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대웅 작가님이 주최한 '글쓰기 세미나' 참여 후기
브런치스토리 작가님이자 '최소한의 과학공부' 저자이신 배대웅 작가님께서 주최하는 글쓰기 세미나에 참여했습니다. 총 7명의 작가들이 모여 네 번의 세미나를 진행했습니다. 한 번은 직접 만났고, 나머지 세 번은 줌 미팅으로 만났습니다. 사는 곳이 뿔뿔이 흩어져 있다 보니 온라인으로 하는 '줌 미팅'이 무척 편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미나에 참여하는 동안 제 안에서 일어났던 변화들을 간단히 되짚어 보는 것으로 후기를 갈음하고자 합니다. 우선 제가 이 세미나에 참여하기로 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는 글쓰기 베테랑이신 배대웅 작가님께서 주최하는 세미나이니 배울 게 많으리라는 기대와 신뢰가 있었습니다. 둘째는 저 자신이 겪고 있는 글쓰기 고민에 대한 해법을 찾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세미나를 하는 동안 정말로 많은 도움을 받았고 다양한 작가님들과 글쓰기에 대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세미나에서 다룬 책은 윌리엄 진서의 '글쓰기 생각쓰기'였습니다. 추천사도 화려하고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책이라 기대를 품고 읽었는데요. 솔직히 말해 책은 실망스러웠습니다. 물론 글쓰기 지침서로서 부족함은 없습니다. 다만 '예시'로 나와 있는 글들이 하나같이 마음에 와닿질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책의 내용까지도 왠지 겉도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번역서라 더 그런 듯합니다. 또 예문이 모두에게 공감을 얻을 만한 글이 아니었어요. 다른 작가님들도 이 부분에 동의하셨고요. ) 근데 배대웅 작가님께서 4회 모두 발제문을 직접 준비해 주셨고 그 발제문을 토대로 세미나를 진행하는 바람에 책에 대한 아쉬움을 가볍게 날려 버릴 수 있었습니다. 작가님께서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작가와 작품을 예로 들면서 자연스럽게 공감과 이해를 이끌어내셨습니다. 다만 매번 적게는 A4 4장에서 많게는 8장이 넘는 발제문을 직접 준비해 주시는 바람에 그 노고가 만만치 않으셨습니다. (세미나를 위해 책을 쓰신 것이나 마찬가지였지요ㅜㅜ)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기본적인 글쓰기 원칙들을 하나하나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모인 작가님들이 이미 글을 상당히 잘 쓰시는 분들이었지만 기초부터 새롭게 배운다는 마음가짐으로 성실히 세미나에 임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아직은 한참 부족한 실력이기에 더 많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글쓰기는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는 것이니까요. 이미 여러 권의 책을 출간하신 작가님으로부터 조언을 듣고 스스로 글쓰기에 대한 방향을 잡게 된 것도 큰 소득이었습니다. 무명작가의 책은 잠시 빛을 발할지 몰라도 금세 잊히고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지만 책을 쓴 사람은 마음이 쓰릴 수밖에 없지요. 고명환 작가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책이 출간되고 나면 그 책은 자기만의 생명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더는 뒤돌아봐선 안 된다. 다음에 낼 책을 고민하고 그 책에 대해 가슴 설레하면서 글을 써야 한다."
이미 십여 권을 출간하신 작가님의 조언도 이와 비슷했습니다. 첫 책을 내고 괜히 우왕좌왕하다가 글쓰기를 아예 중단해 버리는 사태까지도 일어난다고요. 그래서 저는 흔들리던 정신줄을 단단히 다시 붙잡아 매기로 했습니다.
작년엔 단편소설과 중편소설을 혼자 습작하면서 외로운 싸움을 했습니다. 책을 내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무조건 소설을 더 많이 써봐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지요. 2024년 신춘문예로 등단했지만 아직 단독 소설집을 내진 못했습니다. 그러니 두 번째 책은 소설을 출간하는 게 마땅하겠지요. 하지만 브런치를 완전히 떠나 소설에만 파묻혀 지내고 싶진 않았습니다. 그럴 때 떠오른 게 '초단편(손바닥) 소설'이었지요. 호흡이 짧은 온라인상에서 매회 한 개의 소설을 보여 준다면 승산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요. 그렇게 밑도 끝도 없이 무모하게 도전장을 냈습니다. 그게 세미나 1회가 끝나고 2회를 준비하던 중에 벌어진 일이었어요. 그래서 세미나 도중 작가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무엇을 어떻게 하라고 구체적으로 알려준 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작가님들과의 대화가 제 마음을 움직여 행동하게 한 것은 틀림없으니까요.
