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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lee Oct 20. 2021

내 의식의 흐름-2019

카톡 메모장 속 다이어리

미국에서 돌아와 한국생활 올해로 만 3년 차가 되었다. 

난 무엇을 원하고 이곳으로 돌아왔나? 


정답은 못 얻었지만 나름대로 해답은 얻었다고 생각했다. 

그저 묵묵히 살아낼 뿐. 내게 주어진 인생을.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한국 생활 정리를 위해 이것저것 조몰락거리며 그간 내 손길을 받았던 것들을 새록새록 꺼내보고 있다. 

그 와중에 카톡의 내게 쓰기 기능을 통해 모아놓았던 유치 찬란한 문구들을 연도별로 정리해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로는 브런치에 쓸 글감들이 되기도 했고 또 어떤 문구들은 책을 읽다가 혹은 어느 좁은 골목길 담벼락에 쓰여 있던 낙서에 꽂혀서 사진을 찍어 두었다가 옮겨 적기도 했던 문구들이다. 


헌데 출처를 밝혀가며 문구를 정리하려다 보니 이게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출처까지 꼼꼼히 기록해놓았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내 불찰이다. 그래도 내 의식의 흐름을 따라 간 기록인 만큼 3년간의 내 행적을 스스로 기록하는데 유용하겠다 싶다. 


2019년3월31일

문딩이 가시내-팔자도 참 험허게 변했다 

(태백산맥의 무대 벌교에서 만난 소설 속 문구 한 자락)


2019년5월30일

그대라는 꽃 눈물 속에 피워 낸 기쁨 한 다발받아주시겠어요? 

(비폭력대화 관계 탐구 석 달 간의 강의를 듣고 종강파티에서 받은 꽃다발 속 문구 / 그 강의에서 만난 대학 후배로부터) 



2019년6월7일

요즘 제가 그리는 수법은 상징이면서 인상인 것을 추구하고 있으며 아름다운 화면을 그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의 결점을 발견하시면 솔직히 일러(러)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고 박수근 화백 창신동 집 터를 알리는 문구 알림판 중)


2019년7월11일

디지털 사회로 바뀌는 총체적 사회변화를 통칭하는 단어

미국 /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중국 / O2O 

일본 / 소사이어티 5.0 

유럽 / 4차 산업혁명 

과학자 정재승의 강연을 듣고 급속도로 변하는 디지털 세상 속에서 나의 존재와 역할을 고민하게 됐다. 나는 대체 불가능한 사람인가? 나의 콘텐츠는 무엇인가? 평생 학습자가 돼야 하는 미래사회에서 내가 현재 가진 지식과 업무능력은 어떤 쓸모가 있는 것인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갑자기 정재승이란 과학자 개인이 궁금해졌다. 그는 과학자로서 그리고 지식인으로서 아니 사회적 인간으로서 모든 인간은 시대에 필요한 지식으로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며 강당을 채운 청중들에게 물어보는데...

난 할 말이 없다.  

그의 강연을 들으며 한국의 사회적 기업을 이끄는 젊은 리더로 주목받는 언더독스 김종훈의 모습이 떠올랐다. 얼마 전 만났던 김종훈은 좋은 학력에 외국계 컨설팅펌 경력을 떨쳐버리고 임팩트 소셜벤처를 이끄는 주목받는 미래 리더 중 한 명이다. 이 친구 역시 고등학교 시절부터 참여연대와 희망제작소, 아름다운 재단 등의 사회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사회에 선한 영향을 끼치는 기업을 일구겠다는 생각을 하며 자랐다고 한다. 

사회에 선한 영향을 끼치는 기업... 추구해야 할 화두다.


2017년7월16일

생존이 목표면 표류지만 보물섬을 찾아가면 모험이다

(마포구 연남동 어느 담벼락에서 만난 나의 현재 상태. 생존을 목표로 할 것인가 보물섬을 목표로 할 것인가? 이것이 문제로다.)


2019년7월29일

기억은 왜곡되고 과장되고 망각된다. 

객관적 증거를 들이대도 현재의 왜곡된 기억을 진리로 믿으니 이걸 어떻게 되돌려 확인시킬 것인가?

인생을 바꾸는 세 가지는 갈망 (되고 싶은 그 무엇, 욕구) / 생각 (진지한 자기 성찰) /실행 (행동)

어딘가에서 본 문구인지 나의 생각인지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도 2년 전 카톡 보관함에 있던 것으로 보아 꽤나 절실했던 부분이었나 보다. 누군가의 왜곡되고 과장되고 망각된 기억, 그것은 내게 어떤 의미였길래 이런 문구를 적어 놓았을까? 이보다는 내 인생을 바꾸고 싶다는 욕구가 더 크지 않았을까? 같은 날 적혀있던 이 문구가 눈길을 끈다.

인생을 바꾸고 싶다.


2019년8월20일

느낌 있다 / 영감 있다 / 나를 표현하고 싶다...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었는데...
너무나 당연히 똥손이라 그림은 무슨, 언감생심 생각도 안 해본 것인데... 나 왜 이렇지? 정말 오춘기라도 들어선 건가? 드로잉 클래스를 등록했다. 그림의 문턱을 넘는 3가지 방법이 적혀 있다.

취미를 학대하지 말자 / 그림은 몸으로 하는 것이라 시간이 필요하다 / 오래 그리는 것 

글도 다작해야 한다고 글쓰기 강의를 하면서 주구장창 외치는 것이 나인데... 
그림도 이것이 몸에 베야한다. 드로잉을 하기 위해 재료를 구입했다. 


