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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군 Jul 08. 2022

인하우스 출신 마케터로 살아남는 법

은 있을까?


 대게 많은 마케터들이 '광고주'가 아닌 'AE'에서 첫 커리어를 시작한다. (거의 대부분의 마케터가 그렇더라) 그렇게 전문성을 키우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만의 분야가 생겨서 퍼포먼스 마케터든 콘텐츠 마케터가 되어 인하우스 마케터가 되거나, 아예 대행사로 계속 이직을 하는 경우를 참 많이 봤다. (아니면, 마케팅에 질려서 마케팅을 안 하거나.)

 

 난 이제 5년 차에서 6년 차로 접어드는 '인하우스 출신' 마케터다. 2000년대 초중반에 유명했던 패션 플랫폼에서 2년간 커리어를 쌓았고 이내 이직했던 곳 모두 인하우스 마케터였으니 이쯤 되면 '인하우스 마케터'로 자리를 잡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러나 커리어를 쌓고 이력서, 경력기술서, 포트폴리오를 계속 수정하면서 이직을 준비하고 실제로 면접을 보면서 돌이켜보면 인하우스, 즉 광고주들이 선호하는 '경력' 마케터들은 대게 대행사 출신의 마케터들을 선호했다.

 

 이건 내가 인하우스 마케터지만 정말,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큰 회사들을 덜 하겠으나) 대게 작은 회사들은 실질적으로 캠페인을 직접 실행하거나, 대행사를 컨트롤해야 하는 일들이 정말 '빈번'했고 그렇기 때문에 캠페인을 직접 집행해보거나, 대행사 컨트롤을 제대로 할 사람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됐기 때문이다. 요새는 IMC 마케팅 대행사도 많다 보니 온/오프라인 모두를 컨트롤할 수 있는 '대행사' 출신의 마케터들을 선호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가 연차가 쌓이면 쌓일수록, 나는 '인하우스 출신' 마케터의 한계점을 점점 더 명확하게 느끼곤 한다. 아무리 내가 인하우스에서 이미지도 만들어보고, 배너 소재도 만들고, 소재를 직접 세팅해보고 라이브에 출연도 하고 등등 인하우스 마케터라면 다들 공감할만한, 수많은 업무를 수행했다고 하나만 열심히 팠던 대행사 출신의 마케터들한테 전문성에서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행사 출신의 인하우스 마케터들이 나에게 자문을 구하는 것을 볼 때면 나는 내가 가진 '인하우스 출신 마케터'라는 한계점을 '인하우스 출신 마케터'만이 할 수 있었던 것들로 풀어내기로 결정했다.





첫 번째 : 뭐든지 다하는 '인하우스 마케터'


 인하우스 마케터는 정말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는 건, (대기업이 아닌 이상) 인하우스 마케터 출신들이라면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경험상, 큰 브랜드다 하더라도 마케터가 2-3명 정도밖에 없거나 1명이 다양한 것들을 수행해야 했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어떤 환경에 부딪혀도 의연하게 대처하는 역량이 필요하다.

 

 가령, 브랜드 'O'의 마케터로 재직했을 때, 나는 내 나이 28살의 나이에 1020대 초반 고객이 입는 옷을 입고 일본의 팝업 스토어와 인스타 라이브를 진행해야 했고 그 와중에 일본에서 온라인 프로모션 오픈을 동시다발적으로 준비해야 했다. 온오프라인 행사에서 마케터만큼 수줍음 없이, 친근하게 브랜드를 홍보하고 알리고, 고객과 소통해야 하는 포지션이 또 있을까. (이 모든 것들 이외에도 다양한 업무를 수행한다는 건 인하우스 마케터들만 공감하는 내용이리라.) 대행사 출신 마케터들이 가진 '인하우스 마케터'에 대한 환상을 철저하게 부셔줄 수 있는 썰들은 이미 이전에도 풀었던 적이 있었을 만큼 정말 다~~~~~~ 하는 게 인하우스 마케터라고 난 자부한다.




