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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lee Apr 27. 2024

청일궁, Blue Sun Palace

다시 태어난다면 좋은 부모가 되고 싶어

옛말에 아이 하나 키우려면 마을이 다 나서야한다는 말이 있죠.

아이들은 본인이 다 잘나서 큰 줄 알겠지만... 사실은 주위 분들의 이런저런 응원과 지지들이 얽히고 설켜서 큰 기운을 만들어 준다는 걸... 나중에 더 크면 알게 될까요? 


제 딸 아이에게 좋은 일이 생겼습니다. 이곳 브런치에서도 몇 번 제 딸 아이 이야기를 살짝살짝 전해드렸던 것같은데... 비로소 오늘 브런치 구독자 분들에게도 알려드리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립니다. 


가만 뒤돌아보니 많은 이들의 응원으로 이렇게 성장한 것같아서 말이죠... 소식 보냅니다. 


https://entertain.naver.com/read?oid=001&aid=0014636205


네. 맞습니다.

이 기사에 소개된 샐리 수진 오가 제 딸 입니다. 

이 영화는 제 딸 아이가 처음으로 제작한 장편영화입니다. 첫 제작 영화로 칸 영화제 비평가 주간 경쟁부문에 노미네이션 된 것이죠. 지난 4월11일 이른 아침이었습니다. 저는 딸 아이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엄마, 오늘 아침에 파리에서 전화를 받았어. 내가 제작한 영화가 칸느에 노미네이션 됐대"

그 순간 아무런 말도 생각나지 않을만큼 머리가 멍해지고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본인도 지금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며 필름 마켓 세일즈를 위해 에이전시와 미팅이 수없이 잡혀 있다며 부지런히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닥 사이 좋지 않은 엄마에게 이 좋은 소식을 이른 아침부터 들려준 딸 아이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전화 끊기 전, "엄마는 너가 전화로 이렇게 알려줘서 너무 고맙다"는 감사의 인사도 잊지 않았습니다. 


싱글맘의 딸로 이 험한 미국 땅에서 살아 남기 위해 스스로 엄청 강한 모습으로 중무장 해왔던 딸 아이. 어린 시절 부모의 보살핌이나 사랑, 지원도 제대로 받아보지 못했습니다. 오죽하면 딸애와 보낸 시간이 너무 부족해 애착관계도 제대로 형성되지 못했을까요?


저는 딸 아이를 볼때마다 미안하고 애잔하고 후회하고 있지만... 현실로 돌아오면 사소한 말 한 마디에도 감정 상하고 부딪히는 그런 문제많은 어른이입니다. 비로소 이 모든 것이 나에게서 비롯됐다는 현실을 목도했을 때... 저는 이제 5녀1남의 막내로 이런저런 울타리를 원했던 그런 철딱서니 없는 막내가 아니라  서른 살 딸 아이의 엄마로서 아이가 어린 시절 가정 경제를 책임져야 한다는 이유로 아이를 방치하다시피 했던 제 과거를 겸허하게 돌아보게 됐습니다. 


저를 객관적으로 돌아보게 된 그 동안 아이가 제게 퍼부었던 칼날 같은 단어들이 틀린 말 하나 없는 것이란 걸 알게 됐죠. 상처에 소독약 붓듯이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쓰리고 아파서 애써 상처에 거즈를 잔뜩 쌓아올려 저 스스로를 보호했었습니다. 


근데 이제 저도 제 상처를 조금은 돌보고 다독일줄 아는 그릇을 가지게 된 듯합니다.

이런 저를 인정하고 나니 그 동안 아이가 저로부터 받았을 그 많은 상처가 보였고 엄마라는 존재는 있지만 그 존재로 인해 얻게 된 외로움과 막막함을 어떻게 회복시켜줘야 할까 그 생각 뿐입니다. 


'딸 아이가 너무 고집이 세다'고 '싹싹한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찾을 수 없다'고 '지 하고 싶은 건 엄마 지갑이고 뭐고 생각도 안하고 기어코 한다'고 그 동안 투덜투덜... 저 스스로 불만과 짜증과 억울함과 분노를 쌓아놓고 아이 탓을 해오기만 했던 것이죠. 


이제 좀 정말 어른으로 엄마로서 아이를 바라보고 조용히 울타리가 되주기 위한 진정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브런치 구독자분들의 격려와 지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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