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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광일 Oct 15. 2015

TV를 버리고 얻은 네 가지 즐거움

우리가족 행복 찾기 프로젝트

우리집은 몇년에 걸친 '거실을 서재로 프로젝트' 를 통해 거실에 대형 책상과 책장으로 꾸며 우리 가족 모두 책을 많이 읽는 습관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아내와 의견이 대립이 있었던 TV의 거취문제는 결국 케이블 TV 계약 해지를 통해 최종 마무리 했다.

책을 많이 읽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가 마지막으로 TV를 없애면서 그 효과가 증폭되고 뜻밖에 중요한 것들을 함께 얻게되었다. 처음에는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 가족에게 점점 더 소중한 시간으로 돌아오고 있다.


첫번째는 독서의 시간이다. 거실을 서재로 만들어 놨으니 이제부터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책들은 많이 있지만 정작 책을 읽을 시간은 없다. 왜그럴까? 책을 읽어야 할 시간에 가족 모두 TV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눈앞에 TV와 책 둘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무엇을 선택할까? 대단한 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대부분 TV를 선택하게된다. 그렇기 때문에 어렵게 만들어 놓은 거실의 서재는 단지 인테리어 효과로 끝날 수 있다. 잘못하다간 보기에 좋은 장식품으로 전락하고 만다. TV를 없애기 전까지 우리집도 그랬다. 하지만 TV를 없애고 난 후 눈에 띄게 독서량이 늘었다. 별로 할 일이 없으니 자연스럽게 책을 읽게되었다.


지난번 책 읽는 작읍 습관책을 읽는 즐거움 독서 노트 의 글들은 이렇게 독서량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부모가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책을 읽게된다는 사실도 실감하게 되었다. 어느날 거실 책상에서 책을 읽으며 독서 노트를 정리하고 있는데 첫째 아이가 가만히 자리로 오더니 "아빠 뭐하는거야?" 묻길래 "아빠 책 읽으면서 공부하고 있는거야" 라고 했더니 아이가 맞은편 자리에 앉아 " 나도 동화책 읽고 글씨 쓸래 " 하면서 노트에 동화책에 있는 내용을 따라 쓰기 시작하는 것이다. 한글을 배우고 있는 중이라 동화책을 잘 읽지는 못하는데도 그냥 따라하는 모습을 보며 앞으로 책 읽는 모습을 자주 보여줘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됬다.


두번째는 아내와 대화의 시간이 엄청나게 많아졌다. 집에 들어오면 의례 아내는 TV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말없이 화장실로가서 샤워를 하고 나와 아내의 옆으로가서 TV를 함께 잠시 보다가 이내 졸려 말없이 방으로 들어가 잠을 자는 것이 평상시의 우리집 저녁 풍경이었다.


그런데 TV가 없으니 집에 가면 아내는 나를 반긴다. 그리고 내가 샤워를 하고 나오면 거실에 있는 테이블 책상에 마주보고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가끔은 서로 뜻이 맞아 야식을 시켜 소주한잔하며 아이들과 있었던 재미있는 일들과 앞으로의 교육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내가 회사에서 있었던 일들도 자연스럽게 이야기 나눈다.


이렇게 대화의 시간이 많아지다보니 자연스럽게 서로를 이해하게되고 서로가 이해되다보니 부부사이가 더 친근해지고 있다.


세번째는 아이들과의 시간이다. 아이들이 주말에 일찍 일어나면 쪼로로 TV방으로 달려가 '번개맨' 을 틀어달라고 난리다 처음에는 아빠 엄마가 틀어줘야 볼 수 있었는데 이제는 큰아이 작은아이 모두 스스로 TV를 켜고 채널까지 찾아볼 수 있는 경지까지 올라섰기 때문에 엄마 아빠가 조금 늦잠을 자고 일어나기라고하면 아이들은 벌써 소파에 나란히 앉아 '번개맨'을 보고 있다.


TV가 없어지고도 한동안은 TV방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어떻게해도 TV가 안나오는걸 알게되자 더이상 TV를 볼 생각을 하지 않고 엄마 아빠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빨리 일어나 놀아달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족은 주말이면 일찍 일어나 동네를 산책한다. 아파트 옆에 있는 뒷동산과 공원까지 연결되어 있는 산책로를 함께 걸어가며 밤도 줍고 도토리도 주우며 산책을 한다. 조금 걷다보면 아이들이 힘들다고 해서 엎어주기도하고 목마를 태워주면서 자연스럽게 스킨쉽이 많아진다.

이렇게 숲속 산책로를 걷다가 정말 동화에서나 나올법한 숲속 놀이터를 발견해서 한동한 아이들과 신나게 뛰놀다 온적도 있다. 숲속에 있다보니 다른 아이들이 많지않아 우리 아이들의 독무대가 된다. 그리고 여름에는 산책로에 위치한 물놀이 놀이터에가서 물에 흠뻑 젔어가면 놀기도 한다. 특별히 어딜 놀러갈 계획이 없는 날에는 이렇게 주말동안 동네 인근에 있는 공원과 놀이터에가서 놀면서 아이들과 시간을 함께 한다.


이렇게 아침 산책을하고 들르는 곳은 동네에 있는 커피숍이다. 주로 스타벅스를 가는 편인데 이곳에서 우리 가족은 브런치를 하며 책을 읽기도하고 색종이 접기 놀이도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뮤지컬과 만화영화를 보는 시간도 많아졌다. 주말에 저렴하게 하는 아동용 뮤지컬을 찾게되고 몇달전에 미리 예매할 경우 50%할인하는 공연을 수시로 찾아다닌다. 그렇게 뮤지컬과 만화 영화를 가족이 함께보니 보고온 내용을 가지고 재미있었는지 어떤걸 느꼈는지 가족끼리 함께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더욱 좋아졌다.


마지막으로 네번째 숙면이다. 우리집의 저녁 공식적인 소등 시간은 8시 30분이다. 아이들이 잠을 자는 시간에 맞춰 모두 소등을 한다. TV가 있을때에는 소등을하고 나는 자연스럽게 TV방으로가서 문을 닫고 멍하니 TV를 보다가 새벽 1시 ~ 2시에 잠을 자는 경우가 많았다. 꼭 뭘 보기위해서 그 시간까지 남아서 TV를 본 것이 아니라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가면 보다보니 시간이 흘러 새벽을 넘겼던 것이다. 그런데 TV를 없애고 할 일이 없어졌다. 이렇다보니 조금 일찍 집에 들어가면 집은 벌써 깜깜하다. 씻고 나와 아내와 대화를 하거나 책을 읽고나도 10시를 넘기기 어렵다. 그렇다보니 10시 전후로 잠자리에 들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수면시간이 늘어나게된다.

샤오미 Mi Band 수면 시간 체크 화면

거실을 서재로 만들고 TV를 없애면서 우리 가족은 많은 변화가 생겼다. 책에서 책을 읽으려고만 하지말고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라는 글들이 이제야 이해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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