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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시언 Dec 27. 2020

책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연예인, 세계적인 기업가, 수백만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 훌륭한 사진 작가, 투자의 고수 등 어떤 직업군에서건 마지막에 그들의 생각은 '책'으로 마침표를 찍게 된다. 그러니까 출발이 어디건, 경로가 어떻게되건, 결국에는 책을 내게 된다는 뜻이다. 삶에서 아쉬운게 없을 그들이 책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글'로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이 방식은, '책'이라고 하는 독특하고 매력적인 콘텐츠 그릇에 담아낸다. 이 '책'이라고 하는 그릇은 매우 숭고하고 우아하며 고급스러운 무엇이다. 실제 가치와는 무관하게 사람들에게 그러한 이미지로 인식되고 있다는 뜻이다. 즉, 책이라는 것 자체가 더 이상의 브랜드화가 필요없을만큼 브랜드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셈이다. 책이란, 필터링된 텍스트, 선택된 자들, 적자생존의 정글에서 살아남은 글쟁이만이 쟁취할 수 있는 그 무엇이다. 그러니 책을 쓰고싶어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기도 하고.




나는 글쓰기가 재미있어야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글쓰기는 실제로 재미있다. 다만 모두에게 그런건 아니다. 어떤 분야든 모두에게 재밌는건 거의 없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별 관심없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글쓰기 역시 마찬가지다. 억지로 하는게 무슨 도움이 될까? 


어떤 사람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지 말라고 조언하곤 한다. 그 일이 곧 싫어질 수 있는 까닭이다. 그러나 나는 글쓰기를 일로도 하고 취미로도 한다. 오래전의 나는 정말이지 글쓰는게 좋아서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었었다. 훌륭한 사람이라서 책을 쓴 사람도 있겠지만, 단순히 글쓰는게 좋아서 책을 쓴 사람도 있다. 


특정 분야에서 훌륭한 성과를 내는 사람들은 보통 일과 생활이 구분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워킹 라이프 밸런스? 워킹과 라이프는 그렇게 쉽게 단칼에 구분할만큼 명확하지가 않다. 나는 매일같이 글을 쓰는 편이고 오래도록 글을 써왔지만 내일도 써야하는 입장이다. 벌써 지루하고 머리아프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왜나하면 글쓰는게 좋으니까. 


재미있다고해서 힘들지 않냐하면 그건 또 아니다. 복잡하고 골치아픈 것들 투성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어떤 이미지를 글로 조리있게 풀어쓰는 일은 생각 이상으로 어려운 일이다. 돌이켜보면, 어떨땐 글이 너무 안나와서 키보드를 주먹으로 내려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그렇다고해서 글이 나오는 것도 아니었지만. 키보드는 의외로 튼튼했고 내 손만 아팠으니 이 방법은 경험자로서 추천하지 않는다. 




나는 책을 쓸 때 마다 가슴이 꽉 막힌 듯 답답함을 느낀다. 때로는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다. 빈 페이지에 깜빡이는 커서를 앞에 두고 겨우 몇 줄 적고나면 엉덩이가 자동으로 의자에서 떨어지면서 벌떡 일어나게 된다. 거부 반응이다. 그러면 물 한 잔 마시고, 거실 한 두 바퀴 정도 돌다가 다시 앉는다. 또 몇 줄을 적고 벌떡... 이걸 계속 반복한다. 사람 미치게 만들기 딱 좋다. 이게 책쓰기다. 


많은 예비 작가들이 목적없이 단순히 '아... 그냥 나도 책이나 출간해봤으면 좋겠다'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래서는 책을 낼 수 없고, 운좋게 낸다한들 다음은 없다. 한 가지 주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 수 있을만큼 전문성이 있어야만 책을 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마인드가 바뀌지 않으면 책에는 도달할 수 없게된다. 그러니까 '아... 나도 책이나 써봤으면...' 이랑 '나는 반드시 책을 써야해!'는 결과가 완전히 다르다는 이야기다. 


