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oNu Nov 16. 2019

먹으러 가는 여행 #1

베트남 하노이 편



사람마다 여행을 가는 목적과 가서 즐기는 즐거움이 제각기 다르지만 나는 여행을 철저하게 먹으러 간다.


어떤 때는 이런 나 자신이 부끄럽기도 했다. 예술혼이 깃든 미술관이나, 장엄한 역사를 자랑하는 유적지, 장관이고 절경인 자연 만물을  탐험하거나 하는 성숙해 보이는 여행을 즐기면 좋으련만 먹기 위해 여행을 가고, 여행의 모든 동선은 먹는 스케줄과 장소에 따라 결정하는 내가 다소 무식한 것 같아서. 그러나 아무리 생각하고 다시 생각해도 나는 다른 나라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 또는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지만 그 나라만의 스타일을 비교하면서 온갖 여행을 재미를 느끼려고 여행을 가는 게 맞다.



하노이는 한 3년 전부터 매년 가는 나의 최애 여행지로서, 날이 점점 추워져 수면양말 찾아 신고 있는 바로 이 순간 너무 다시 가고 싶은 마음에 올해 여름 그곳에서 먹은 것을 되새겨본다.




첫 끼는 무조건 쌀국수


하노이에서 다양한 쌀국수 집을 가보았다. 문재인 쌀국수, 백종원 쌀국수도 먹어보고. 각 집마다 고유한 맛이 있는데 중요한 건 전부 다 맛있다는 것이고, 취향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맛의 높낮이 차이는 없었다.

매년 가는 숙소 앞 쌀국수 집




이번에 갔을 때 숙소 근처에 늘 가던 쌀국수 집이 아닌 새로운 가게가 생겨서 들어갔다. 원래 매번 가던 곳(위 사진)보다 국물이 훨씬 진하고, 고수도 더 많고, 고기에서는 불맛도 난다. 그런데 다시 한번 말하지만 중요한 건 둘 다 맛있기 때문에 가볍게 먹고 싶은 날은 원래 가던 집으로, 좀 든든-히 먹고 싶은 날은 이 집으로 가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새로 생겨줘서 고마운 집


하노이에서 쌀국수를 먹을 때마다 항상 드는 의문은


1. 한국에서는 쌀국수를 왜 그렇게 비싸게 파는 것일까.

2. 한국에서는 왜 이런 맛이 안 날까.


쌀국수라는 음식을 좋아했던 남편과 나는 한국에서 데이트할 때도 정말 많이 먹었었는데, 하노이에서 처음 쌀국수을 먹은 후 충격이 가시지 않았다. ‘지금껏 한국에서 먹은 쌀국수는 거짓말 1도 보태지 않고 모두 가짜다!’ 하면서. 물가의 차이만으로 보기 어려운 가격차이는 그렇다치고 맛이라도 비슷하던지. 우리는 하노이 여행을 시작한 이후, 한국 쌀국수 소비를 끊었다.



하노이에서 쌀국수는 아무 데서나 먹어도 됩니다.




한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꽌안응온 - 나도 한국인


한국 방송에서도 많이 나오고, SNS 여행 팁에서도 많이 등장하는 꽌안응온은 엄청 진지한 베트남 음식점이 절대 아니라서, 어떤 사람들은 실망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마치 외국인들이 한식 먹으러 김밥천국 가는 느낌이려나. (갑자기 김밥천국이 가고싶다) 그러나 다 모르겠고, 꽌안응온의 반세오는 정말이지 매일 먹고 싶은 맛이다. 심각한 수준. 지금도 그립다. 김밥천국 참치김밥은 어쨌든지 맛있듯이. 단, 주의할 점은 향채 중에 묵혀둔 행주 냄새가 나는 향채가 있을 수 있다. 넣기전에 하나씩 맡아보는 수밖에.

한국으로 가져오고 싶은 반세오



그리고 꽌안응온에서 꼭 시키는 메뉴. 여러 지점 중에 중화점에만 있는 것 같았다. 삼겹살을 조리듯이 요리한 메뉴인데 밥을 시켜서 같이 먹으면...... 그냥 끝!

이름을 정확히 모르는 것이 문제.. 사진을 보여주는 것이 최선


꽌안응온 중화점에 가신다면 위 사진을 챙겨가세요.




