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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북오름 Mar 27. 2023

끝까지 알차게!

우리 생애 첫 한달살기 #15


오늘은 말레이시아로 떠나는 날이다. 

저녁 비행기라 늦은 오후까지는 여유가 있다. 호텔 체크아웃을 한 후 짐들을 맡기고 마지막 관광을 나섰다. 남편과 아들은 마리나 베이 샌즈 전망대를 오르기로 했고 나는 근처에 있는 아트 사이언스 뮤지엄에서 하는 전시회를 가려고 한다. 택시를 타고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내려 두 남자와 전망대 입구에서 헤어졌다. 마리나 베이 샌즈 건물로 들어와 아트 사이언스 뮤지엄이 있는 쪽 출구로 나갔다. 어제는 주말이라 그랬는지 그렇게나 사람이 많더니 오늘은 참 한산했다. 꽃모양의 아트 사이언스 뮤지엄으로 들어가 지하에 있는 전시실을 찾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꽃모양이 아니라 10개의 손가락 모양으로 관광객들을 환영하는 손을 상징한다고) 여러 전시와 체험이 있었는데 그 중에 "Mental"이라는 타이틀의 전시를 보기로 했다. "Colours of wellbing"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여러 아티스트들과 과학자, 디자이너들이 정신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는 인터랙티브 전시였다.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작품들이라 보고 듣고 만져보느라 24가지 전시 작품들을 관람하는데 꽤 시간이 걸렸다. 말을 걸어오는 공중전화부터 감정이 있는 휴대폰 그리고 뇌파를 통해 움직이는 AI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진화된 일상속에서 우리의 정신도 함께 진화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점점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 "Simple is the best!"라는 말을 종종 떠올리곤 한다. 편리함이 만들어낸 복잡함이 과연 우리의 정신 건강에 독이 될지 약이 될지 생각해볼 수 있는 전시였다.



 내가 전시를 다 보고 나오자 전망대에 올랐던 두 남자는
벌써 출입구쪽에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마리나 베이 샌즈 전망대는 실외라 덥기도 하고 안전을 위해 세워둔 유리펜스 구조물 때문에 시야에 방해를 받아 생각보다는 실망스러웠다고 한다. 아마 밤에 갔으면 덥지도 않고 멋진 야경에 더 만족스러웠을거라고. 함께 건물을 나와 언제 다시 볼수 있을지 모를 아쉬운 풍경을 눈에 담은 후 택시를 타고 하지레인에 있는 새우국수집으로 향했다. 줄이 길게 선 "블랑코"란 이름의 새우국수집은 손님이 참 많았다. 원래 줄 서서 기다렸다 먹는 편이 아니지만 말레이시아로 가는 비행기 시간 때문에 다시 다른 곳을 찾아가기 애매한 시간이라 줄을 설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테이블 회전율이 좋아서인지 오래 기다리지 않고도 앉을 수 있었다. 카운터에 가 테이블 번호를 얘기하고 주문하면 가져다주는 시스템이다. 카운터 옆쪽으로 튀김집이 있고 따로 주문과 계산을 해야했다. 남편이 국수 주문을 하는동안 나는 튀김을 주문했다. 라임주스를 파는 곳도 마찬가지였다. 먼저 나온 튀김을 먹으며 지쳐가고 있을 때쯤 새우와 갈비가 든 국수가 나왔다. 에어콘도 없는 곳에서 뜨거운 국물을 먹으면 괜찮을까? 라는 걱정을 잊게 해주는 맛이었다. 새우탕 혹은 꽃게탕 같은 익숙한 맛에 국물까지 싹 비웠다. 싱가포르에 와서 먹은 음식 중 가장 맛있었다. 맛있음을 못 잊고 말레이시아에 가서도 몇 번이고 새우국수를 사 먹었지만 이 가게만한 곳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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