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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시언 Jan 19. 2022

콘텐츠 창작자들의 반격

콘텐츠 창작자들은 오래도록 언더그라운드에서 열악한 환경 아래에서 살아야했다. 문화가 그랬고, 인식이 그러했고, 실제 경제 환경이 그러했다. 


여러분이 엄청나게 재미있는 소설을 쓸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국어국문학을 전공하지 않았고, 어디어디에서 등단하지 않았고, 책을 낸적도 없고, 책을 냈다해도 베스트셀러가 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사람들에게 오프라인에서의 인식이 낮아 영향력이 거의 없었다면, 변두리에 내몰려야했다. 


그런것들은 인터넷 커뮤니티, 블로그, 브런치, 페이스북 등에서 활용되어야만 했고, 자신만의 채널 개념보다는 어딘가에 추가된 방식으로 활용될 수 밖에 없었다.



여러분이 블로그에 소설을 써서 큰 인기를 얻고 광고 수입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사실 그 소설로 가장 큰 돈을 번 것은 그 블로그를 운영하는 주체인 네이버 또는 카카오 다음일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환경을 제공했으니 이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창작자들은 자신의 창작력, 결국엔 콘텐츠가 되는 그 원석같은 창의력을 뽐내기 위해 자신만의 비즈니스를 일구기보다는 다른 일로서 대체해야했다. 돈을 벌려면 돈을 주는 사람이 있어야 거래가 성립되는데, 문화적, 그리고 인식적 등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창작자들을 필요로하는 곳은 사실상 거의 없었다. 


훌륭하고 예민한 창작자들이 그동안 해왔던 것들은 대체로 정부기관에서 요청하는 외주 작업에 참여해서 밥벌이를 하거나, 멍청해보이는 사장 옆자리에서 앉아야하는 직장에 들어가서 뭔가를 해야했다.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발현하고 자신있는 주장을 통해 자신만의 콘텐츠 스타일을 정립하기보다는 콘텐츠 자체에 대해서는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 하지만 돈을 주는쪽이라는 이유만으로 클라이언트가 된 누군가가 요청하는, 정말 말도 안되는 어떤 작업을 해야했다. 이때에 창작자는 가슴 속에 답답함을 느끼면서 이게 정말로 옳은것인가?라는 철학적 물음에 도달하게 된다. 하지만 밥벌이는 그것보다 훨씬 자극적이라서 결국엔 그 클라이언트를 설득하기보다는 그 요청을 수락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게되며,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창작력은 줄어들거나 소멸된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불판이 바뀌었다. 


네이버의 프리미엄 콘텐츠, 카카오뷰 시스템, 티스토리 블로그, 네이버 블로그,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 페이스북 페이지, 유튜브 채널, 틱톡 채널, 그외 기타 등등... 창작자들의 파괴력은 그 어느때보다도 높아지고 있다. 


요즘 시대 분위기는 창작자들을 적극 유치하려는 모양새다. 창작자들을 필요로하는 곳이 어마어마하게 많아졌다. 


여러분이 그 어떤 창작을 할 수 있건간에, 그 창작력은 이제 그 자체로 인정받는다. 그러니까 '돈 줄테니까 알아서 만들어. 성과는 너의 몫. 책임은 우리 몫.'이다. 이건 과거에는 상상속에만 존재하던 유니콘 같은 방식이었지만, 지금은 현실이 되고 있다. 


여러분이 창작하는 종류가 어떤 것이든 이제는 그것 자체로 평가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클라이언트가 아니라 시장에서 고객을 상대로 평가받는게 가능한 곳들이 많이 늘어났다. 이제, 창작자들이 반격할 타이밍이다.


당신이 그림을 매력있게 그린다면, 과거에는 그림에 대해서는 정말 단 하나도 모르는 요청사항을 들어주어야만 수입을 얻을 수 있었다. 컬러링 북을 만들어야했고, 그림이 어떻니, 색감이 저떻니 등 오만가지 이유로 창작력에 방해를 받아야했다. 


지금은 여러분의 그림 자체를 그대로 판매할 수 있고, '마음에 들면 사고, 아니면 치워'를 시전할 수 있다.


왜? 창작자들을 필요로하는 곳은 늘어났는데, 창작을 잘 하는 사람은 오히려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쪽분야는 수급이 불균형이다. 


창작을 한다는 뜻은 여러분이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가 된다는 뜻이다. 우리는 소비자보다는 생산자가 되어야한다. 


당신이 만약 글을 엄청 잘 쓴다고 할 때에도, 여러분이 그 글로 돈을 버는 방법은, 과거에는 블로그에서 소소한 광고수익 몇 푼을 얻거나 책을 내면서 말도 안되는 계약조건 아래에 인세 %를 책정 당해서 사실상 노력 대비 마이너스 수익률이 나오거나 잡지, 신문 기사, 웹진, 사보 등에 기고하는 것 정도였다. 


지금은 여러분의 글 그 자체를 여러가지 방식으로 판매할 수 있다. 구독형 콘텐츠가 대세가 되어서, 여러분의 글은 이제 구독할만한 인사이트를 줄 수만 있다면, 그 어떤 간섭이나 방해, 혹은 검수 과정을 받지 않고서도 그것을 판매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개인 사이트를 만들어서 콘텐츠를 판매하는 방식은 어울리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검색엔진 사이트나 유명 회사 아래에 있는 어떤 서비스 아래에서 전략을 도모해야한다. 물론 콘텐츠 그 자체를 판매할 수 있도록 설계되고 있고 분위기가 바뀌고 있으므로 이런 전략이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콘텐츠 창작자들이 반격하는 시즌이다. 저작권의 중요성은 그 어느때보다도 높게 평가받는다. 콘텐츠 창작력, 아이디어, 상상력, 기획력 등 지금까지 수치화할 수 없고, 평가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무시되어왔지만, 사실은 너무나도 중요했던 요소들이 이제 제대로된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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