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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아리코테지 Jul 27. 2019

•첫 만남•

조심스레 나눈 집과의 첫인사.

내 마음속을 조금씩 잠식하기 시작한 빨강 지붕의 빈집은 서울에 와있을 때도 사람들과 보내는 저녁식사 자리에서도 온통 내 머릿속을 채우고 있었다.


집의 소유주인 어르신께서는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내가 그 집을 손봐 살아보겠노라고 뱉은 말에 반신반의하신 눈치셨고 내가 당분간이라도 기거를 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집안이며 창고며 오래 먼지가 묵은 물건들이 워낙 많으니 같이 정리해 주겠노라고 하셨다.





그렇게 난 빈집의 속마음과 같은 내부를 둘러볼 수 있게 되었고 기꺼이 집을 허락하신 어르신께 몇 번이고 정말 이 집에 잠시 머물러도 되는 거냐며 재차여쭈었다. 기거할 사람이 마땅히 없는 차에 젊은 조카가 예쁘게 잘 가꾸며 사용한다면 흔쾌히 허락하신다는 말씀에 온기와 손길로 채워진 집으로 변화시키고 싶은 마음은 더욱 굴뚝같아졌다.

오래된 철문을 열어 첫 마주한 내부의 모습들.

현관문까지 합쳐 거실에는 총 7개의 문이 있었는데

각각 우측에 3개 좌측에 3개씩 모여있는 모습도 참 재밌어 보였다.

화장실은 지붕을 새로 올릴 때 새로 손보아진 상태였지만 관리가 안되어 동파로 인해 변기나 다른 곳들을 손봐야 하는 상태였고

그야말로 심쿵하게 만들었던 욕조가 있던 샤워실.

옛날 짐들과 근래의 짐이 어지럽게 섞여있던 샤워실은 언제 사용이 마지막이었는지  상상도 안될 만큼 오래된 욕조가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커다란 유화 그림들을 비롯해 발을 디딜 수 없을 만큼의 많은 잡동사니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집 내부의 설명을 어르신께 들으며 어르신의  아버지 그러니까 나에게는 먼 친척 할아버지께서 살아생전에 이 집을 당신만을 위한 갤러리처럼 사용하신 것 같은 상상을 하게 되었다.


한 가지 아주 확실한 사실은 할아버지께서 살아계셨다면 이런저런 취미들이 나와 아주 잘 맞았으리라.

모아놓으신  소품이며 작품이며 빈티지한 것들이 너무 많아 공간 공간의 문이 열릴 때마다 내 마음은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가슴뜀은 뒷마당 창고를 마주 했을 때 극에 달했다.

이곳에 이런 단어를 사용하는 게 어울리는 말 일지 모르겠으나. 나에겐 정말 충격적일 만큼 힙한 공간이 내 눈에 펼쳐져 있었다.


무언가에 가슴 뛰어보는 감정이 얼마만인지.

그리고 머릿속엔 이미 이 집의 변화될 모습이 공간 공간마다 한 장씩 그려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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