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글쓰기 2
어렸을 적 나는 작가나 뮤지션 같은 창작자들을 동경해왔다. 뮤지션이자 작가이기도 한 타블로, 이적을 특히 좋아했다. 그땐 그들을 왜 좋아하는지 정확하게 설명하진 못했다. ‘멋있다’는 말로 퉁칠 뿐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왜 그랬는지 말할 수 있다. 난 그들이 예민하고 섬세한 감각을 가져서 좋아했다. 남들은 무심코 흘려보내는 일상 속에서 사금처럼 반짝이는 무언가를 건져 올리는 사람들이라 좋아했다.
최근에 sns로 관심 있게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다. 모두가 예술가는 아니다. 하지만 예술에 얽혀있는 사람들이다. 주로 웹진의 필자이거나 개인 블로그에서 리뷰를 쓰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글을 읽으면 이미 본 영화, 들은 음악이라도 다르게 보인다. 그러니까 그들은 남들이 흘려보낸 작품 속에서 반짝이는 것들을 건져 올리는 사람들이다.
보고 들은 창작물을 바탕으로 글 쓰는 사람들은 창작자보다 못하다는 인식이 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창작자만큼의 깊이를 가지지 못한다는 인식이다.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좋은 글쓴이는 창작자가 생각지도 않은 곳에 작품을 데려가 세운다. 작품의 질에 관여할 수는 없지만 작품의 위치를 바꾸는 일은 할 수 있다. 이 역시 창작에 못지않은 예민하고 섬세한 감각이 필요하다.
나는 이런 일이 음악 글쓰기가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라고 생각한다. 그런 일을 위해서 글쓰기의 주체는 좋은 관찰자가 되어야 한다. 작품을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정확하다'는 말은 정답이 정해져 있어서 거기에 가깝게 다가간다는 뜻이 아니다. 무엇을 포착하든지 그것을 구체적이고 섬세하게, 그리고 말이 되게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관찰자의 속성에는 음악 글쓰기에 필요한 자질이 다 있다. 대상에 대한 애정, 지식, 성실성, 지구력 등등 말이다. 나는 여기에 동료의 존재를 언급하고 싶다. 음악 글쓰기를 하려고 모인 우리는 서로의 의견을 나눌 필요가 있다. 다양한 취향의 사람이 모여 의견을 나누면 그것이 곧 좋은 데이터가 되니까. 글쓰기라는 행위도 본질적으로는 소통 행위이지 않은가.
요컨대 음악 글쓰기를 위해 필요한 것은 다음과 같다. 뜰채, 현미경, 그리고 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