많은 예비작가들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는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이 세상에 나오기만 하면, 자신의 삶이 180도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이건 명백한 환상이다. 인터넷 서점에서 자신의 책이 검색되고, 서점 신간 코너에 자신의 이름이 박혀있고, 도서관 초입에 자신의 책이 진열된게 설레이고 뿌듯한건 그때 잠깐 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삶은 나아진게 없고 평소와 똑같으며 공허함만이 가득한 첫번째 저서의 별점평이 달콤한 잠을 방해한다. 여러분의 가장 친한 친구가 여러분의 책을 가장 멀리하는 사람이다. 나는 이런 현상이 너무나도 이상해서 알고 지내는 작가분들에게 물어본적이 있었는데, 그분들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첫번째 저서에서 운 좋게 베스트셀러에 진입했다해도 문제는 남아있다. 초창기에 성공하게 되면 다음 책을 쓸 땐 제곱의 부담을 껴안아야 하는 까닭이다. 그러면 글쓰기는 더욱 힘들어진다. 




브런치에는 책을 쓰고 싶은 훌륭한 글쟁이분들이 많은걸로 알고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브런치는 책쓰기 등용문이 아니다. 브런치로 책을 내는건 매우 소수이며 그들이 반드시 책을 쓴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브런치 공지사항에선 모두가 책을 쓸 수 있다고 강조하지만, 정작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책을 쓰는 행운을 누리는 사람은 극소수이며 주제도 제한적이다. 설령 브런치북 프로젝트를 통해 책을 냈다고 하더라도, 그 다음은 또 어떻게 해야할지 알 길이 없다. 누구나 책을 쓸 수 있다는 뜻은 바꾸어 이야기하면 당신에게 기회가 갈 확률이 지극히 낮다는 의미다. 모두에게 친절한 사람은 결국 그 누구에게도 친절하지 않은 것처럼. 


예전 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브런치에는 광고도 달지 못한다. 이건 글쓴이가 돈을 못번다는 뜻도 있지만, 브런치를 운영하는 주체인 카카오에서도 브런치에서 효과적으로 돈을 못번다는 뜻이다. 티스토리 블로그에 연동할 수 있는 카카오 애드핏이라는 서비스가 버젓이 운영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같은 회사에서 운영하는 브런치에 광고를 달지 못한다는게 나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지만, 동의하는것과는 별개로 이러한 결정은 존중한다. 실제로 광고를 달지 않음으로 인해서 얻어지는 다른 이득도 있다. 


브런치는 아카이브 용도로도 부적합하다. 자신의 브런치에서 자신의 글을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이게 브런치의 가장 큰 약점이라고 생각한다. 글쟁이들은 자신의 글 내용을 검색할 수 있어야한다. 글을 많이 쓰는 작가일수록, 머리가 복잡해서 'A'라는 주제의 글을 썼는지 안썼는지 나중에는 기억하기 어려운 탓이다. 


그렇다고해서 브런치를 무작정 하지 말자!라고 주장하고 싶은건 아니다. 내가 주장하고 싶은건 글쟁이라면, 브런치를 적절하게 활용을 해야지, 브런치와 사랑에 빠지면 안된다는 것이다. 이건 브런치 뿐만 아니라 다른 SNS 채널에도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사항이다. 여러분은 SNS를 적절하게 이용해야지 거기에 집착하면 곤란하다. 인생에선 SNS보다 훨씬 중요한 것들이 널렸다. 


여러분이 카카오톡으로 친구랑 수다 떨고, 단톡방에서 쓸데없는 이야기로 시간을 허비하고, 인스타그램에서 다른 사람에게 아무 쓸모없는 공허한 소통으로 시간을 보낼 때, 누군가는 그 텍스트를 책으로 옮기는 작업을 착실히 수행하고 있다. 그 사람들은 누굴까? 작가(진)이다. 


사람이 하루에 쓸 수 있는 글의 양은 정해져있다는게 내 지론이다. 시간과 마찬가지로 에너지는 제한적이다. 하루의 에너지를 다른 곳에 쓰면, 그 날 글쓰기는 공쳤다고 보면된다.