두 번째 : 업무를 '컨트롤'할 수 있는 '인하우스 마케터'


  그럼  뭐든지 다하는 '경험' 인하우스 마케터로서의 경쟁력일까. 아니다.  업무를 '컨트롤'하는 것까지 보여주여야 진짜 경쟁력이다. 주니어 때는 도통 이해가  됐다. '마케터' '마케팅' 하면 되는  아니야?  내가 다른 사람들 업무까지  신경 쓰고 스케쥴링해야 하는 거지?


 점차 연차가 쌓이면서 깨달은 건 이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기획한 '마케터'가 전반적인 컨트롤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곤 한다는 것이다. 나는 '마케팅'만 하고 싶다, 그러면 사실상 ae를 가는 게 맞겠지만 인하우스는 그게 아닌 상황이 거의 80% 이상이다. 당장 제품 시딩을 보내는 것도 영업팀과 물류팀과 상의를 해야 하고 콘텐츠를 업로드하려면 디자인팀과 소통을 해야 하는 등 정말 내가 기획하고 운영하는 프로젝트와 연결되어 있는 부서가 많다 보니 내가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프로젝트 자체가 돌아가지 않는 경우도 다수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럼, 업무를 컨트롤하고 성과 측정은 어떻게 하냐고? 이걸 나는 '기여도'로 표현한다. 이때 중요한 건 '기여도'에 있어서 본인만의 절대평가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케터가 하는 가장 큰 실수가 자신이 이 모든 것들에 기여하다 보니 '100%의 기여도'를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어떠한 프로젝트에 있어, 어떠한 결과물에 있어 내가 혼자 하지 않는 한 100%의 기여도는 없다. 마케팅만큼 유관부서 없이 결과물을 내기 힘든 업무도 없기 때문에 그것을 포트폴리오에 녹일 때는 나만의 절대 평가기준을 설정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나만의 절대평가 기준은 나중에 자세히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세 번째 : 브랜드만의 '감도'를 잘 파악하는 '인하우스 마케터'


  AE가 주로 다양한 브랜드, 다양한 기업의 마케팅을 수행한다면 인하우스 마케터는 브랜드 1개의 다양한 마케팅을 컨트롤하는 업무를 주로 하게 된다. 확실히 브랜드 마케터로서 살았던 시절을 돌이켜보면 브랜드 하나에 집중했을 때 자연스럽게 '감도'에 대한 경험과 눈이 떠지는 건 사실인 것 같다. 브랜드의 감도에 대해 빠르게 캐치하는 것, 그것만큼 인하우스 마케터가 잘하는 게 또 있을까?


 감도라는 것은 무엇일까. 의견이 분분하지만 나는 그게 결국은 '브랜드 아이덴티티'라고 생각한다. 감도를 파악한다는 것은 이 브랜드가 어떤 색채와 어떤 컬러를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한다는 것이다.


 파악이 빠르게 끝나면 브랜드를 이용하는 타겟이 보이고 이 타겟이 보이면 마케팅 전략까지 보다 빠르게 나올 수 있다. 우리가 당장 무엇이 부족한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보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보완 또는 새로운 캠페인을 실행하게 되는 것이다. 그 캠페인에 얼마의 예산과, 어떤 매체와, 또는 어떤 대행사와 함께 수행할지까지 결정한다면 제일 베스트다. 그리고 이를 포트폴리오에는 간단히, 면접에서는 짧고 굵게 알려준다면 더더욱 좋은 효과가 날 것이라 생각된다.



인정할 건 인정하자.

 인하우스 마케터는 대행사 마케터보다 전문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하지만, 한 분야를 파는 대행사 마케터의 전문성을 인하우스 마케터는 충분히 다른 요소들로 커버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요소들을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자꾸 우리라는 표현을 쓰게 되는데, 솔직히 좀 외롭다... 주변에 대행사 마케터뿐이라서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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