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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군 Sep 06. 2022

세상 어디에도 '좋은' 회사는 없다.

이직을 하는 기준에 '좋은 회사'를 넣어서는 안 된다.


 요새 밀레니얼 세대 직장인들 입에서 안 나오는 단어 중 하나가 '장기근속', '근태'인 것 같다.


 6 차가 되면서 느끼는 건데 요즘 시대에 회사를  다니는 척도가 '장기근속'으로 평가받는 시대는 이미 지난  오래된  같다.  이유는 대부분의 MZ세대 직장인들이 회사보다는 '' 위해, 회사의 애사심보다는 나의 커리어와 인생을 위해 회사를 다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그러했고, 그러하고 앞으로 그럴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좋은 미래를 위해 회사를 다니고, 이직을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사실 고백하건대 20대 때의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 내 마음을 '뛰게 하는 일' (정말 지금 생각하면 그런 지랄도 따로 없었다.)를 위해 이직을 결심하고 그 낮은 연봉에도 '열심히 하겠습니다.'를 외쳤더랬다. 그 열정이 참 적절했으면 좋았을 텐데 한때는 너무 뜨거웠던 열정 때문에 이런저런 일들을 겪은 이후에는 나는 나를 지켜주고 어떠한 일에도 견뎌낼 수 있는 '무언가'가 있는 회사를 다니기로 마음먹었다. 그것이 직급이든, 돈이든, 아니면 회사의 규모든, 뭐든.




그동안 나는 너무 캔디처럼 회사를 다닌 게 아닌가 싶기도?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운다던, 그 캔디처럼)


 그동안 남들보다 조금 더 많이 이직을 하면서 깨달은 게 하나 있다.


세상 어디에도 좋은 회사는 없다.

 

 두 번째, 세 번째 이직을 하면서 '더 좋은 회사를 가야 돼.' 내지는 '더 괜찮은 회사 없나.' 라며 숱하게 보는 잡플래닛의 리뷰들과 블라인드 리뷰들을 참고하고 회사의 복지 등을 보고 또 보며 이직을 했지만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었다.


 (내 경험상) 연봉이 높다는 건 그만큼 나 외에 인력이 없다는 의미였으며 회사의 규모가 크다는 건 그만큼 내가 없어져도 나를 대체할만한 인력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또한 회사의 규모가 작다는 건 전문성을 기르기보다 내 업무와 쌩판 다른, 이를테면 세금계산서 발행이라던지, 계약서 작성 등의 업무까지 수행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중견기업은 중견기업대로 중소기업은 중소기업대로, 스타트업은 스타트업대로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었기에 나는 이제 '좋은 회사'의 기준은 결국 '나의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회사는 나를 성장시켜주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 아니었다. 그저 자기네 회사에 내가 쓸모가 있다고 판단돼서 나를 기용했을 뿐이라는 사실을 그동안의 이직 생활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회사가 나를 신경 써준다, 내지는 회사가 나를 위해 존재한다, 라는 것은 그저 나의 '망상'일뿐이라는 걸 안 요즈음, 좋은 회사의 기준은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된 것이다. (그동안 가슴 뛰는 일을 하라고 이야기했던 한비야나 입사 전에 읽은 자기 계발서를 너무 많이 읽은 탓도 컸다. 그동안 나는 너무 캔디처럼 회사를 다녔던 것 같기도?)




 그렇다면 좋은 회사이기 전에 이 회사가 나에게 맞는 회사인지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회사 근태에 있어 나에게 제일 중요한  '사람'이다. 이제껏 모든 이직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공통적으로 '사람'이었던 것 같다. 사람이 좋아야 오래 다닐 힘이 났고 마케팅에서 동료만큼 중요한 게 또 없었기에 나는 '사람'에 따라 이직여부를 결정했다.

 사실 연봉, 복지. 무엇 하나 나의 의지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없었다. 연봉의 경우 회사의 내규에 따라야 했고 복지는 내가 만든다고 복지를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은 내가 어떠한 모습과 행동을 보여주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합을 맞출 수도 있었기 때문에 동료가 내 근태에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그다음은 바로 커리어였다. 내가 느끼는 브랜드 마케터의 가장 큰 단점은 어떤 브랜드에 들어가냐에 따라 내 업무가 '브랜드 마케터'의 커리어 로드를 따를지, 아니면 정말 브랜드의 '잡부'가 될지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었는데 그동안 마케팅 업무만큼이나 브랜드의 잡무 처리가 많았기에 내 커리어의 전문성이 결여되고 있다, 라는 생각을 많이 했고 그것이 곧 이직의 원인이 되기도 했었다.

 따라서 이직을 준비하면서 나는 내 커리어 로드를 지킬 수 있고 쌓을 수 있는 브랜드를 찾거나 아니면 규모가 제법 있어서 명확하게 업무 R&R을 나눌 수 있는 곳을 가겠다고 다짐했던 것 같다. 그렇게 계속 빌드업하다 보면 어느덧 '00 카테고리의 전문성'을 지닌 마케터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나의 쓸모를 증명하는 방법은 결국 한 카테고리 안에서 다양한 마케팅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라는 걸 이제는 알기에 앞으로 커리어 로드의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회사를 가자고 다짐하게 되었다.


 



늘 회사를 다니면서 생각할 것은 내가 쓸모가 있는지, 쓸모가 없다면 무엇이 부족한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출처 : 차이나타운)


 옛날 같으면 이직을 준비하는 기간이 1달 내지는 2 달이었던 것 같은데 어느덧 이 연차에 이 이직 경험을 가지다 보니 이직의 기간 또한 5-6개월로 늘어나게 되었다. 다행인 건, 많은 회사에서 나를 아직까지는 찾아주고 있다는 점이었고 '경력단절'이 될 뻔했던 시기를 거쳐 제법 어린 나이에 마케터로 6년 차가 되었다는 것도 감사할 따름이었다.

 큰 회사에서 작은 회사까지, 최저 시급도 안 됐던 연봉에서 지금의 연봉까지, 한 달 전에 써야 했던 연차 사용에서 이제는 눈치 보지 않고 쓸 수 있는 연차 사용까지. 정말 각기 다른 성격과 스타일을 지닌 회사에 다녀보면서 나는 이제 앞으로 나의 가치를 인정해주고 내가 하는 일과 업무를 지켜줄 수 있는 회사를 다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해야만 나 자신이 브랜드 마케터로서의 가치, '쓸모'가 생기고 그 쓸모 때문에 내가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후배들, 내 후임들에게 그 쓸모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되라고 늘 전파하고는 한다. 쓸모가 있고, 그 쓸모를 위해 노력한다면 여러 가지 외적 요인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구멍이 생기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일'로만 평가받는 세상에서 살고 있지 않는 냉혹한 현실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쓸모를 위해 늘 노력하고 그 쓸모를 가지고 이직을 준비해야만 할 것이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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