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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북오름 Mar 20. 2023

단골이 되고 싶은
서점과 카페

우리 생애 첫 한달살기 #9


두 번째로 방문한 서점은 "草根書室"
이란 이름의 서점이었다. 

영어로는 "grassroots book room" 바로 전에 갔던 서점도 그렇고 서점 이름들이 재밌다. 하얀 바탕에 초록색 한자로 흘겨 써놓은 간판이 풀같이 느껴지기도. 중국어로 되어 있는 서점 이름과 입구 앞 사자 석상을 보니 중국계가 운영하는 서점임을 알 수 있었다. 들어서자마자 매대에 중국책들이 가득 전시되어 있었다. 바로 왼편으로는 그림책 코너가 있었는데 영어원서와 중국어로 되어 있는 그림책들이 반반씩 있었고 익숙한 한국 작가의 책도 중국어버전으로 몇 권 있었다. 책 들 중 인스타 그림책일기 계정에 올렸던《엄마도감》을 보니 반가웠다. 우리나라 제목으론 "엄마도감"인데 중국어로는《我的妈妈》"우리 엄마"라는 제목으로 되어 있었다. 엄마 도감이란 제목이 책과 딱인데 제목 그대로를 살리지 않은 이유가 있었겠지만 좀 아쉬웠다. 



이 서점에서 가장 눈에 뜨인 건
서점 곳곳에 보이는 한 작가의 그림이었다. 

커다란 액자와 많은 엽서들 그리고 굿즈들에 그려져 있는 그림이었는데 싱가포르의 "지미 리아오" (대만의 유명한 그림책 작가)라고 불리는 "阿果아궈" 작가의 그림이었다. 지미 리아오 작가의 그림은 상상 속 현실이라면 아궈 작가는 현실 속 상상을 그린 것 같았다. 자주 등장하는 아이와 동물 친구들의 일상생활을 그린 그림들이 참 따뜻했다. 카운터에도 놓여 있는 아궈작가의 그림책을 보려고 주인장에게 봐도 되냐고 물었다. 주인장은 당연하다는 듯 "可以,可以"라고 답했다. 짧은 대답에서 친절함이 느껴졌다. 아궈 작가의 그림책을 살지 산문집을 살지 고민하다 결국《玫瑰与荆棘》"장미와 가시나무"라는 제목의 산문집을 샀다. 나중에 읽어보니 산문집도 좋았지만 그림이 크고 더 많은 그림책을 살 걸 하고 후회했다.



책 구경을 하다 여행 오기 전
제주 사슴책방에서 구매한 책도 보였다.  

페이퍼 컷팅책으로 유명한《MODI PILE》이란 책이다. 《我等你》라는 중국어 제목으로 표지를 바꿔 판매하고 있었는데 가격이 249 싱달러나 됐다. 우리 돈으로 무려 23만 원이 넘는 가격이었다. 제주에서 원서로 8만 원대에 구입했었는데 거의 4배 가까이 되다니!! 이 책도 그렇지만 싱가포르는 책 값이 무척 비싼 것 같다. 아궈 작가 책도 모두 사고 싶었지만 비싼 책 값에 선뜻 몇 권씩 사지 못했다. 종이질이나 인쇄상태를 봐도 우리나라 책이 훨씬 좋은데 가격은 비싸니 싱가포르에 산다면 도서관을 더 많이 찾을 것 같다.



책 한 권을 구매하고 서점 안쪽에 샵인샵으로 있는 카페를 갔다. 

중국계 노부부가 운영하는 카페였다. 책을 구경하면서도 주문을 받으시는 여사장님의 부드럽고 따뜻한 중국어에 귀가 쫑긋거렸다. 내 주문은 남자 사장님께서 받아주셨는데 역시나 친절하셨다. 혼자 앉아 라테를 마시며 오는 손님들을 응대하는 두 분의 모습을 보니 자연스레 상대를 편하게 대하는 모습에 기분이 좋아졌다. 언제 또 올지 모르는 싱가포르지만 온다면 이곳을 꼭 다시 들르고 싶었는데 SNS에 업데이트된 소식을 보니 아쉽게도 1월 말에 카페를 폐업했다고 한다. 벽 한편 칠판에 커다랗게 어린 왕자 속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이 그려져 있었던 이 카페의 이름은 "Leeter Tunku Kopitiam B612"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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