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생애 첫 한달살기 #14
물을 뿜어내는 머라이언 앞에서 사진을 찍고
마리나 베이 샌즈로 향했다.
밤 8시부터 마리나 베이 샌즈 앞에서 펼쳐지는 스펙트라-라이트&워터쇼를 보기 위해 머라이언 파크에서 에스플러네이드(두리안 건물) 쪽으로 주빌리 브릿지 건너 크게 돌기로 했다. 주빌리 브릿지 맞은편에 있는 헬릭스 브릿지를 건너면 마리나 베이 샌즈에 도착한다. 남편과 아들은 주빌리 브릿지를 건너면서 아까 내가 봤던 풍경을 감상했다. 저 너머에 있는 헬릭스 브릿지까지 언제 걸어 가나 했는데 주변 풍경을 감상하며 걸으니 생각보다 금세 도착했다. 헬릭스 브릿지는 철제로 된 소용돌이 같은 구조물로 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이제 맞은편이 된 주빌리 브릿지와 머라이언 파크가 풍경이 된다. 걷다보면 거대한 마리나 베이 샌즈와 아트 사이언스 뮤지엄이 가까워진다.
쇼를 하는 출입구 앞쪽으로 가기 위해
마리나 베이 샌즈 건물로 들어갔다.
명품관에서 쏟아져 나오는 조명과 장식해둔 작은 전구들로 벽에서 천장으로 이어지는 유리까지 모두 반짝 거렸다. 금으로 수놓아져 있는 길을 걷고 있는 것만 같다. 화려한 상점들에 눈길 한 번 줄만도 하건만 쇼핑에 큰 관심 없는 우린 그냥 앞만보고 직진이다. 메인 출입구를 나서니 앞에선 공연을 하고 있었다. 길다란 장대에 올라간 무용수들이 원피스의 긴 치마를 늘어뜨리고 그 위에서 하늘거리며 춤을 추고 있었다. 보호 장치를 하고 있었겠지만 장대 위에서 춤을 추려면 코어 힘이 여간 세지 않고서야 못 버틸 것이다. 공연이 끝난 무용수들은 길다란 치마를 휘리릭 감아 올리더니 운동선수 같은 모습으로 장대에서 내려왔다. 우아한 자태로 공연을 할 때와는 다르게 씩씩한 그 모습이 더 인상깊었다.
쇼가 시작되기 한 시간 전,
가까운 곳에서 쇼를 보기 위해 벌써 사람들이 바닷가쪽 펜스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다. 눈으로 쭉 스캔을 한 뒤 빈 곳이 있어 얼른 가서 앉았다. 오늘 게임시간을 다 써버린 아들은 가져 온 책을 읽겠다며 꺼냈다. 역시 어디서든 책 한 권 가지고 다니면 시간 떼울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 어두워질수록 사람들도 그만큼 많아졌다. 곧 쇼가 시작 될거라는 방송과 함께 앉아서 기다렸던 사람들도 슬슬 일어나 바다쪽을 향해 섰다. 건물에서 쏟아지는 빛들이 만들어내는 잔잔한 윤슬 위로 빨간 물기둥이 솟아올랐다. 처음엔 하나였던 물기둥은 두개가 되고 세개가 되어 양쪽에서 쏟아 내는 분수들과 함께 음악에 맞춰 춤을 추었다. 15분간의 황홀한 쇼를 마치고 마지막 물기둥이 잦아든 순간 찾아 온 고요함은 꼭 우리의 여행과 같았다. 꽉 찬 나흘 동안 싱가포르란 화려한 도시를 누비다 이제 내일이면 차분한 일상을 즐길 수 있는 쿠알라룸푸르로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