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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쁠 희 Aug 21. 2024

3: 소중히 하지 않은 만큼 대충 가꾼 집

글을 쓰기 시작하면 알게 된 사실.

나의 가치관이 많이 변했구나 하는 거였다.

한동안은 나의 가치관의 변화를 인정하지 못하고

내가 용기가 없어졌다, 내가 구려졌다

라고 생각하며 '나답지 못함'에 나를 가뒀다면,

이제는 인정하기로 한다.


그때의 나와 지금은 내가

그냥 많이 달라졌다고.


폭염임장


집을 바라보는 시선이 특히 그렇다.


예전에 나는 줄곳 '집이 어딘지 모르겠다'라고 말했고, 사실 중요하게 생각하지도 않았다.

캐나다에서도 4-6년 안에 계속 거취가 바뀌었으니

어떤 도시를 내 집이라 불러야 할지 애매했고,

한국은 정말 잠시 들리는 곳이었기에

그게 본가였어도 집 같은 느낌은 아니었다.


계속 이사를 하며 옮겨 다니는 것이

익숙했기에 당연히 짐은 최대한 줄였고,

매번 저렴한 가구나 가전을 구매해서 쓰다가

버리거나 기부하거나 헐값에 팔았다.

잠시 머물다 가는 거주지라 생각해서

그게 1년을 살 것이었든, 4년이든 상관없이

대충 지냈다.

그래도 괜찮았다.



근데 이번에 집을 찾아다닐 때는 좀 달랐다.

어떤 곳에 살고 싶은지,

어떤 구조면 좋을 것 같은지,

안에는 뭘 채워놓고 싶은지가 확실히 더 생겼다.


집이 안락한 곳이었으면 좋겠다.

내가 쉴 수 있는 곳.

그리고 일을 할 때는 몰입할 수 있는 곳.

밖순이라 생각했는데 나는 집을 참 좋아한다.

월세 집을 구하는 거라 누군가는 또 이사할 건데

짐만 늘리다 생각하겠다만,


우리 부모님만 해도 10번이 넘게 서울에서 집을

전세, 월세 전전하며 옮겨다녔음에도

한 번도 '대충' 살기를 택한 적 없다.

30년이 넘은 신혼가구들도 아직까지 멀쩡하다.

그들을 보고 있으니 내가 집을 돌보지 않은 만큼

나를, 나의 삶을 돌보지 않았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내가 가장 편안하고 나다워야 할 곳을

 돌보고 가꿔주고 싶어졌다.

나를 미워했던 마음이,

너는 이렇게 행복하면 안 돼라며

나에게 내어주지 않은 사치를 부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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