하노이에서 갑분스테이크 - 나리


연중 6개월 이상 하노이에 계시는 아빠의 추천으로 올해 처음 간 나리 스테이크. 아빠의 식당 선택 기준은 가성비다. 아빠는 맛있는데 비싸면 맛없는 것인데, 여기는 맛이 있고 저렴해서 무척 좋아하신다. (하노이 거의 모든 식당이 그렇기는 하지만!)

스(테이크)맥(주)
맛있기만 하면 되지, 귀엽기까지 하니


일정이 길지 않다면 패스하셔도 좋아요.



쉬어가는 타임~마!



하노이에 매년 오는 이유 - 분보남보


분보남보를 가려고 하노이에 간다고 해도 괜찮다. 나의 인생음식 1위 돼지국밥과 매번 순위 다툼을 하는 분보남보. 이 집에 아침 일찍 문을 열었을 때 가면 땃-끈한 저 빵과 함께 더 신선한 맛으로 분보남보를 먹을 수 있다.

니가 뭔데 이렇게 맛있을 일?

먹기 전에 식탁 위에 깔라만시처럼 생긴 초록색 작은 과일 즙을 쭉쭉 짜넣고 휘휘 저어서 한입 가득 넣고 우걱우걱 씹으면 (아이고 침 나와) 따뜻하기도, 시원하기도, 아삭하기도, 고소하기도, 상큼하기도 한 매력 터지는 분보남보.


빵을 넉넉히 시키세요. 싸움 나요.




분짜 - 오바마 입맛 인정

매년 하노이를 가면서 분짜 집도 여러 군데를 가보았지만, 솔직히 여기가 제일 맛있다. 사실 CNN에서 추천한 집이 훨씬 더 깨끗하고 정갈한 느낌이 있다. 그렇지만 맛은 솔직히 여기가 더 있는 것을 겸허히 인정하겠다.

으으으...


그냥 여기도 가고 꽌넴도 가세요.




하노이에서 왜 피자를 먹고 난리?


하노이 맛집을 검색하면 이 집이 정말 많이 나오는데, 볼 때마다 대체 하노이까지 가서 왜 피자를 먹고 난리인가 의문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매번 가던 로컬푸드 말고 다른 것이 먹고 싶어서 한 번 속는 셈 치고 가봤는데..



 피자도 맛있고, 분위기도 좋고, 직원들도 너무 친절해서 기분이 너무 좋은 나머지 돈을 엄청 쓰고 나왔다. (읭?)

브라타 치즈가 올라간 피자 속되게 표현하자. 존맛탱.


Pizza 4’Ps 다음에도 갈 것 같아요.




하노이 분위기 깡패


요새는 하노이에 예쁜 카페도 정말 많고, 좋은 호텔들도 너무 많아서 갈 맛이 난다. 그중에 올해 꼭 가보고 싶었던 루프탑.

이런 하늘 보면서 술 마시면..!


크아-!


날 좋은 날 서호 주변 루프탑 바 꼭 가세요.



이 맛에 하노이 간다 - 탕진잼


하노이에는 가족도 있고, 취저 음식도 너무 많아서 좋은데 무엇보다 물가가 충격적으로 저렴하여 그 맛에 매년 간 것 같다. 같은 비용으로 더 많은 것을 누릴 수 있으니 그야말로 탕진잼.


하노이에서의 탕진잼은 호텔에서 쓰는 것이 가장 재밌다.

올해는 JW 메리어트에서 마지막 날 하루를 보냈다.


괜한 카페 브런치 w/에그커피


조식이이나 저녁 먹을 때 볼 수 있는 경치!


마지막 밤을 붙들고 한 잔-



하노이에서 호사를 누리는 탕진잼 강추합니다.




그리고 비행기 타기 전 마지막으로 공항 안에 있는 ‘해강’에서 쌀국수와 에그 커피 한 잔 마시면 하노이 먹행 루틴이 마무리 된다.


고소달달 에그커피



이렇듯 비행기 타기 직전까지 야무지게 먹어대는 나는 앞으로도 이런 나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여행 방식이라고 쿨하게 인정하기로 했다.

미술관, 유적지, 자연 만물은 그다음 먹거리를 위한 중요한 소화 촉진제!




맛집 추천이 아닌 수준 미달의 여행 일기였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