브런치에는 에세이를 쓰는 작가, 소설이나 시를 쓰는 작가, 비문학적인 글을 쓰는 작가가 있습니다. 글의 장르에 따라 글쓰기의 방법도 약간씩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글쓰기 생각쓰기'라는 책은 비문학적 글쓰기에 대한 지침서이다 보니 '에세이'나 '소설' 쓰기에는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 면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장르를 떠나 모두 다 글이기에 글쓰기의 기본 원칙은 지켜야만 합니다. 배대웅 작가님께서 중심을 잘 잡아 주셔서 문학을 쓰는 작가와 비문학을 쓰는 작가들이 서로 벽이 없이 의견을 나누며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글만 쓰느라 그동안 소통이 너무 부재했다는 사실도 새삼 깨달았지요. 지향이 같은 사람들과 건설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은 책을 읽는 것 못지않게 큰 도움이 된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앞으로도 세미나 형식의 모임은 또다시 참여하고 싶습니다.
'글쓰기 세미나' 4회기를 모두 다 마쳤습니다. 이제 다들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자기만의 글쓰기에 매진해야겠지요. 저 역시 지금 쓰고 있는 초단편 소설집을 어떻게든 완성시킬 예정입니다. 브런치에서 소설은 외면당하기 쉽습니다. 심지어 구독자가 떠나는 불상사까지도 일어나고 있지만 다시금 마음을 단단히 다잡아 봅니다. 결국 흔들리지 않고 자기 길을 가는 게 정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작가님들이 저처럼 방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글쓰기 실력이 없는 거 같아 절망하고, 쓰고 싶은 게 뭔지 정확히 모르겠어서 혼란스럽기도 하고, 책을 내면 뭐 하나 싶다가도 이렇게 무한정 쓰기만 해도 되는 건가 불안하기도 하지요. 지금 막 들어온 신입작가나 책을 여러 권 출간한 기성 작가나 다 비슷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는 것도 이번 세미나를 통해 확실히 알게 되었어요. 물론 흔들리지 않고 꿋꿋이 자기 길을 가시는 분도 있겠지만요. 불행히도 저는 수시로 흔들리는 갈대 같은 작가입니다.
다만 지금까지 글쓰는 자리를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은 글쓰기가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걸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와중에도 자리에 앉아 계속해서 무언가를 써왔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꿈은 있되 꿈을 향해 나아가는 매일매일의 성과에 지나치게 연연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거의'라는 말이 누군가에겐 위안이 되고 누군가에겐 채찍질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것에 목을 매는 순간 늘 닿지 않는 세계 앞에서 전전긍긍하며 모자라는 삶만 살게 될 것이다. 나는 지금 여기에서 한결같은 모습으로 오늘을 성실히 살아가고 싶다.
- 소위, '부사가 없는, 삶은 없다' 중에서
꾸준히 쓰고, 초심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배우며, 글쓰기에 대한 자기만의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 그것이 책을 냈든 내지 않았든 작가가 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거 저거 다 필요 없습니다. 일단 오늘도 써야 합니다. 자신만의 글을 흔들리지 말고 써 나가야 합니다. 그 여정의 끝이 어딜 향해 있든지 간에.
우리는 모두 글쓰기를 고민하는 사람들이니까요.
아니 글쓰기를 사랑하는 작가들이니까요 !
붙임.
배대웅 작가님(배대웅의 브런치스토리)께서 '글쓰기 세미나' 2회기 작가님들을 모집하실 예정이라고 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작가님 글방의 공지를 눈여겨보세요!!
참가비는 무료이며 온라인 줌 미팅이라 부담이 없고 4회 정도라 가볍게 참여할 수 있습니다.
아마 주최하시는 배대웅 작가님만 마음이 많이 무거우셨을 겁니다. ㅠㅠ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배대웅 작가님과 세미나에 함께 해 주신 작가님들 모두 다!!
소위의 첫 에세이 '부사가 없는, 삶은 없다'가
2025년 5월 30일 출간되었고 7월 21일 2쇄가 발행되었습니다.
59개의 부사로 들여다 본 삶의 이야기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3쇄가 나올 때까지 저는 또 저만의 글을 쓰며 계속해서 나아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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