여러분이 쓰려는 글의 주제와 내용이 매력적이라면, 브런치가 아니어도 여러분은 책을 낼 수 있다. 여러분의 글이 형편없다면, 브런치를 통하더라도 책을 낼 수 없다. 이건 마치 1+1=2이라는 계산처럼 너무나도 당연한 공식이다. 따라서 우리는 브런치를 적절하게 활용하되 필요하다면 브런치와의 연을 끊을 각오도 해야한다. 영원한 아군도, 영원한 적군도 없다. 이건 출판사를 대할 때도 마찬가지여야한다. 책도 결국엔 냉정한 비즈니스이고 비즈니스에선 냉철해져야한다. 


책을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특정한 주제를 깊이있게 다루는게 여러가지면에서 유리하다. 나이가 어리다고해서 책을 내지 못한다는건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이야기다. 요즘에는 전자계약을 통하면, 출판사 담당자와 얼굴도 한 번 보지 않고도 책을 낼 수 있다. 


나는 젊은분들이 지금보다 더 많이 책을 내야한다고 생각한다. 책을 쓰려면 글을 많이 써야하고 → 글을 많이 쓰려면 그 주제에 대해 자신만의 철학과 생각을 정리해야하고 → 그런 일을 하다보면 깊이있게 공부하게 되고 → 그러면 전문가가 된다. 


내가 콘텐츠 제작에서 매번 강조하는 이야기는, 뭔가를 얻고 싶다면 그에 합당한 뭔가는 포기해야한다는 당연한 논리다. 책을 내고 싶은 사람이라면, 평소보다 더 큰걸 내어놓아야한다. 나는 예전에 책을 쓰겠답시고 페이스북과 카카오톡까지 탈퇴했던 적이 있고, 그 기록을 블로그에 써두기도 했다. 그런데도 세번째 저서 이후 차기작을 못냈던 기간이 무려 6년이다. 


flex, 인스타 인증샷, 워라밸, 소확행 다 좋다. 다 좋은데 특히 젊은 시절에 미친듯이 뭔가에 몰입하지 않으면, 다른건 몰라도 적어도 책쓰기는 물건너 갔다고 보면된다. 그럼 '이번 생은 틀렸어...'다. 




여러분이 글을 쓰다보면 어느시점에는 반드시 악플을 만나게 된다. 이건 스트레스 받는 일이지만, 한편으론 축하할 일이다. 누군가에겐 영향을 주었다는 뜻이니까. 악플도 자꾸 받다보면 적응되고 익숙해진다. 내 글을 싫어하는 사람은 세기도 힘들다. 모두가 내 글을 좋아하진 않는다. 심지어 나라는 사람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다. 나는 지역을 주제로 오래도록 블로그를 해왔던 까닭에 내가 살고있는 지역에서 가장 많은 안티를 가진 사람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들은 단순히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안티가 된다. 


악플이나 안티가 무서워서 글을 못쓴다는건 가장 경계해야할 마음가짐이다. 진짜 팬들은 여러분의 글을 마음속으로 응원하고 책이 나오면 조용히 책을 사주는 사람이지, 선플을 달거나 악플러와 대신 싸워주는 경우는 많지 않다. 실제로 그들은 매우 바쁘며 여러분의 글을 읽고 감명받은 시간에 고마워하고 있다. 그들은 책을 사는 것으로 고마움을 표현한다. 그냥 그것 뿐이다. 


글쓰는게 재미있고 좋다면, 책쓰기에 도전해보시길 바란다. 여러분의 글이 시장에서의 가치라는 잣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이다. 


'요즘 누가 책을 읽어?'라고 말하는 사람들 중 절반은 서점 근처에도 가보지 않은 사람이다. 그러니 그런 사람 말은 무시해도 좋다. 판단은 스스로 하시길 바란다. 그게 작가라는 타이틀을 어깨에 짊어진 사람의 기본 소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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