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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북오름 Mar 28. 2023

안녕~ 싱가포르!

우리 생애 첫 한달살기 #16

 

호텔에서 짐을 찾고 바로 그랩으로 차를 불러 공항으로 향했다. 

이비스 벤쿨렌 호텔에서 창이공항까지는 차로 20여분 거리이다. 작은 도시국가라 도심에서 공항까지 그리 멀지 않아서 좋다. 비행기를 타기 전 "쥬얼창이"를 들르려고 좀 여유 있게 도착했다. 스쿠트 항공을 이용할 거라 터미널 1에서 내려 먼저 짐을 부쳤다. 공항도 호텔 체크인 할 때와 마찬가지로 일하는 사람들이 여유로워 그런가 참 더뎠다. 뭔가 일하는 손만 분주한 느낌적인 느낌? 터미널 1에서 쥬얼창이는 지하로 내려가기만 하면 바로 연결이 되어 있었다. 쇼핑에 관심 없는 우리가 공항에 붙어있는 이 거대 쇼핑몰을 찾은 이유는 단 하나, 인공폭포를 보기 위해서이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40미터 높이의 폭포는 주변에 심어진 나무들과 어우러져 실내에서도 자연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갔을 때는 디즈니 100주년 행사를 하고 있었다. 입구에 "Disney100"이란 문구의 커다란 조형물을 통과하면 폭포 바로 앞 미키마우스 동상이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천장에서 유리를 타고 내려와 떨어지는 폭포수는 웅덩이 아래로 빨려 들어가며 주변에 자욱한 안개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곳곳에 심어진 나무와 꽃들로 인공적이지만 충분히 푸르름을 느낄 수 있었다. 층층이 연결되는 산책로를 만들어 놓아 오르락내리락하며 폭포를 구경할 수 있는 점도 좋았다. 만약 지구 온난화로 밖에서 생활하기 힘들어져 실내에서만 생활한다면 이런 모습으로 자연을 들여오지 않을까 싶다. 싱가포르는 미래에 우리가 살아갈 곳을 모델링해놓은 도시 같았다.  



폭포를 다 보고 나와 바로 출국장으로 갔다. 

별다른 짐검사 없이 금방 출국장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싱가포르 와서 기념품을 한 개도 사지 않았다. 아쉬움에 마침 바샤커피 매장이 있어 들어갔다. 커피계의 에르메스라고 불린다는 "바샤커피" 론칭한 지 몇 년 되지 않았지만 오랜 역사를 가진 명품처럼 잘 꾸며놓은 이 브랜드는 패키지가 특히나 럭셔리하다. 패키지 디자인도 그렇지만 12개 들이 드립백 커피 한 박스만 사도 영수증까지 케이스에 담아 리본 달린 쇼핑백에 넣어주니 무언가 대단한 물건을 산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커피가 좀 비싸긴 하지만 드립백 한 박스를 사 쇼핑백 하나만 들고 나와도 매장을 나설 때 기분은 명품백을 산 것만 같다. 나중에 커피를 마시면서 든 생각은 '커피 맛은 명품은 아니구나'였지만 왠지 아껴마셔야 할 거 같은 12개의 드립백을 다 마시고도 금빛 박스는 버리지 못했다.



우리가 타야 하는 비행기의 탑승구는 저 멀리 끝이었다. 

한참을 걸어 탑승구에 도착하니 드디어 짐검사를 시작한다. 탑승구에서 짐검사를 하는 건 처음이다. 출국장으로 들어서서 바로 하는 게 아니고 이렇게 탑승구에 들어서면서 하니 덜 번잡하고 좋은 것 같다. 짐 검사를 마치고 좀 기다렸다 비행기에 올랐다. 아들은 창가 쪽에 앉아 창문 아래 버튼을 눌러본다. 셋다 처음엔 무슨 버튼인지 몰랐는데 창문을 내리는 커버대신 조도를 조절하는 버튼이었다. 촌에 살아 촌스러웠던 것일까? 제주-김포 노선 비행기에선 볼 수 없었던 장치다. 처음 타보는 스쿠트 항공의 책자들을 보며 비행기가 뜨기를 기다렸다. 지체 없이 비행기는 속력을 내었고 아들과 함께 떠오르는 비행기 밖을 내다보며 "안녕~ 싱가포르!"라며

마지막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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