 이상, 그 비밀이 주인공을 어떤 방향으로 인도하고 이야기를 맺는지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것이 일반적인 영화 속에서 기대하는 주인공의 역할이다. 근데 이 영화 속에서 그 소재에 대한 당사자의 입장이나 고민, 다음 행동에 대한 당위성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 이후 전개되는 이야기는 오로지 떡밥으로만 존재했던 소재로서, 원래 다루어져야 했을 소재에 대해 무례하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거니와 그 방향 자체가 너무 엉뚱하게 여겨졌다. 진짜로 이런 소재로 덮어버리는 게 옳은 걸까?
내일의 기억을 아주 엉망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배우의 열연과 이를 활용한 구성 그리고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드는 기본적인 리듬은 있다. 하지만 진짜 이야기를 풀어 나가기엔 소재도 주인공에 대한 존중도 없다. 거기에 말이 되는 이야기를 만드는 이야기의 기본적인 논리도 결여되었다. 자극을 위해 이것저것 끌어다 쓴 이야기에서 삶과 죽음을 이야기해 봐야 어떻게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을까?
보는게고통 / 허접합니다 / 기본만한다 / 무난하네요 / 양호합니다 / 아주좋아요 / 내인생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