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리뷰, 스포 없습니다
기술적인 부분은 아무튼 최신이면 좋다. 그렇지 않은가? 기술의 발전이란 사용자의 경험과 연구가 뒷받침되어 현장에서 활용하기 더 나은 방향으로 진화할 수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신의 기술을 가지고 있다 해도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 말하자면 작품에 필요한 ‘기술’을 캐스팅한 것으로서 좋은 작품에 다다르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클라이밍은 겉으로 봤을 때 기술적인 부분에서 당황스럽게 여겨진 부분이 있었다. 뻣뻣한 움직임, 단조로운 색채, 입모양과 어긋난 대사… 대개 이런 부분은 영화 자체보다는 영화의 제작 여건을 고려하게 만든다. 물론 애니메이션의 표현에 있어 미려한 움직임이라던가 실사에 가까운 움직임만이 지향해야 할 과제인 것은 아니다. 그랬다면 지금도 선보이고 있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은 그 존재 의의를 잃고도 남았겠지.
그래도 이 영화 같은 경우는 그 부족함을 스타일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부족함이 스타일이 되려면 그 부족함 자체가 일관성 있게 통제되어야 한다. 즉, 보이는 화면을 완전히 통제할만한 기술적 여건 및 경험을 갖추었거나 (에뮬레이터 이야기를 해야 할까?) 적어도 지금 다루는 기술에 대해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는 경험을 갖추어야 했다.
제작환경을 보지 않고 결과만 이야기하는 것은 무례한 표현이지만 그래도 느낀 점을 이야기하자면 이 영화는 어떤 스타일을 느끼기 전에 그 부족한 부분들이 너무 ‘산만하게’ 나뒹굴어져 있어 본편의 내용에 집중하는데 장벽이 되었다.
거기에 더욱 집중하기 어려웠던 부분은 영화의 내용이다. 두 세계를 통해 이야기하는 소재는 2021년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소재로서는 너무나 익숙한 편에 속해 영화를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진지하게 생각하는데 방해가 되었다.
클라이밍은 메시지와 이를 표현하고픈 기술적 의도가 있는 작품이다. 즉, 되는대로라는 마인드였다면 나올 수 없었을 작품이었으리라. 하지만 어느 쪽이든 가지고 있는 의도를 지배하지 못한다면 ‘열심히 했지만…’에서 더 나아갈 수 없다. 그런 부분이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다섯글자 느낌>
보는게고통 / 허접합니다 / 기본만한다 / 무난하네요 / 양호합니다 / 아주좋아요 / 내인생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