*스케치북 구입 시 주의할 점

실 제본 (떡제본 말고) / A5 사이즈 / 200g 용지 / 수채화는 적어도 180g에서 200g

수채화 전문적으로 하려면 250g~300g은 돼야 / 세목  중목 (수채화에 좋음) 황목 (울퉁불퉁)


2019년8월21일

외로움은 혼자여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홀로서기를 못해서 생기는 것이다. 외로워서 누군가를 만나면 자유롭고 싶어 져서 이별하게 된다. 함께 있고 싶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 

(브런치 독자가 쓴 글에서 공감하며 Ctr C)


2019년8월22일

성숙한 어른 1세대가 되자...

(내가 성숙하지 못한 어른이라는 걸 대놓고 알게 되면서 스스로에게 어른이 되고 싶다고 주문하기 시작했다.)


2019년8월27일

귀엽게 그리고 나라고 우긴다!!


2019년8월28일

어둠 속의 대화

(어둠 속의 대화 전시를 관람했다. 어둠은 시간도 왜곡시킨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로드 마스터의 가이드에만 의지해 촉각과 청각, 후각, 미각으로 체험하는 시간을 경험했다. 순식간에 흘러가버린 시간. 나는 내 오감들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 걸까?)


유현수 셰프가 운영하는 북촌 두레유에서 맛본 한식 코스요리

- 껍질을 벗긴 토마토 안에 유자와 무 드레싱으로 절인 참외 

- 감자보리밥 위에 소갈비, 소갈비 위에 느티나무 버섯과 파프리카, 청경채 

- 산삼배양근을 얹은 튀긴 생선

- 인절미 콩가루가 올라간 수제 티라미슈

(어둠 속의 대화 전시장에서 경험한 나의 감각들을 혀끝으로 생생하게 느껴본 시간. ㅎㅎ)


2019년9월2일

욕망에 대해서만큼은 선천적 불구와도 같은 깊은 무관심

아무것도 굳이 원하지 않는 욕구에 대한 무감각의 근원이 무엇일까? 선천적 불구였던 걸까?

욕구에 대한 선천적 불구


2019년9월13일

나의 아버지에 대한 탐구

박탈당한 상대, 영원한 절망. 조절할 수 없이 어느 순간 주르르 흘러내리는 눈물. 

사랑의 대상(아버지)을 잃은 박탈감. 사랑의 대상을 박탈당하면 영원한 절망을 느끼고...

사랑의 대상은 존재하지만 그 대상으로부터 사랑받지 못하면 그 결핍은 더욱 증폭돼 분노로 쌓인다.


어떤 일이 생겼을 때 그 사건의 내막이나 행위의 이유를 낱낱이 파헤치려 하지 말아라. 

왜냐고 묻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아픈 마음을 다스리며 현실 속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일이다.


어린 시절 상처 입은 내면을 돌보는 일

그림 배우기 / 피아노 배우기 / 자전거 배우기


2019년10월5일

22년 전에 헤어진 전 남편과 대학 동기 딸아이의 결혼식에 참석해서 결혼생활에서의 긴장과 갈등 설교를 듣고 있다. 이 아이러니는 뭐지? 진실한 결혼생활에 대한 설교를 전 남편과 한 자리에서 듣고 있다니? 미래에 일어날 딸아이의 결혼식을 상상하다, 포기한다. 내 딸은 미국식으로 해야 하는 거지...

이미 오래전 헤어진 전 남편과 나는 같은 학과 같은 서클 동기다. 우리 둘이 이혼한 이후, 과 동기들과 서클 동기들은 거의 만나지 못했다. 누구 편을 들기도 뭣하고 어색하고 불편해했다. 이렇게 우리 때문에 제대로 만나지 못했던 동기들이 이제는 만나고 있다.

내가 한국으로 돌아온 후, 모였던 자리에서 "이제 편하게 만나도 돼?" 나에게 물어오는 질문에 답했다. "만나" "그럼 갸도 불러도 돼?" "부르고 싶으면 불러"

이렇게 우리는 어색하게 동기들 모임에서 보고 있다.
근데 이건 아니지 않나? 서클 동기가 딸아이 결혼식이라고 불렀는데...
예상하지 못하게 떡~ 그 친구가 나타났다. 심지어 눈이 나쁜 나는 그 친구가 선배인줄 알고 꾸벅 머리까지 숙였다. 옆에 앉았는데 자세히 보니 애 아빠다.

우리 둘은 옆 좌석에서 서로 얼굴 벌겋게 주례사를 듣고 있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어쩌고저쩌고..."

 아, 인생 정말 험하네~~


2019년10월10일

꼰대로 변해가는 자기 보고서


2019년11월12일

무엇인가와 작별할 수 있으려면 내적인 거리두기가 선행돼야 한다. 

소리 없는 우아함.

익숙한 방향을 완전히 바꾸는 인생의 결정적인 순간이 격렬한 내적 동요를 동반하는 요란하고 시끄러운 드라마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류다

인생을 결정하는 경험의 드라마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조용할 때가 많다

이곳은 나의 인생으로부터 도망쳐온 장소.



2019년11월24일

일상적 대화가 사라지면 지나간 삶의 속삭임도 약해진다

쿤데라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우리는 가장 사랑하는 것을 잃어버린다."  우리의 삶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어린 시절의 추억도 잊고, 사랑하는 사람도 잊고.. 실체를 잃어버리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고 말입니다.


자신만의 공간에서 스스로를 사회로부터  고립시키며 자유롭게 살고 싶다. 


2019년12월1일

서로 다르게 기억되는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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