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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재현 Feb 24. 2021

경외심이 드는 여행자 '정균이 형'

자전거로 세계일주

2020/02/29
어제 잠시 얘기 나누었던 정균이 형은 경외심이 드는 분이셨다. 오늘 모로코로 넘어가려 했으나 정균이 형은 하루 더 있다 떠나신다고 하셔서 같이 떠나기로 정했다. 형님은 오늘 지브롤터에 가신다고 하셔서 저녁에 같이 밥을 먹기로 약속했다.


어제부터 유심이 또 말썽이었다. 호스텔이 11시부터 잠시 퇴실해야 하기에 통신사에 찾아가 봤다. 영어를 잘못하는 통신사 직원에게 온갖 바디랭귀지를 섞어 문제를 알려줬다. 10기가나 더 쓸 수 있는데 안 되는 것이다. 직원이 본사에 전화하더니 문제를 찾았다. 유심을 개통했을 때 따로 전화하지 않아서 보너스로 받는 10기가를 못 받았다는 것이다. 한 달 동안 쓸 수 있는 30기가짜리를 또 충전해버렸다.

알헤시라스 도심

문제 해결을 하고 근처 도미노피자가 보이길래 들렀다. 가장 무난해 보이는 것을 시켰다. 많이 짰다. 콜라는 코카콜라가 아니라 펩시였다. 탄산 많은 킹카콜라 마시고 싶다.

알헤시라스

2시쯤이 돼서 호스텔로 돌아왔다. 연박하니깐 안에서 쉬려고 했다. 출입문이 살짝 열려 있어서 들어갔다. 침대에서 잠깐 쉬고 있는데 주인이 오더니 화를 낸다.

호스텔 와이파이 비밀번호

"세시에 체크인인데 왜 지금 들어왔냐? 여기 호스텔인거 모르냐? 이러려면 호텔로 가라." 말 한번 지랄 맞게 한다. 그러면서 호스텔 가격이 저렴한 걸 생색 계속 낸다. 부랴부랴 밖으로 나왔는데 진심 다른 호스텔로 떠나고 싶었다. 근처 공원에 그늘 있는 벤치에 앉아서 화를 식혔다.

이런 비슷한 벤치에서 쉬었음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호스텔로 돌아왔다. 꼴 보기 싫었던 주인아저씨는 보이지 않았다. 한번 더 마주쳐서 뭐라고 했으면 짐을 쌌을 것이다. 지브롤터를 구경하러 간 정균이 형도 아직 오시지 않았다. 침대에 누워서 휴대폰을 꽤 오래 만지작거렸다. 8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 돼서야 형님은 도착하셨다. 형님은 어제 갔던 식당이 꽤나 맛이 좋았다며 그곳으로 가자고 했다.

오른쪽이 정균이 형. 사실 이 사진은 여행 후 한국에서 찍은 것이다. 당시에 찍은 사진이 없었다.

식당은 돼지 바비큐를 주로 팔고 있었다. 음식을 시키고 얘기를 나누었다. 형님은 느낌대로 대단한 여행을 하신 분이었다. 그의 경력을 나열하자면 이러했다.

저녁식사

자전거로 2015년부터 유라시아를 횡단하셨다. 프랑스까지 가신 후 2018년에 평창올림픽 때 한국으로 돌아와서 올림픽 선수 운전기사를 하시면서 여행경비를 벌었다. 그리고 다시 돌아가 아일랜드로 가셔서 워킹홀리데이를 하시면서 돈을 벌고 지금 여행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하신다. 모로코까지 가신 후 호주로 가서 워킹홀리데이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가 말한 여행경력은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그보다 신선 같은 긴 머리와 콧수염 그리고 세상을 깨달은듯한 차분하면서 여유로운 그의 웃음에서 나는 더 큰 경외심이 들었다.

알헤시라스의 밤

여행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남자 둘이 대화를 하니 군대 얘기로 자연스레 넘어갔다. 거기서 나는 한번 더 놀랐다. 내가 나온 부대의 약 10년 전 직속 선임이셨다. 부대에서 카더라로 내려오던 소문들의 사실여부를 물어봤다. 거의 다 진실이었다. 나는 여행 얘기보다 그게 더 신기했다.

알헤시라스의 밤

형님과의 저녁식사는 편안했다. 형님의 여유로운 웃음과 말투 때문일 것이다. 나는 그것을 닮고 싶었다. 형님과 내일 아침 모로코로 넘어가는 배를 같이 타기로 약속했다.

정균이 형님

-이 날은 'Algecilas'에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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