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생애 첫 한달살기 #1
태국 치앙마이로 한달살기 갈 준비를 했다.
태국으로 선택한 이유는 아이 겨울방학 동안 한달살기를 결심한 9월쯤엔 백신 미접종자가 편하게 갈 수 있는 나라가 유럽 이외에 가까이는 태국밖에 없었다. 그리고 디지털 노마드 성지라고 하는 치앙마이에 가보고 싶었고 태국은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었지만 주변에 태국 마니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서 어떤 매력이 있는지 궁금했다. 그리하여 여행지로 여태껏 생각해 본 적 없는 태국이 우리의 한 달 살기 여행지로 선택되었고 3주 치앙마이 1주 방콕 일정으로 4주 동안 지낼 숙소를 알아보는데 꽤 많은 시간을 썼다. 호텔, 에어비앤비, 그리고 지인의 지인을 통한 호텔 프로모션까지 여기저기 예약을 해두었다. 극 J인 성격인지라 치밀한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불편하고 계획을 세우면 클리어하는 거에 목매는 스타일이니 여행을 좋아하면서도 금세 스스로 피곤해지고 만다. 이런 피곤한 성격을 좀 고치고 싶었고 그런 여유롭지 못한 빡빡함이 싫어 숙소를 정하는 것 외에 이번엔 디테일한 계획을 세우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치앙마이에 도착하자마자 묵을 호텔과 열흘 정도의 에어비앤비 그리고 방콕에서 묵을 호텔 정도만 예약해 놓았다. 아무튼 그 외에 다른 준비는 특별히 하지 않았다. 가져가야 할 물건들도 태국으로 떠나기 전 어차피 일주일 정도는 서울에 있을 예정이니 제주에서 싸갈 짐만 많아질 것 같아 미리 준비하지 않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샤워기필터와 상비약 정도만 꼭 챙겨야지 했다. 옷도 가서 입고 버릴만한 것들을 챙기고 가서 싸게 사 입을 생각에 많이 챙기지 않았다. 오히려 일주일 동안 서울에서 지낼 겨울옷이 부피 때문에 더 많았다. 아무 생각 없이 2023년 1월 3일, 서울에 가는 전날 부랴부랴 짐을 싸고 제일 중요한 여권만 잘 챙기자 하는 마음으로 서울로 올라오는 비행기를 탔다.
우리가 태국으로 떠나는 날은
1월 10일이었다.
서울에서 그동안 못 봤던 친구들과 가족들을 만나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여행 가기 전에 아프거나 코로나나 독감에 걸리면 안 되니 서울에 있는 동안 어찌나 신경이 쓰이던지 피곤해서 목만 좀 아파도 겁이 덜컥 났다. 여유로운 제주와는 다르게 어디서든 늘 바쁜 서울 생활의 템포가 은근히 힘들었다. 나가기도 전에 힘이 다 빠져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드디어 출국 이틀 전, 얼토당토않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 생겼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태국 입국 요건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데 태국에서 코로나로 입국 조건을 강화한다는 소식이었다. 중국인들과 차별을 두지 않기 위해 모든 입국자들에게 백신 접종 증명을 요구했고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입국을 허가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오피셜로 오늘내일 중 발표한다는데 우리가 떠나기로 한 전날인 9일부터 시행한다는 것이었다. 가입한 네이버 카페에서도 역시 이 일로 난리가 났고 우리도 어찌하나 기다리는 상황에서 너무 어이가 없어 그 당시엔 화도 나지 않았다. 결국 항공사에서 백신증명서가 없으면 입국을 못한다는 연락을 받았고 우리는 비행기, 숙소 모두 취소하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원래 떠나려고 했던 1월 10일, 태국 정부는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해 모든 이들에게 아무 조건 없이 입국을 허락한다고 했다. 그 소식을 듣고 나니 그제야 화가 났다. 한 나라에서 중대한 일을 결정하는데 그렇게 손바닥 뒤집 듯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 그런 나라에 대해서 이해의 시도 조차 할 필요가 없는 건가? 아무튼 우리는 태국을 가지 못했다.
치앙마이행 비행기는 출발 전날 취소했다.
다행히 호텔과 에어비앤비는 수수료 없이 취소할 수 있었지만 꽤 큰 비행기 취소 수수료에 잘 못한 것도 없는데 돈을 떼였구나 싶어 무지 억울했다. 물론 항공사도 잘못은 없다. 정책을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하는 그 망할 놈의 나라 때문이지... 이제 우린 다시 제주집으로 돌아가야 하나? 남편은 이대로 집으로 간다면 더 억울할 거 같다며 갈 수 있는 다른 나라를 가자고 했다. 그래서 결정한 우리의 선택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였다. 나는 두 나라 모두 처음이었다. 남편은 예전에 콘퍼런스 참석차 싱가포르에 머문 적이 있었다. 언젠가 가족과 함께 가 보았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부랴부랴 여행정보를 얻기 위해 네이버 카페에 가입하려고 하는 순간 웃음이 나왔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관련된 가장 큰 카페에 이미 가입해 있었다. 생각해 보니 코로나 이전 우리가 한참 해외살이를 계획하려 했을 때 1순위가 싱가포르 2순위가 말레이시아였다. 코로나로 몇 년간 잊고 있었던 두나라를 이런 해프닝을 겪으며 급결정해 가게 되었다. 어쩌면 앞으로 살게 될 곳을 미리 답사하러 가는 게 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화가 나고 짜증 나는 이 상황이 앞으로의 우리 플랜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일단 확실하게 입국 조건부터 확인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