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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다연 Apr 28. 2020

로봇이 만들어주는 음료




로봇이 만들어주는 음료



로봇이 음료를 판다는 소문을 듣고

근처를 지나던 길에 한 번 찾아가 봤다.


생각보다 아담한 공간 안에서

네모난 모니터 얼굴을 가진 로봇이 

좌우로 꾸벅꾸벅 인사하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무엇을 주문할까 메뉴를 봤더니

품절인 것이 많았다.

(로봇님 재고 관리는 허술하시군요.)


따뜻한 것으로 한 잔 주문했더니

하나뿐인 팔로

컵을 집어 들어 이리저리 옮기며

음료를 만들어준다.


제 나름 신중하고 정확한 움직임으로

따뜻한 물을 받고, 음료 원액을 담아

손님이 가져갈 수 있도록 옮겨주는데,

너무 느린 것 아닌가 싶으면서도

한치의 오차 없이 척척 움직이는 것을 보면

희한하게 대견한 마음이 생긴다.

로봇이니 당연하게 오차 없이 움직이는 것을!


또 한편으로는

이것이 고급 자판기와 다를 바가 뭔가 싶기도 한데,

눈과 팔을 가진 로봇의 형상 때문에

그냥 자판기라고 생각하기엔 미안해진다.


음료를 마시면서 관찰해 본 결과

이 곳은 특히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있었는데,

로봇이 음료를 만들기 시작하면

어린이뿐만 아니라 

함께 온 어른도 그 광경에 눈을 떼지 못한다.

나 역시 이미 본 모습임에도

로봇이 다시 움직일 때마다 눈을 떼지 못했다.


2020년 다운 체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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